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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종전 선언 재추진 움직임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21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이 21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코 앞에 다가온 가운데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종전 선언’을 거론했습니다. 종전 선언이 다시 추진되는 것인지, 미국 대선 이후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의 외교정책 사령탑인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북한 비핵화 협상이 한국전쟁 종전 선언으로 이어질 것임을 밝혔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지난 21일 연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와 북한 주민의 더 밝은 미래와 관련한 일련의 사안들에 북한과 남한의 상태를 바꿀 문서들(종전선언)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So our position on that set of issues, that suite of issues with respect to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 a brighter future for the North Korean people, which would obviously include documents..”

폼페오 장관은 또 미국과 북한이 협상장으로 돌아가 진지하게 논의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것이 궁극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했던 것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폼페오 장관의 발언은 앞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과 궤를 같이 합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지난 16일 미-북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진전을 보고 싶다”며, 내년에 일본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을 전후해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오브라이언 보좌관] “There might be a season, either before, during, or after the Olympics…”

관측통들은 폼페오 장관과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발언 배경에 한국 청와대의 주문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4일 백악관에서 오브라이언 보좌관을 만난 데 이어 15일 국무부에서 폼페오 장관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 회동 직후 두 사람 모두 ‘종전 선언’과 ‘미-북 협상 재개’를 언급한 것으로 볼 때 한국 측 요청이 있었을 것이라고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 suspect so, for US side, Trump administration, the end of Korean war business…”

종전 선언을 명분으로 미-북 교착 국면을 타개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은 지난 9월 22일 시작됐습니다.

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 화상연설에서 두 차례에 걸쳐 한반도 종전 선언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보장하고, 나아가 세계질서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 선언이라고 믿습니다.”

일주일 뒤 한국의 이도훈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워싱턴을 방문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종전 선언을 포함한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이어 국무부는 폼페오 장관이 일본 방문에 이어 한국을 10월 7일 방문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폼페오 장관의 서울 방문을 계기로 모종의 ‘옥토버 서프라이즈’ 즉, ‘10월의 이변’이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가 일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10월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는 바람에 물거품이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에 감염돼 병원에 입원하자 폼페오 장관은 서울 방문을 취소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워싱턴 방문을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종전 선언’과 ‘미-북 협상 재개’를 언급하고 나선 겁니다.

흥미로운 것은 북한도 종전 선언을 강하게 추진하는 한국 정부의 움직임에 공공연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9월 유엔총회에서 종전 선언 추진 의사를 밝힌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북한은 단 한 번도 이에 대해 언급하거나 부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10월 10일 평양에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을 했지만 미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거나 미사일 발사같은 도발적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북한이 종전 선언을 비롯한 미-북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ISSUE 1026 WKC-ACT5>[녹취: 조한범 박사] ”종전 선언은 김 위원장에게도 유리합니다. 미국의 적대정책 철폐와 반제국주의는 북한 정권의 정책인데, 종전 선언은 그걸 해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과를 과시할 수 있기 때문에, 동의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렇듯 조심스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미국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11월 3일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실시돼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거나,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는 결과 중 하나가 나옵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3년간 트럼프 대통령과 쌓은 친분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한층 강경한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와 처음부터 다시 핵 협상을 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고 해도 곧바로 미-북 협상이 재개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단적인 예로, 오브라이언 보좌관이 미-북 협상 시기로 언급한 것이 내년 7월 도쿄올림픽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지금부터

길게는 9개월 더 제재를 겪으며 미국과의 협상을 기다려야 하는 겁니다.

11월 3일 미국 대선 이후 미-북 관계는 2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북한은 연말 이전에 김여정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하는 한편 종전 선언과 미-북 비핵화 협상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은 영변 핵시설과 미사일 발사 등을 동결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제재를 `스냅백’ 방식으로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CNI)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 국장] ”There is a lot both side offer, they put ICBM test free,,,”

스냅백 방식이란 조건이나 기한을 정해놓고 제재를 풀었다가 이를 위반하면 다시 제재를 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두번째는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북한은 관망세를 유지하며 상황을 지켜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새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설 경우 정책 재검토라고 해서 한반도 정책이 내년 봄이나 돼야 윤곽을 드러낸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민주당 정권이 새로운 인사를 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이유로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북한이 관망세를 취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It should be important for North Korea take lead, take advantage, not just sit back and wait…”

북한으로서는 일단 트럼프 행정부와 종전 선언과 핵 협상을 해놓고, 이것이 다음 행정부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깰 이유가 없고, 바이든이 당선되더라도 그냥 협상을 이어갈 것이기 때문에 대선과 관계 없이 하는 것이 북한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이 경우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와 필요 이상으로 친밀한 모습은 연출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북한 수뇌부가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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