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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 원-달러 환율 또 폭락


김일성 주석의 초상이 인쇄된 북한 지폐. (자료사진)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 대비 북한 원화의 환율이 또다시 폭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위안화 환율은 30%나 떨어졌는데요.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인지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의 원-달러와 중국 위안화에 대한 환율이 최근 폭락세를 보였습니다.

북한전문 매체인 ‘데일리 NK’에 따르면 지난 8일 북한 원화에 대한 중국 위안화 환율은 660원으로 지난 2일(965원)에 비해 32% 폭락했습니다.

같은 날 원-달러 환율도 5천990원으로 엿새만에 16%가량 떨어졌습니다.

북-중 국경 지역의 환율과 물가와 관련해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 ‘아시아 프레스’도 비슷한 변화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 매체에 따르면 6월 4일 기준 1위안에 970원이던 환율이 650원으로 33%나 폭락했습니다. 또 1달러에 6천700원이던 달러화 환율도 5천500원으로 18% 떨어졌습니다.

북한의 환율은 지난 8개월간 두 차례 폭락했습니다. 지난 몇년간 8천원 선을 유지했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0월 말 6천500원으로 20%가량 떨어진 데 이어 올 6월 초 또다시 16%나 하락한 겁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그레이스 오 조지아주립대 교수는 북한 당국이 강력한 외환 통제에 나선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레이스 오 교수] ”There is some sort of artificial controlling of currency value, government...”

환율이 폭락했다는 것은 북한 돈의 가치가 올라갔다는 뜻입니다.

환율은 통상 한 나라의 경제력이나 경제 상황을 반영합니다. 경제가 좋으면 돈의 가치가 올라가고, 반대로 경제 사정이 나쁘면 돈의 가치가 떨어집니다.

그런데 북한의 경우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북한 경제는 지금 국제사회의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그리고 잦은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극심한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북한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정상적입니다. 그런데 돈의 가치가 오르는 (환율 하락)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환율 폭락 배경에 북한 당국의 정책적 개입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 당국이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 환율 문제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외화 확보입니다. 북한은 2018년부터 3년간 기존의 외화 보유고를 활용해 제재를 견뎌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외화 보유고가 바닥을 드러낸 상황입니다.

따라서 환율 개입을 통해 주민들과 돈주들이 갖고 있는 달러화와 위안화를 흡수하려 한다는 겁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울며겨자 먹기로 주민들은 달러를 팔아야 하는 상황이므로 북한 당국으로서는 싼 값에 달러를 국가재정으로 흡수할 수 있는 거지요.”

또 다른 목적은 물가안정입니다. 지난해 1월 북-중 국경이 봉쇄되면서 중국에서 수입되던 조미료, 설탕, 밀가루, 식용유 가격이 5배 이상 폭등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초 1kg에 6천원대였던 설탕 가격이 2만7천800원으로 올랐고, 1만6천500원이었던 조미료는 7만5천900원으로 폭등했습니다.

주민들이 매일 사용하는 생필품인 이들 수입품의 가격 오름세를 방치할 경우 민심이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돈의 가치를 올려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그레이스 오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그레이스 오 교수] “If they import one kilo of sugar from China, North Korean Won price is cheaper…”

세 번째는 시장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입니다.

북한 원화는 지난 2009년 11월 화폐개혁을 계기로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당시 북한 당국은 구화폐와 신화폐를 100대 1로 강제 교환했는데 모든 돈을 바꿔준 것이 아니라 1인당 10만원으로 제한했습니다.

따라서 100만원을 갖고 있었던 사람은 90만원이 `휴지조각'이 됐습니다.

한국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은 당시 달러를 갖고 있던 사람은 괜찮았지만 북한 돈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피해를 봤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동용승 사무총장] ”당시 달러를 갖고 있었던 사람들은 영향을 안 받았고 북한 돈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이 피해를 봤죠, 조금만 바꿔줬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주민들은 북한 돈 대신 달러화나 중국 위안화를 선호하는 것은 물론 장마당에서도 외화가 널리 쓰이게 됐습니다.

북한 당국은 자국 화폐가 외면을 받자 지난 연말부터 외화 사용을 금지하고 나섰습니다.

지난해 10월 말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 당국이 평양의 소매점에서 달러화나 (전자 외화 선불카드인) ‘나래카드’를 받지 않고 원화로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번 환율 폭락도 외화 대신 북한 원화를 쓰게 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How they control market, selling Dollar, selling Yuan…”

하지만 북한 당국이 이런 인위적 조치로 원화의 가치를 끌어 올리고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몇 달 정도는 몰라도 6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이런 정책을 고수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They can force it a little while but not more than six months..”

무엇보다 달러화 또는 위안화를 갖고 있는 돈주와 주민 입장에서 보면 새 환율은 ‘손해’를 의미합니다.

기존의 돈주와 주민들은 과거 1 달러에 8천원을 지불하고 달러화를 사들인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지금 당국의 방침대로 1 달러를 5-6천원에 팔면 달러당 3-4천원의 손해를 보는 셈입니다. 따라서 급한 경우가 아니면 갖고 있는 달러화를 내놓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북한의 환율 폭락을 외화난이 한층 심각해졌다는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북한 당국은 환율을 비롯한 시장활동을 크게 통제하기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외화난이 심해지면서 환율을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가을께 북한의 외화 돈줄이 마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의 대외무역을 관장하는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북한의 대중국 수입액은 26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전 달인 9월의 수입액(1천888만 달러)에 비해 무려 99% 감소한 겁니다.

또 올 2월 말을 기해 불법 해상 환적을 통한 정제유 밀반입도 중단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중국에서 석탄무역업에 종사했던 탈북민 이현승 씨는 외화난으로 인해 석유 수입도 사실상 중단된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ISSUE 614-WKC-ACT7>[녹취: 탈북민 이현승 씨] “외화가 없으니까 석탄 수출이 줄어든 것 때문에 석유를 사올 수 있는 외화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수입량이 줄어들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북한은 지난 3년간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에 비교적 잘 버텨왔습니다. 제재 와중에도 밀가루, 비료, 담배, 술 등 매년 20억 달러 상당의 물품을 중국에서 수입했습니다.

환율도 1달러에 8천원 선으로 비교적 안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환율 폭락에 이어 올 6월 또다시 폭락하는 등 환율 변동폭이 커졌습니다.

북-중 무역의 급격한 축소와 연이은 환율 폭락세는 북한 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지적입니다.

미국과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수뇌부가 날로 악화되는 경제적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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