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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 올해도 식량 100만t 부족 전망


지난해 5월 북한 남포 강서구역 청산협동농장에서 주민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최근 북한에서는 모내기가 시작됐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먹는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는데요. 과연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할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올해 북한의 모내기는 5월 10일 평안남도 남포시 강서구역에 있는 청산리협동농장에서 시작됐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여러 협동농장에서 모내기가 시작됐습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첫 해인 올해 알곡고지를 무조건 점령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모든 문제를 외부의 도움을 받지 말고 ‘자력갱생’으로 해결하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모내기는 첫 관문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모내기를 하려면 4월에 비닐박막을 씌운 모판에 볍씨를 뿌려서 싹을 틔운 뒤에 5월 중순부터 모내기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보온 못자리에 씌울 비닐박막이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비닐박막을 주로 중국에서 수입했는데 코로나 사태로 북-중 국경이 막히면서 비닐이 부족한 겁니다. 북한 텔레비전을 보면 볏짚으로 만든 덮개를 사용하거나 전에 쓰다버린 폐비닐을 재활용하고 있습니다.

또 온실을 만들어 거기에 볍씨를 뿌려 이를 논에 옮겨 심는 방법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다시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현재 농장에서는 영양모와 영양냉상모를 위주로 해서 볏모를 기르고 있는데 확실히 다른 모를 기르는 것과 비교해 봤을때 종자와 모판 자재를 절약하고…”

이앙기, 트랙터같은 농기계도 충분치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모내기를 제대로 하려면 논에 써레질을 하고 밭에는 객토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1년 넘게 북-중 무역을 봉쇄한 결과 농기계 부품을 제대로 수입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무역진흥기구인 코트라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북한 농기계 10대 중 7대가 멈춰있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모내기를 전후로 밑거름을 줘야 하는데 비료 공급도 충분치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의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동북아연구원장은 비료가 충분치 않은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아마 북한이 확보하고 있는 비료가 부족할 겁니다. 보면 3월 수입량이 많지 않고, 4월에 얼마나 수입했는지가 문제인데, 아직 알 수가 없으니까요. 그 양에 따라 (모내기가) 영향을 받을 겁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3월 중국에서 질소비료를 504만 달러어치, 양으로는 1만4천t을 수입했습니다. 또 4월에는1천 290만 달러 상당의 비료를 수입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온과 강수량 등 모내기철의 기상조건이 좋다는 겁니다. 올해는 날씨가 좋은데다 평년에 비해 강수량이 63%로 농업용수는 문제가 없을 전망입니다.

문제는 봄철 ‘보릿고개’에 접어들면서 옥수수(강냉이) 가격이 1천원 이상 오르는 등 식량 가격이 심상치 않다는 겁니다.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인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북한 장마당에서 옥수수 가격은 kg당 1천 900원선이었습니다. 그러나 올 4월 초 옥수수 가격은 2천300원으로 20%가량 올랐습니다.

한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은 북한의 식량 사정이 악화된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주민들은 쌀을 사기 힘들 때 옥수수를 구입했는데, 옥수수 가격이 올랐다는 겁니다.

[녹취: 동용승 사무총장] ”지금이 식량이 부족한 시기인데다, 그동안 중국을 통해 부족분이 50만-100만t 정도가 해소됐는데, 그게 안되니까, 옥수수 가격이 오르는 거지요.”

반면 쌀값은 kg 당 4천-4천 100원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월 9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먹는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녹취: 중방] “총비서 동지께서는 농업을 추켜세우는 것은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결실을 보아여 하며...”

그러나 전문가들은 몇몇 구조적 문제가 계속되는 한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첫째는 비료 부족입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이 연간 필요로 하는 비료량은 58만t(성분기준)이지만 실제로 사용되는 비료는 25만t 정도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비료는 10만t 불과합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이 직면한 문제는 부족한 비료 15만t-20만t을 어떻게 확보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1999년부터 한국이 제공한 비료에 의존했습니다. 한국의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식량난 해결을 위해 쌀과 함께 매년 20-30만t씩 비료를 지원해 왔습니다.

그러나 2010년 북한이 한국 해군 천안함 폭침과 뒤이은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비료 지원은 중단됐습니다.

그 후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매년 7-15만t씩 비료를 받았으나 지금은 유엔의 대북 제재로 인해 상황이 여의치 않습니다.

비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5월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을 가졌지만 정작 이 공장은 비료를 생산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평안남도 안주시에 있는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도 고압밸브와 고압분사기 같은 부품을 수입할 수없어 공장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은 비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북한의 식량난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동용승 사무총장] ”비료가 상당히 부족한데, 화학비료가 넉넉하게 공급이 안되기 때문에 인분,분뇨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그렇다면 내년도 식량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거지요.”

또다른 문제는 영농 방식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집권한 이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28 방침’을 통해 포전담당제를 도입했습니다.

분조제라고도 불리는 이 제도의 핵심은 농민들에게 일한만큼 보상을 주는 겁니다. 예를 들어, 분조제에서는 15t을 생산할 경우 국가에 5t을 납부하고 나머지 10t은 분조원들의 실적에 따라 자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습니다.

분조제 도입 이후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꾸준히 늘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에 따르면 1990년대 말 300만t 수준이었던 곡물 생산은 2012년 465만t, 2013년 492만t을 기록하다가 2014년에는 503만t으로 늘었습니다.

그 후 2017년에는 515만t 을 기록했으나 2018년에는 다시 417만t으로 줄어든 겁니다.

문제는 북한 당국이 당초 약속을 안 지키는 것이라고 탈북민들은 지적합니다. 분조제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생산된 쌀과 강냉이를 약속한 분배 비율로 정확히 나누어야 하는데, 이것이 지켜지지 않은데다 군량미 등을 마구 걷는다는 겁니다.

함경남도 함흥에 살다가 2001년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민 박광일 씨입니다.

[녹취: 박광일]”분조 자율화를 줬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자율화가 이뤄지지 않으니까 열심히 일 해도 가을 수확철이 되면 똑같어요, 정부에서 가져가고 군이 가져가고, 차이가 없어요. 그러니까 일 안하는 거지요.”

북한 경제를 오래 관찰해온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협농농장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1978년 집단농장을 해체하고 가족농을 도입해 생산성이 크게 올라갔는데, 북한도 그래야 한다는 겁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Very simple, decollective, moving to family farm…”

북한은 지난해 중국의 지원을 받아 식량난을 겪지 않고 그럭저럭 넘어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연간 곡물 수요량은 550만t 인데 2019년도 생산량은 464만t에 불과했습니다. 그러자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가을 식량 60만t과 비료를 북한에 지원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발생한 수해와 태풍으로 인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440만t에 그쳤습니다. 따라서 올해도 100만t 이상이 여전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북한이 농업의 누적된 문제와 함께 식량과 비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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