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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의 '자력갱생' 노선, 실현 불가능"


지난 1월 북한 평양에서 노동당 8차 대회가 열렸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집권 10년차에 접어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일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외부 도움 없이 주민들의 허리띠를 졸라매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실현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합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5개월 내내 ‘내부결속’과 ‘자력갱생’을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자력갱생 강조는 지난 1월 5일 평양에서 열린 8차 노동당 대회부터 시작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당 간부 6천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목표가 엄청나게 미달됐다” 며 자체적으로 난관을 돌파하자고 말했습니다.

[녹취: 중방]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 기간이 지난해까지 끝났지만 내세웠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잠수함,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군사정찰위성 등을 개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어 2월 8일부터 사흘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경제 계획과 이행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임명된 지 한 달도 안 된 김두일 당 경제부장을 경질하고 오수용을 임명했습니다.

4월 6일부터 9일까지는 평양에서 노동당 최말단 책임자인 세포 대회를 열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폐회사에서 “고난의 행군을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중방] ”나는 당 중앙위원회부터 시작해 세포비서들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습니다.”

5월 25일에는 노동당 외곽 노동단체인 직업총동맹(직총) 제8차 대회가 평양에서 열렸습니다. 김 위원장은 직총에 보낸 서한에서 “노동계급을 자력갱생의 선봉투사로 준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회의마다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김 위원장이 일관되게 ‘자력갱생’을 강조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 He doesn't have much choice but to try self-reliance policy...”

문제는 북한이 실현하기 힘든 것을 자력갱생의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목표로 “인민생활의 뚜렷한 개선 향상”을 제시하며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을 중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속공업을 선행부문으로 지정한 것은 북한에 풍부한 철광석과 석탄, 그리고 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제철산업과 중화학공업은 워낙 노후화돼 원료, 자재, 전력, 인력을 많이 소비하는 반면 생산성은 낮은 분야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금속공업을 강조한 것은 ‘주체철’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주체철이란 철강 생산에 필요한 코크스를 수입할 수 없게 된 데 따라 무연탄을 활용해 철강을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2009년부터 주체철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서울의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은 북한이 금속공업을 강조하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동용승 사무총장] "북한 금속공업의 기본은 철이고 화학공업은 석탄인데, 철과 석탄은 매장량이 많기 때문에 자력갱생 기반으로 삼겠다는 것인데, 전기와 설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는 거죠.”

북한이 자력갱생 노선의 핵심으로 내세우는 화학공업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북한이 말하는 화학공업은 ‘탄소하나공업’을 말합니다. 탄소하나공업이란 석유 대신 석탄을 가스화시킨 다음 이를 분해, 처리해 에틸렌, 프로필렌, 아크릴 등을 만드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석유 대신 석탄에서 제품 원료를 만드는 겁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에 따르면 탄소하나공업은 2016년 노동당 7차 대회에서 제시된 과제로,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거듭 강조했음에도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김정은 위원장은 올 1월 8차 당 대회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잠수함,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군사정찰위성 등을 조속히 개발하도록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기술력으로는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실현 불가능한 허황된 비전이죠. 핵잠수함은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가진 한국도 10년 내 완성이 어려운데, 북한이 핵잠수함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북한 경제를 오래 관찰해온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1960년대 김일성 주석도 자력갱생은 60-70%만 가능하다고 했다며, 자력갱생은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Even Kim Il-Sung said self-reliance is 60-70%, another words..

북한 정권이 국경 봉쇄와 무리한 자력갱생 노선을 밀어부치면서 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중국과의 국경을 봉쇄했습니다. 그러자 식량, 비료, 밀가루, 설탕, 식용유, 의류같은 생활필수품 수입이 끊겨 일제히 물가가 올랐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국경 봉쇄 이전에 1만 6천 500원 선이었던 조미료는 7만 5천 900원으로, 1㎏에 6천원대였던 설탕은 2만 7천 800원으로 뛰었습니다.

특히 코로나 방역 조치로 주민들은 장마당도 마음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은 일부 장마당은 하루 2시간만 연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가론 국장] “Reports have indicated the markets have been shut down in some cases as little as two hours a day, that the economy could be contracting even further than that.”

엎친데 덮친격으로 식량 가격도 오르고 있습니다.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인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북한 장마당에서 옥수수(강냉이) 가격은 kg당 1천 900원선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4월 초에는 2천 300원으로 20%가량 올랐습니다.

북한의 자력갱생 노선은 경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핵 문제와 연계된 국가전략이라고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말했습니다.

즉, 자력갱생으로 대북 제재를 버텨내고 이를 바탕으로 핵 보유국 지위를 굳히려 한다는 겁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Denuclearization or self reliance I think that’s problem…”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핵과 경제를 모두 가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바라는 것을 모두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경제난을 풀려면 자력갱생 대신 한국을 중재자로 활용해 미-북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문제의 핵심은 하노이로 돌아가는 겁니다.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 조치 조합을 만들어내는 거죠. 이를 조율하기 위해 박지원 국정원장이 미국에 갔고, 양측이 조율하는 것을 한국이 맡고 있고, 북한은 기다리고 있는 거지요.”

북한이 계속 자력갱생 노선을 추구할지, 아니면 한국의 중재로 대미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나설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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