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수입물자소독법' 채택…"무역 봉쇄 일부 해제 사전 조치"


북한 평양.
북한 평양.

북한이 어제(3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수입물자소독법’을 채택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입을 막기 위한 국경 봉쇄를 풀고 무역을 일부 재개하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3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13차 전원회의에서 ‘수입물자소독법’을 채택했다고 4일 보도했습니다.

수입물자소독법은 국경에서 수입물자를 소독하도록 하고 관련 절차와 방법, 질서를 어기면 처벌하도록 한 법으로,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이후 봉쇄했던 국경을 일부 열고 수입 등 무역 재개를 준비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입니다.

또 수입물자소독법 채택은 신종 코로나 유행이 전 세계적으로 소강국면에 접어드는 점을 감안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무역 봉쇄를 풀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보인다며 신종 코로나에 대한 비상방역 상황에서 전면 개방은 아니고 필수 물자 수입을 위한 일부 개방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이미 국경 봉쇄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고요, 완전한 국경 봉쇄로는 지금 한계에 왔다, 인적 교류는 계속 제한할 가능성이 있어요. 그러나 물자 교역 같은 경우는 부분적으로 완화할 필요성에 직면해 있고요.”

탈북민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 소장은 신압록강 대교가 다음달 개통을 위해 준비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며 북-중 교역 재개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북-중 간 새 국경 다리인 신압록강대교는 완공 후 수 년째 개통이 지연되고 있는데, 신종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월쯤부터 다리와 북한 기존도로망을 잇는 연결도로 아스팔트 포장공사가 이뤄졌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말부터 신종 코로나 방역을 위해 국경을 철저하게 봉쇄하면서 사람들 왕래는 물론 수입물품까지 차단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북-중 교역액은 5억 3천 900만 달러 수준으로 전년 대비 80% 넘게 급감했고 그런 탓에 북한 경제난이 심화됐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최근 신의주와 권하 세관에 화물소독용 방역설비를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신종 코로나 사태가 악화되지 않을 경우 이르면 4월에서 6월쯤 소규모 무역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보고서를 만든 이 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인 최장호 박사는 북-중 교역 중단이 이어지면서 금속이나 화학 제품 등 북한 기업소에서 쓸 원부자재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최장호 박사] “수입을 해야 북한 기업소가 돌아갑니다. 그런데 10월부터 문을 닫았기 때문에 이제 원부자재 재고가 많이 소진이 된 상태이고 실제로 북한 내부 기업소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그러니까 산업생산이 둔화되는 문제점이 나오는 것이죠.”

이와 함께 북한 장마당에선 식용유와 설탕, 밀가루, 조미료 등 중국산 수입 식료품들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고 특히 설탕의 경우 킬로그램 당 4천500원 하던 게 지금은 3만원 선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자체 생산한 식량 가격도 춘궁기를 맞아 들썩이고 있다며 옥수수는 킬로그램 당 1천800원 하던 게 3천원에 육박했고 북한 당국이 가격을 통제해 3천원대까지 떨어졌던 쌀값도 킬로그램 당 4천원대 후반까지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조충희 소장은 춘궁기가 다가오고 있는데다 비료를 집중적으로 써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에 북한으로선 이런 필수물자 교역을 가급적 빨리 완화하려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3월부터 5월까지 비료가 제일 많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3월에만 30%, 5월까지 하면 전체 60%가 소비되는 시기거든요. 아마 그래서도 저는 좀 더 빨리 수입물자소독법도 만들고 물자 교역은 좀 더 빨리 이뤄지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죠.”

한국 정부도 북한의 수입물자소독법 채택이 국경 봉쇄 완화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지난해 여러 신종 코로나 방역 조치를 취하면서 나름대로 법제를 정비하는 흐름을 보여왔다”며 “북-중 국경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당국자는 북한의 수입물자소독법과 신종 코로나 백신 도입 계획의 연관성 여부에 대해선 “코백스(COVAX)에서 북한을 비롯한 여러 개발도상국들에 백신 보급 일정과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지만 북한으로의 백신 도입 경로가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국제 백신공급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는 북한에 올 5월까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 백신 170만4천 회 분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