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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대사 "북한 코로나 봉쇄 여파 심각"…유니세프 "5개년 대북프로그램 1년 연장"


8일 북한 평양 거리에 건군절 선전물이 걸려있다.
8일 북한 평양 거리에 건군절 선전물이 걸려있다.

북한에서 국경 봉쇄 장기화로 생필품 대란 등 심각한 경제난이 빚어지고 있다고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가 밝혔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국제기구들의 활동도 사실상 멈춘 가운데 유니세프는 올해 끝나는 5개년 대북 지원 프로그램을 1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북한의 국경 봉쇄 여파가 상당히 심각하다고,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가 8일 밝혔습니다.

마체고라 대사는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북한의 국경 봉쇄 조치로 각종 물품 조달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면서 북한 내 생활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이미 국경을 폐쇄했고, 그 이후 북한에서 출국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입국은 북한인이라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이런 봉쇄 조치가 경제는 물론 주민들의 생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수입 재료, 원자재, 부품 등이 없어 많은 기업이 멈춰서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아이들도 1년 정도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고, 마체고라 대사는 덧붙였습니다.

특히 지난해 8월까지는 비상방역위원회 지도부 특별 결정에 따라 국가에 필수적인 물품은 들여올 수 있었지만, 9월 태풍 이후에는 그마저도 완전히 금지됐다고 말했습니다.

평양에서 밀가루와 설탕 등 기본적인 생필품 조차 사기 어려워졌고, 가까스로 구한다 하더라도 가격이 봉쇄 이전보다 3배에서 4배 정도 올랐다는 겁니다.

여기에다 의약품 부족까지 겪고 있다고 마체고라 대사는 설명했습니다.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 부소장은 9일 VOA에, 북한 내부 상황을 파악할 수 없던 와중에 나온 마체고라 대사의 이번 발언은 북한이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토콜라 부소장] “ The economy of North Korea is in trouble.”

마체고라 대사가 생산이 줄고 교역이 감소했음을 확인해주고 있다는 겁니다.

토콜라 부소장은 또 북한에서 영양실조가 증가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며, 북한 경제가 곤경에 빠졌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가장 먼저 내려야 하는 결정은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제안에 응하는 것이라고 토콜라 부소장은 강조했습니다.

지난 2016년 4월 북한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지난 2016년 4월 북한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북한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 교수도 마체고라 대사가 설명한 상황은 북한 경제가 지난 1990년대 대기근 이후 가장 심각할 것이라는 여러 전문가들의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부품 수입을 못해 북한 남흥에 있는 비료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는 최근 보도와도 일맥상통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Anything sort of complicated and modern, like a fertilizer plants, they need imported parts. And, it is critically hurting their industry.”

브라운 교수는 비료 공장 같이 복잡하고 현대적인 곳들은 부품 수입이 필요하다며, 그렇게 못할 경우 관련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국경을 열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 지도부가 국경 개발을 최대한 늦추려 하겠지만, 농업 생산량과 직결된 비료 산업에 영향 받지 않으려면 국경을 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최근 발간한 ‘북한경제리뷰’ 1월호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북한경제가 대외무역이 80% 이상 급락하고 산업활동이 극도로 침체한 가운데, 시장의 기능마저 크게 약화되고 불안정해지면서 경제활동 전반이 일시에 위축된 것으로 관찰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2017년 대북제재가 본격화한 이후 버티기를 지속한 북한경제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 상황까지 겹치면서 더는 물리적으로 버티기 힘든 상황에 내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1년 넘게 이어진 북한의 전면 봉쇄 조치는 국제사회의 대북 인도적 지원 활동에도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 구호 단체들의 방북이 중단됐을 뿐 아니라 평양에 상주하던 유엔 기구 인력이 거의 철수하면서 기존 활동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엔아동기금(UNICEF. 유니세프)는 2017년 시작돼 올해 말 완료할 예정이던 대북 5개년 지원 프로그램을 내년 말까지 1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유니세프는 최근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nomic and Social Council)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강력한 신종 코로나 방역 조치로 인해 유엔전략계획(UNSF)과 유니세프 국가프로그램에 따른 활동의 이행이 심각하게 지연된 점을 고려해 북한 당국이 현 유엔전략계획의 1년 연장에 동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엔전략계획은 북한 외무성과 유엔 기구, 국제 인도지원 개발기구들이 협의를 통해 도출한 5개년 전략 계획으로, 북한 내 식량과 영양안보, 사회개발 서비스, 복원력과 지속가능성, 데이터와 개발 관리 등 4가지 전략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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