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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월 소비자물가 3.5% 상승, 시장 전망치 상회…하원, 해외정보감시법 연장 실패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식료품점에서 사람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자료사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식료품점에서 사람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자료사진)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3.5%를 기록하며 시장의 전망치를 웃돌았습니다. 물가 반등으로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 연방 하원이 영장 없이 외국인의 통신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해외정보감시법(FISA) 연장에 실패했습니다. 미 환경 당국이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을 수돗물에서 없애기 위해 강화된 수질 관리 기준을 발표했는데요. 관련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미국의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달 물가가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미 노동부는 10일, 지난 3월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한 달 전인 2월의 상승률 3.2%를 웃도는 수준이자 지난해 9월의 3.7%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건데요. 시장의 전망치도 웃돌았습니다. 다우존스와 로이터가 집계한 경제학자들의 전망치는 모두 3.4%였습니다.

진행자) 1년 전과 비교하면 3% 중반의 물가상승률을 보인 거고, 한 달 전과 비교하면 물가가 얼마나 오른 겁니까?

기자) 전달인 2월 대비 상승률은 0.4%입니다. 이 역시 시장 전망치 0.3%를 상회합니다. 또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달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하며 역시 전망치를 웃돌았습니다.

진행자) 물가가 이렇게 오른 이유가 뭘까요?

기자) 주거비와 에너지 비용이 물가 인상을 견인했습니다. 에너지 비용은 2월에 2.3% 오른 데 이어 3월에도 1.1% 올랐습니다. 그리고 CPI 가중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 비용은 전달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했습니다. 다만, 흔히 ‘장바구니 물가’라고 불리는 식품 가격은 전월 대비 0.1%, 전년 동월 대비 2.2%로 그다지 많이 오르진 않았는데요. 하지만 계란 가격은 1년 만에 4.6% 오르며 큰 상승 폭을 보였습니다.

진행자) 미국의 장기적인 물가상승률 추이를 보면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6월 9.1%로 고점을 찍은 이후 둔화 추세를 이어갔고요. 작년 6월 이후 3%대에서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올해 1월엔 3.1%로 내려가면서 2%대 진입을 눈앞에 뒀지만 2월에 다시 3.2%로 반등했는데요. 물가가 좀처럼 2%대로 내려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되는 거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게다가 물가는 이렇게 오르는 데 반해 소득은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시간당 평균 소득은 월간 변동이 없었고요. 1년 전과 비교해 0.6%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진행자) 물가는 일반 국민들도 신경 쓰지만, 물가 추이를 특히 주의 깊게 보는 기관이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바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물가지수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인 2%에 안착했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기준금리 인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그런데 1월과 2월에 이어 3월 들어서도 물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연준이 금리 인하에 좀 더 신중한 자세를 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연준이 올해는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따라서 시장은 연준이 6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해 올해 총 3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하지만 3월 물가지표가 발표되면서 전문가들은 연준이 더 늦게, 그리고 더 적게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퍼스트시티즌스’의 필립 뉴하트 이사는 ‘로이터’ 통신에 “이번 수치가 올해 연준의 (인하) 조치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않지만, 연준이 향후 몇 달 안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확실히 줄였다”고 평가했고요. 시카고상업거래소(CME)는 물가지수 발표 후 연준의 금리 인하가 오는 9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금리 인하에 대한 연준 위원들의 생각을 보여주는 자료가 공개됐군요?

기자) 네, 연준이 지난달 열린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10일 공개했습니다. 바로 이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정하는데요. 지난달 회의에서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회복하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갖게 될 때까지 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기존의 입장에서 큰 차이는 없는 거네요?

기자) 맞습니다. 의사록은 연내 어느 시점이 되면 긴축정책을 완화하는 게 적절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의사록은 "참석자들은 일반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의 지속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주목했으며, 최근 지표가 인플레이션이 2%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확신을 강화하지 못했다는 견해를 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현재 미국의 금리는 어떻게 됩니까?

기자) 연준은 지난달 20일 이틀간의 FOMC 회의를 마무리하며, 미국의 기준금리를 5.25~5.50%로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마지막으로 올린 것은 지난해 7월이고요. 이후 지난해 9월과 11월, 12월에 이어서 올해 1월과 3월까지 5번 연속해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기준금리 발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난 두 달간 울퉁불퉁한(bumpy) 인플레이션을 봤다”며, “이런 것이 더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바로 이 점이 “우리가 신중하게 접근하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3월 물가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밝혔습니까?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미일 정상회담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재확인했는데요. 다만, 시기적으로 한 달 정도 지연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경제와 일자리 창출을 주요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경제에 대한 국민 여론은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3월 물가 지표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한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인플레이션이 돌아왔다. 그리고 극심하다”라며, 연준이 바이든 대통령을 보호하려 하기 때문에 “결코 신뢰할 수 있게 금리를 낮출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10일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10일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미 연방 하원에서 해외 정보 수집과 관련한 주요 법을 연장하려는 노력이 실패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원은 10일 해외정보감시법(FISA)의 만료 시한을 연장하는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지 여부를 묻는 절차투표를 진행했는데요. 찬성 193 대 반대 228로 부결됐습니다. 이로써 해당 법은 본회의에서 논의될 기회가 사라졌고요. 법안 통과를 추진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의 리더십은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진행자)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기에 앞서, FISA가 어떤 법인가요?

기자) 이 법은 미 정부가 해외 국가나 단체, 개인과 관련된 정보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절차를 규정하기 위해 1978년에 제정됐습니다. 특히 이 법 702조는 2001년 9·11테러를 계기로 제정됐는데요. 미국 영토 밖에서 영장 없이 외국인의 통신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해당 법은 원래 작년 말에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작년 12월 통과된 국방수권법안에 FISA 702조의 효력을 올해 4월 19일까지 연장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 법을 둘러싼 논란이 좀 있다고요?

기자) 네, FISA는 미국의 첩보 활동에 필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하지만 몇 해 전 연방수사국(FBI)이 미국인들의 통신 정보까지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702조는 미국 시민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허용하지 않지만, 만약 미국 시민이 외국인 감시 대상과 접촉이 있었다면 미국인에 관한 자료도 조회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비판론자들은 이는 법원의 승인 없이 수집된 증거를 사용해 사람들을 체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며, 불합리한 수색과 관련해 헌법이 보장한 권리에 어긋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 법을 연장하려는 노력이 지금 하원에서 불발됐거든요? 법안에 대한 의원들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공화당은 FISA 702조를 지지하는 입장을 보여온 반면, 민주당은 해당 법이 미국 국민들을 감시하기 위해 너무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런 민주당의 주장에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이 가세한 겁니다. 현재 근소한 차이이긴 하지만 하원 다수당이 공화당인 만큼 공화당 의원들이 전원 찬성했으면 법안이 통과될 수 있었을 텐데요. 10일 표결에서 공화당 강경파 의원 19명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진행자)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이 반대하는 배경이 있을까요?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702조를 없애라고 요구하며 공화당원들에게 압력을 가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표결 전날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그들이 내 대선 캠페인을 염탐했다”며 “FISA 702가 나와 다른 많은 사람에게 불법적으로 사용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공화당 소속인 존슨 의장은 법안 통과를 추진했죠?

기자) 네, 표결 전 존슨 의장은 이번에 상정할 개정판에 미국인을 위한 새로운 보호 조항이 포함됐다며, “이런 개혁은 트럼프 대통령의 캠페인을 염탐하도록 허용한 남용을 실제로 없앨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강경파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진행자) 법의 만료 기한이 4월 19일이면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기자) 네, 존슨 의장은 표결 후 기자들에게 “우리는 재편성해 또 다른 계획을 세울 것”이라며 “FISA 702조가 만료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 이는 국가안보에 너무 중요하며 대부분 의원들이 이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번 부결 사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과, 공화당 내 강경파 의원들과 존슨 의장 간 불화가 여전하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ABC’ 뉴스는 존슨 의장 취임 이후 지난 6개월간 표결에 실패한 사례가 이번이 네 번째라고 보도했습니다.

미 환경보호청(EPA) 산하 환경해결비상대응센터 소속 연구원이 PFAS 검사를 위해 물을 따르고 있다. (자료사진)
미 환경보호청(EPA) 산하 환경해결비상대응센터 소속 연구원이 PFAS 검사를 위해 물을 따르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우리가 매일 쓰고 마시는 수돗물, 깨끗하게 관리해야겠죠? 최근 한국에서는 대구시가 유해 화학물질들을 검사 항목에 추가해 수질 검사를 강화한다고 밝혔는데요. 미국에서도 비슷한 조처가 시행되는군요?

기자) 네, 미 연방 환경보호청(EPA)이 매일 수억 명이 사용하는 수돗물에서 유해한 화학물질을 없애기 위한 조처에 나섰습니다. 미 전역의 수도 시설에서 과불화화합물(PFAS)을 거의 0수준으로 유지하도록 의무화한 건데요. EPA는 10일, 수돗물에서 검출되는 과불화화합물 기준을 기존의 70ppt(ppt: 1조 분의 1)에서 4ppt로 대폭 낮춘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과불화화합물(PFAS)이라는 명칭이 좀 낯선데요. 이게 어떤 화학물질입니까?

기자) 명칭은 낯설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제품이 들어가 있습니다. 과불화화합물은 방수나 내열성, 얼룩 예방 기능이 있어서요. 바닥에 눌어붙지 않는 조리 기구와 방수 옷에서부터 치실, 어린이용 장난감 등 다양한 제품 제조 과정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화학물질이 잔류성 독성 화합물이라는 점인데요. 신체와 환경에서 완전히 분해되지 그대로 축적되기 때문에 과불화화합물을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진행자) 이 물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떤 피해를 주는 건가요?

기자) 과불화화합물에 장기간 노출되면 신장암, 고환암과 같은 각종 암과 비만, 갑상선질환, 콜레스테롤, 간 손상과 같은 질병을 일으킬 수 있고요. 어린이의 발달 지연과 여성들의 출산율 감소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런 위험한 물질이 미국 수돗물에 들어가 있었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지난해 미 지질조사국(USGS)은 보고서를 내고 미 전역 수돗물의 절반 가까이가 과불화화합물(PFAS)에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마이클 리건 EPA 청장은 새로운 규정을 “인생을 바꾸는” 변화라고 표현하며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리건 청장은 10일 “이 조치로 수천 명의 사망을 예방하고 수만 명의 심각한 질병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마침내 영원한 화학 물질의 수도꼭지를 완전히 차단하는 데 한 걸음 가까워졌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환경 당국이 어떤 식으로 유해 물질을 감시할까요?

기자) 미 전역의 수도 시설은 EPA의 새로운 규정에 따라 불화화합물을 감시해야 하고요. 새로운 허용 수준이 초과하는 경우 이를 대중에 알리고 즉각 제거해야 합니다. EAP는 이를 위해 연간 15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수도 시설 쪽에서는 그 비용이 실제로는 배가 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국민들이 수도 요금 인상의 형태로 그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자) 연방 정부 차원의 지원은 없습니까?

기자) 있습니다. 지난 2021년 의회를 통과한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법에 따라 과불화화합물 오염 문제를 해결에 총 90억 달러를 배정됐는데요. EPA는 그중 10억 달러를 각 주 정부가 초기 검사와 개선 작업을 하는 데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PA는 공공 수도 시스템이 3년 동안 모니터링을 진행하게 될 것이고, 과불화화합물을 거르도록 설계된 장비를 구입하고 설치하는 데 추가로 2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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