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미국의 혁신과 문화, 그리고 미국 50개 주 소개까지, 다양한 미국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USA’입니다. 오늘도 김철한 기자와 함께합니다. 김 기자,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볼까요?
기자: 11월에 접어들며 해가 빨리 지고 어둠이 찾아오면 오히려 동네 주민들이 패딩을 입고 나와 환호하며 즐기는 축제죠. ‘야간 빛 축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가을과 겨울철은 해가 일찍 지고 야외 활동이 줄어들기 때문에, 동네 골목 상권이나 야외 문화 시설이 문을 일찍 닫는 대표적인 비수기 계절인데요?
기자: 네. 하지만 미국 내 다수의 지방자치단체와 문화 기획사들은 이 침체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의 공공 공간을 수만 개의 전구로 장식하는 ‘야간 관광(Night Tourism)’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소매협회(NRF)와 행정 통계에 따르면, 연말까지 이어지는 야간 빛 축제 주간 동안 미국인들이 축제장 안팎에서 지출하는 소비 지표는 비수기 내수 상권의 공백을 메워주는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진행자: 밤이 길다는 단점을 역발상으로 활용한 것인데, 실제 사례로 어떤 행사가 있나요?
기자: 네, 뉴욕과 워싱턴 D.C., 그리고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행사가 대표적입니다. 먼저 뉴욕의 경우, 추위가 시작되면 관람객이 급감해 비상이 걸리던 뉴욕 브롱크스 동물원(Bronx Zoo)의 빛 축제를 들 수 있습니다. 동물원 측은 동물들이 잠든 밤 시간을 활용해 동물원 전체를 수백만 개의 유색 LED 조명과 거대한 동물 모양 조형물로 가득 채우는 ‘홀리데이 라이츠(Holiday Lights)’ 축제를 여는데요. 매년 이 시즌에만 무려 40만 명에 육박하는 엄청난 야간 유동 인구를 동네로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워싱턴 D.C. 역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유니언마켓(Union Market) 일대에서 추석 즈음에 아시아 전통 전등을 밝히고 소상공인들이 밤장터를 여는 ‘미드오텀 나이트 마켓(Mid-Autumn Night Market)’을 개최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처럼 조명등 빛 축제 시설물로 계절적 한계를 극복하는 야간 관광 비즈니스는 미 전역의 중소 도시와 교외 상권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전국적인 추세입니다.
진행자: 동물원이나 전통 시장이 야간 조명과 만나 낭만적인 밤의 테마파크로 변신한 셈이군요. 그런데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축제 기간만 되면 온 동네 지도가 바뀔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끄는 빛 축제가 있다면서요?
기자: 네,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Riverside)의 ‘페스티벌 오브 라이츠(Festival of Lights)’입니다. 이곳에 있는 유서 깊은 유산인 ‘미션 인 호텔(Mission Inn Hotel & Spa)’을 중심으로 도심 전체를 무려 1천만 개가 넘는 꼬마전구와 수백 개의 천사 조형물로 온통 도배를 하는데요. 이 축제의 시작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인구 30만 명의 조용한 외곽 도시 리버사이드에 전 세계에서 5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단 몇 주 만에 쏟아져 들어옵니다. 현지 매체와 리버사이드 시의 경제 분석에 따르면, 이 단 하나의 조명 축제가 도시 전체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 효과는 연간 1억3천만 달러에 달합니다. 특히 축제 주간 동안 이 지역 호텔들의 객실은 1박에 수백 달러가 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몇 달 전에 100% 매진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단지 전구 불빛을 켰을 뿐인데 1천300만 달러의 경제 효과를 얻는 거군요. 이런 비즈니스가 미국 보통 가정의 마음을 움직이고 전 세대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문화적 비결은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남녀노소 누구나 지갑 부담 없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따뜻한 정서적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찬 바람을 맞으며 따뜻한 핫초코 한 잔을 손에 들고 가족, 이웃들과 함께 걸으며 추억을 공유하는 소박한 저녁 문화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나 동부 대도시의 밤시장 축제들은 값비싼 최첨단 디지털 미디어 기술 대신, 도심의 오래된 건물과 골목길 위에 따뜻한 전구 불빛을 정성스럽게 엮어내어 '겨울 동화 속 마을'을 연출해 내기도 합니다. 친근한 대중문화적 접근으로 보통 사람들의 향수와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흥행 비결입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 야간 조명 축제의 성공적인 안착이 축제장 울타리 바깥에 있는 인근 지역 상권에는 어떤 효과를 미치나요?
기자: 서민들의 장바구니 경제 지표는 긍정적입니다. 빛 축제를 보기 위해 차를 몰고 찾아온 일반 관광객들은 축제장 내부만 쓱 보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날씨가 춥기 때문에 축제에 들어가기 전이나 후에 인근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고, 동네 식당에서 따뜻한 수프와 저녁 외식을 즐기며, 주변 카페에서 연말용 과자를 소비하는 소비 패턴을 보여줍니다. 실제 캘리포니아주 과세 당국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 빛 축제 시즌 동안 리버사이드 시가 거두어들이는 판매세와 숙박세 수입만 매년 약 4천300만 달러 이상이며, 이 중 상당수가 지역 소상공인들의 매출 30% 증가로 입증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잘 들어봤습니다. 구석구석 USA, 김철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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