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쓴 문학 작품의 긴 역사를 돌아볼 때 그동안 이 이야기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 왔다고 보시나요?
정연봄 박사)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은 20세기 초반부터 영어로 글을 쓰며 미국 독자들과 소통해 왔습니다. 일제 식민 통치 시절에 미국으로 건너와 미국의 도서와 문학적 전통을 접하기 시작한 작가들이 많았는데요. 초기 작품들은 미국 내에서의 소속감 찾기, 일제 식민주의의 경험, 그리고 이들이 몸소 마주해야 했던 첫 태평양 횡단 여정의 의미를 다루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큰 주목을 받은 작가로는 분단 이전 한국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은 강용흘(Younghill Kang)과 김은국(Richard E. Kim) 작가가 있습니다. 일부는 북한 출신이기도 했죠. 이들은 한국전쟁의 비극과 동양에서 서양으로 건너온 삶의 궤적을 글로 풀어냈습니다. 강용흘의 대표작 '동양 선비 서양에 가다(East Goes West)'나 김은국 작가가 자신의 전쟁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순교자(The Martyred)'가 대표적입니다. 20세기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한국전쟁 소설은 후기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독자적인 문학 장르로 자리 잡았습니다. 물론 한국계 작가들뿐 아니라 전쟁의 영향을 받은 미국이나 다른 나라 작가의 작품도 있었지만, 한인 문학은 전쟁과 이주, 분단, 그리고 미국에서의 정착이라는 주제와 매우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현대로 오면서 작가들은 전통적인 '이민자 문학'이라는 범주에만 머물지 않고 판타지, 공상과학, 금융 이야기 등 한층 더 과감하고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실로 풍부한 발전이 이루어진 셈입니다.
앵커) 초기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이 작품에서 주로 다루었던 핵심 주제나 관심사는 무엇이었나요?
정연봄 박사) 제가 지금 책을 한 권 가지고 있는데요, 바로 백광선 (Mary Paik Lee) 작가의 '조용한 오디세이(Quiet Odyssey)'라는 자서전적 소설입니다. 1990년에 출판되었지만, 작가가 어린 시절 북한에서 하와이로 이주한 뒤 캘리포니아 등 미국 서부로 건너간 초기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 시기 작품들은 특히 농촌 지역에서의 '노동'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당시 초기 이민자들에게 실질적으로 주어졌던 유일한 기회가 육체노동이었기 때문입니다. 농장에서의 삶, 백인들이 대다수인 마을과 공동체에서 일하는 경험, 그리고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종종 '중국인'으로 통칭되어 불리는 인종적 오인 속에서 겪은 혼란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인종적 장벽을 헤쳐 나가며, 한인으로서의 정체성과 고국에 대한 향수를 새로운 삶 속에서 어떻게 글로 표현할 것인지가 초기 작가들의 핵심 과제였습니다.
앵커) 한인 문학은 비슷한 시기에 발전한 중국계나 일본계 미국인 문학과 비교할 때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지니고 있습니까?
정연봄 박사) 중국계 미국인 문학 역시 노동과 이민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19세기 대륙횡단철도 노동자들과 ‘중국인 배척법(Chinese Exclusion Act)’이란 법적 장벽 등을 통해 형성된 거죠. 이 법은 남성 노동자들의 입국은 허용하면서, 아내와 가족의 이주를 엄격히 금지했습니다. 이로 인해 제도적인 인종차별과 극심한 독신 남성 사회의 고립을 반영한 문학이 나왔습니다. 일본계 미국인 문학 또한 초기 이민자들의 어려움을 공유하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 수용소(Internment) 생활이라는 결정적인 분기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작가나 등장인물 스스로는 미국인으로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로부터 적으로 규정되어 겪어야 했던 격리와 차별의 고통이 작품 세계를 관통합니다. 반면 한국계 미국인 문학은 전쟁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현재진행형 분단'이라는 독특한 역사적 비극을 담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초기 세대 중에는 분단 전 북한에 뿌리를 둔 이들이 많았습니다. 이들은 정치적으로 단절된, 분열된 한국적 정체성에 속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했으며, 냉전으로 인한 실향 경험으로 정의되는 독특한 디아스포라 의식을 형성하게 됐습니다.
앵커) 세대가 바뀌면서 한국계 미국인 문학의 주된 관심사는 어떻게 변화하기 시작했나요?
정연봄 박사) 작가들은 고립돼서 글을 쓰지 않습니다. 작가들의 작품은 독자들과의 소통이나 독서 시장을 반영합니다. 20세기 중반에는 작품에 대한 평가가 매우 개별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김은국 작가의 ‘순교자’는 광범위한 찬사를 받았으며 필립 로스(Philip Roth)가 찬사를 보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작품의 성공은 정체성 범주보다는 책 자체의 보편적인 문학적 가치에 주로 좌우되었습니다.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에 이르러, 이른바 ‘민족적 정전(ethnic canon)’, 즉 소수민족 문학 규범의 부상은 이 분야를 변화시켰습니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작품은 대학과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제도적으로 편입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작가들은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를 대변하고 더 넓은 대중을 대상으로 이민자 정체성의 미묘한 차이를 더 정교하게 표현하게 됐습니다.
앵커) 오늘날 한국계 미국 문학이 주류 출판계와 글로벌 문화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이러한 관심이 높아진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정연봄 박사) 한국계 미국 문학에 있어서 지금이 엄청나게 역동적인 순간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어느 큰 서점에 가더라도 한국계 문학 작품을 보게 됩니다. 한강과 같은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작가 덕분에 번역된 한국 문학이 전 세계적으로 더 알려지면서 더욱 촉진된 점도 있습니다.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라는 문화 현상이 의심할 여지 없이 더 많은 독자를 문학 작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거기에 이민진 같은 작가들은 대중적 플랫폼을 만들고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데 정말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동시대 디아스포라 작가들이 특히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들이 역사적 기억에 깊이 파고든다는 점입니다. 작가들은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IMF)부터 제주 4·3 사건, 광주 민주화 운동에 이르기까지 현대의 트라우마적 사건들에 관해 광범위한 기록물 조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제주와 서울의 추모 공간을 방문하며 자신들의 소설을 역사적 사실에 근거시킵니다. 미국 독자들은 이러한 트라우마적 이정표들이 미국 외교 정책과 냉전 역사와 깊이 얽혀 있음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앵커)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의 작품이 한국 국내 문단이나 출판 시장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나요?
정연봄 박사) 물론 그렇습니다. 역동적이고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최근 서울을 방문했을 때, 저는 한국 문학계에서 디아스포라 문학을 한국 문학의 더 넓은 정의 속에 어떻게 공식적으로 편입시킬 것인가를 두고 벌어지는 활발한 토론을 목격했습니다.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가 거둔 국제적 성공에 이어, 김주혜 (Juhea Kim) 작가와 같은 신진 한인 미국인 소설가들이 한국 문학계를 순회하며 광범위한 언론 보도를 끌어냈습니다. 디아스포라 도서가 기록적인 숫자로 한국어로 번역되고 있으며, 저자들은 자신들의 조상의 고향에 있는 독자들과 연결되기를 열망하고 있습니다. 독서 열기가 대단한 한국 독자들이 수준 높은 소설에 강한 관심을 보임에 따라,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과 한국 내 독자들 사이의 상호 교류(cross-pollination)는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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