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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국 선박 북한 인근 해역서 28시간 사라져…대북제재 위반 의혹


씨씨 나인호가 북한 인근 해역에 남긴 항적. 씨씨 나인호가 약 28시간 동안 사라진 동안 항적은 점선으로 표시돼 있다. 자료=MarineTraffic
씨씨 나인호가 북한 인근 해역에 남긴 항적. 씨씨 나인호가 약 28시간 동안 사라진 동안 항적은 점선으로 표시돼 있다. 자료=MarineTraffic

제3국 선박이 북한 인근 해상에서 하루 이상 사라졌다 다시 등장했습니다. 신호 장치를 끄고 북한에 입항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대북제재 위반 의혹이 제기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제3국 선박 북한 인근 해역서 28시간 사라져…대북제재 위반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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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항적을 보인 선박은 팔라우 선적의 씨씨 나인(C Sea Nine)호입니다.

중량톤수 2천879t의 화물선인 씨씨 나인호는 현지 시각 지난달 26일 타이완 해역을 출항해 29일 오후 1시경 황해남도 장산곶에서 북서쪽으로 약 24km 떨어진 지점에 도달한 뒤 지도상에서 사라졌습니다.

이는 씨씨 나인호가 북한 해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선박의 위치정보를 발신하는 자동식별장치(AIS)를 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씨씨 나인호가 다시 지도상에 나타난 것은 약 하루 뒤인 30일 오후 5시입니다. 전날 자취를 감춘 곳에서 북쪽으로 약 19km 떨어진 지점에서 위치 신호를 발신한 것입니다.

이후 씨씨 나인호는 현지 시각 1일 새벽 4시 현재 계속 남쪽 방향으로 이동 중입니다.

씨씨 나인호가 약 28시간 동안 어디로 향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씨씨 나인호는 AIS 장치를 통해 자신의 목적지를 북한 남포항으로 신고했습니다. 또한 위치 신호를 끄기 전까지 뱃머리를 북한 남포 쪽을 향한 점 등으로 볼 때 씨씨 나인호는 약 28시간 동안 북한 항구에 기항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씨씨 나인호가 어떤 이유에서 AIS를 끄고 운항했는지 의문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국제 수역을 운항하는 선박들이 AIS를 상시 켜두고 운항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따라서 씨씨 나인호의 이 같은 운행은 IMO 규정 위반입니다.

특히 과거 대북제재를 위반한 선박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만큼 씨씨 나인호의 대북제재 위반 의혹도 제기됩니다.

더 이호의 지난 1년 간 항적. 입항한 항구가 중국 웨이하이와 부산 등 단 2곳에 불과하다. 자료=MarineTraffic
더 이호의 지난 1년 간 항적. 입항한 항구가 중국 웨이하이와 부산 등 단 2곳에 불과하다. 자료=MarineTraffic

최근 한국 정부는 전남 여수항 인근 해상에서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더 이호를 나포했습니다.

더 이호는 나포되기 전까지 약 58일 간 AIS 신호를 발신하지 않았는데 이 때 북한 남포에 들러 무연탄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닐 와츠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위원.
닐 와츠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위원.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지난달 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불법 활동을 하는 선박은 북한 해안에서 50~70마일 이내로 접근하면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꺼버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기록만으로는 선박이 제재 회피를 위해 북한 관할의 제한 수역에 들어가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What normally happens is that vessels engaged in illegal activity usually switch off the AIS when they get to within 50 to 70 miles of the North Korean coast. So, when you look at the records, it may look like the vessel has not entered into restricted waters, which is the jurisdiction of North Korea to carry out sanctions circumvention.”

실제로 VOA는 북러 무기 거래 현장으로 지목된 북한 라진항에서 위성사진을 통해 대형 선박의 입출항 장면을 확인했지만, AIS 자료에 근거한 마린트래픽 지도에서 이들 선박을 단 한 척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북러 무기 거래에 동원된 것으로 의심되는 러시아 선박이 AIS를 끄고 라진항을 드나들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나타샤 브라운 IMO 언론정보 서비스 담당관은 지난해 10월 러시아 선박이 AIS를 끄고 운항한다는 VOA의 지적에 “선박이 항해 중이거나 정박 중일 때 AIS를 항상 작동시켜야 한다는 지침은 매우 명확하다”고 확인했습니다.

[브라운 담당관] “The guidelines are very clear - AIS should always be in operation when ships are underway or at anchor. If the master believes that the continual operation of AIS might compromise the safety or security of his/her ship or where security incidents are imminent, the AIS may be switched off.

다만 “선장이 AIS의 지속적인 작동이 선박의 안전 혹은 보안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하거나 보안 사고가 임박했다고 판단하는 경우 AIS를 끌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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