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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유조선 수상한 행보 계속...위치 숨긴 채 중국행


지난 2018년 8월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북한 선박 남산8호 사진.
지난 2018년 8월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북한 선박 남산8호 사진.

유엔 제재를 받는 북한 유조선 2척이 잇달아 동중국해에 출몰해 주목됩니다. 둘 다 위치를 숨긴 채 중국 영해까지 수 백 km를 항해했는데, 선박 간 환적 등 불법 행위가 의심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유조선 수상한 행보 계속...위치 숨긴 채 중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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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움직임을 보인 선박은 유엔 제재 대상 선박인 남산8호입니다.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남산8호는 현지 시각 3월 23일 북한 서해상을 벗어나 중국 방면으로 향하며 약 2시간 동안 위치를 노출했습니다.

이 선박은 이후 마린트래픽 지도에서 사라졌는데, 위치 정보를 외부로 발신하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남산8호가 다시 포착된 건 자취를 감춘 지 약 일주일만인 지난달 29일입니다. 위치는 마지막으로 신호가 끊긴 지점에서 남쪽으로 약 780km 떨어진 상하이 인근 동중국해 해상입니다.

이후 다시 북한 서해 방면을 향해 북상한 남산8호는 31일 중국 산둥성 인근 바다에서 북한 서해 쪽으로 뱃머리를 돌리는 모습을 끝으로 다시 레이더망에서 사라졌습니다.

북한 유조선 남산8호의 최근 항적. 중간중간 위치 신호 장치를 끈 채 동중국해를 다녀온 사실을 알 수 있다. 자료=MarineTraffic
북한 유조선 남산8호의 최근 항적. 중간중간 위치 신호 장치를 끈 채 동중국해를 다녀온 사실을 알 수 있다. 자료=MarineTraffic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2018년 3월 불법 선박 간 환적에 연루된 남산8호 등 27척의 북한 선박을 제재했습니다.

특히 남산8호를 포함한 13척에는 자산 동결과 입항 금지 조치를 모두 취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자산 동결이나 입항 금지 혹은 선적 취소 등을 명령한 다른 선박에 대한 제재보다 더 강도 높은 조치였습니다.

이처럼 국제사회 제재로 사실상 운항이 금지된 남산8호가 이번에 동중국해로 향하는 모습은 국제 제재망의 주의를 끌 만합니다. 공해상 선박 간 환적 등 불법 행위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난 2018년 8월 동중국해에서 북한 유조선 남산8호가 국적 불명 선박 간이 나란히 붙어 있는 사진을 일본 방위성이 공개했다.
지난 2018년 8월 동중국해에서 북한 유조선 남산8호가 국적 불명 선박 간이 나란히 붙어 있는 사진을 일본 방위성이 공개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최근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지난해 6월 3일 남산 8호가 최대 2천835t에 달하는 정제유 제품을 북한 남포에 하역했다며 관련 위성사진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남산8호가 공해상 등에서 불법으로 유류를 획득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의심스러운 선박은 또 있습니다.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지난 3월 9일 남포를 떠나 서해 방면으로 운항하던 북한 유조선 청룡산호는 10일 북한과 중국 중간 해역에서 남쪽으로 뱃머리를 돌리는 모습을 끝으로 지도에서 사라졌습니다.

이후 20여 일이 지난 3일 동중국해 해상에 출현해 다음 날까지 북상하다가 또다시 자취를 감췄습니다.

북한 유조선 청룡산호의 수상한 항적. IMO 번호를 감춘 채 중국 앞바다를 다녀왔다. 자료=MarineTraffic
북한 유조선 청룡산호의 수상한 항적. IMO 번호를 감춘 채 중국 앞바다를 다녀왔다. 자료=MarineTraffic

이 선박은 국제해사기구(IMO)의 고유 번호 대신 언제든 변경 가능한 해상이동업무식별번호(MMSI)를 통해 위치 정보가 파악됐습니다.

이는 청룡산호가 의도적으로 IMO 번호를 감춘 채 운항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선박이 국제해사기구에 등록되는 시점에 부여되는 IMO 번호는 마치 한국의 주민등록번호처럼 선박의 소유주나 기국이 변경되더라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반면 MMSI는 선박의 등록 국가가 부여하며 언제든 새 번호로 바꿀 수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유엔 안보리와 유엔 회원국들은 처음에 정해지면 폐선 때까지 달고 다녀야 하는 IMO 번호로 북한 선박을 식별해 왔습니다.

따라서 MMSI 번호만을 발신한 청룡산호에 대해 현재로선 선적이 ‘북한’이라는 것 외에 과거 행적이나 제재 여부 등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없습니다.

여기에 지난 20여 일의 항적까지 외부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이 선박에 대한 의구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선박 전문가인 우창해운의 이동근 대표는 VOA에 “정상적인 선박으로 국제 항행을 할 땐 두 가지 번호(IMO, MMSI)가 필수이지만, 이미 제재 대상 선박이거나 선박의 신분을 구태여 나타낼 필요가 없는 경우엔 이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다만 IMO는 감추면서 굳이 MMSI를 공개한 데 대해선 “비상시 유일한 연락 수단이기 때문에 가동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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