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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전쟁, 러시아로 되돌아간다" 본토 공격 공식화...우크라이나 "미국과 안전보장 관련 협상 개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자료사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자료사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본토의 주요시설을 공격하겠다고 30일 공식 경고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전쟁은 러시아의 영토, 상징적 중심지, 군사기지로 서서히 되돌아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은 "불가피하고 자연스러우며 지극히 공정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무인항공기(드론) 공습이 이뤄진 지 몇시간 뒤에 나왔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모스크바 서부에서 사무실과 상가로 쓰이는 건물이 타격을 받았다고 발표하고, 드론 3대가 요격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요격 장소는 ‘모스크바 시티' 경제지역으로, 모스크바 내에 고층건물이 밀집한 곳입니다.

타스 통신은 50층 건물의 5층과 6층이 파손됐으나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이날 보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즉각 공격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유리 이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요즘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곳곳엔 항상 뭔가 날아다니는 게 생겼다"면서 "이제 전쟁은 이를 걱정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러시아 당국은 (드론을) 전부 요격했다고 말하면서 이런 상황을 애써 못 본 척하기를 원하지만, 뭔가는 실제로 타격을 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드론 공습 더 자주 있을 것"

우크라이나 군수 조달을 총괄하는 미하일로 페드로우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러시아 점령지를 탈환하기 위한 '대반격' 수행 과정에서 드론 공습이 더 자주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4일에도 모스크바 시내 국방부 청사에서 약 2km 떨어진 지역의 비주거용 건물에 드론 공습을 가했습니다.

모스크바를 겨냥한 잇단 드론 공습에서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동요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 "미국과 안보 보장 관련 협의 이번주 시작"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안보를 보장받기 위해 미국과 협의를 시작한다고 안드리 예르막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이 30일 발표했습니다.

예르막 실장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우리는 (이번주) 미국과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안드리 예르막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 (자료사진)
안드리 예르막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 (자료사진)

이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은 미래에 러시아의 침략을 물리치고 억제할 능력을 갖추기 위한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의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보장은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 지위를 확보할 때까지 유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는 나토 사무국에 가입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같은해 가을, 러시아가 4대 점령지를 병합 처리한 뒤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토 신속 가입 절차를 진행한다는 영상메시지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나토는 우크라이나의 가입 원칙을 확인하면서도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테두리 안에 들어가면, 집단방위 원칙에 따라 러시아를 상대로 확전하는 양상이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에 관해 명확한 답을 달라고 요구해왔습니다.

■ 러시아 또 핵 위협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성공한다면 러시아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이 30일 위협했습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이날 '러시아 해군의 날'을 맞아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러시아 영토를 점령하는데 성공한다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우리 군인들은 집단적인 적들의 반격을 막아내면서 우리 국민과 땅을 지키고 있다"면서 "동시에 국제 분쟁도 예방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 (자료사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 (자료사진)

아울러 "만일 우크라이나 '반데로프주의자'들의 공격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지원으로 성공해 우리 땅의 일부를 점령했다고 상상해 보라"면서 "그러면 우리는 2020년 6월2일 발령된 대통령령에 따라 핵무기를 사용해야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민족주의 세력을 지칭하는 데 '네오 나치' 또는 '반데로프주의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데로프주의자'는 우크라이나의 극우 민족주의 지도자인 스테판 반데라의 추종자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반데라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와 협력해 파시스트 이데올로기를 옹호하고 폴란드인 학살에 가담해 '전쟁 범죄자'로 비판받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일부 세력에게는 '독립 영웅'으로 존경받고 있습니다.

■ '핵억지력 분야 국가정책 요강'

메드베데프 부의장이 이날 언급한 대통령령은 2020년 6월 발령된 '핵억지력 분야 국가정책 요강'을 지칭합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해당 대통령령에서 러시아와 동맹국 영토에 대한 핵무기나 대량살상무기 공격, 러시아의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재래식 무기 공격 등의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이런 사실을 거론하며 "적들은 러시아 군인들을 숭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그들(러시아군)은 세계적 핵의 불길이 타오르는 것을 막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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