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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러 밀착에 미한일 안보 협력 강화… 8월 정상회의 3국 공조 분수령될 듯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르게이 쇼이구(왼쪽)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27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 열병식 도중 거수경례하고 있다. 오른쪽은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28일) 보도한 장면. (자료사진)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르게이 쇼이구(왼쪽)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27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 열병식 도중 거수경례하고 있다. 오른쪽은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28일) 보도한 장면. (자료사진)

북한이 이른바 ‘전승절’ 행사를 통해 중국, 러시아와의 결속을 다진 데 대응해 미한일 안보협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입니다. 8월 미국에서 열리는 미한일 정상회의는 권위주의 진영에 맞선 3각 공조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최근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을 일컫는 이른바 ‘전승절’ 기념행사를 중국, 러시아와 밀착을 과시하는 무대로 적극 활용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전승절을 계기로 중러 대표단과 평양에서 가진 교류를 통해 현재의 국제 정세에 중러와 공동 대응하겠다는 반미, 반서방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발신했습니다.

이런 북중러의 밀착에 대응해 미한일 안보협력도 밀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특히 다음달 18일 미 워싱턴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미한일 정상회의는 한반도를 무대로 한 권위주의 진영의 결속이 더 강화되는 흐름을 경계하며 대응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이 전승절 기간 중 의도적으로 러시아와 국방 분야 협력 강화를 부각시킨 점에 주목하면서 미한일 정상회의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이호령 안보전략연구센터장입니다.

[녹취: 이호령 센터장] “러시아가 북한에게 하이테크 기술을 더 주는 게 아니냐, 아니면 항공 등 북한 취약 분야를 러시아가 제공하는 게 아니냐, 여기에 대한 정보 협력이라든지 관련된 정세 평가라든지 또 유사시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어떻게 대응책을 마련할지 이런 게 보다 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전승절 기간 내내 러시아 군사대표단 단장으로 참가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무기전시회를 둘러보는 등 일정을 함께 했고 북한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지난 26일 면담에선 “국방안전 분야에서 상호 관심사와 지역, 국제안보 환경에 대한 평가와 의견을 교환했고 견해일치를 봤다”고 북한 매체들이 전했습니다.

미한일은 오는 정상회의에서 북중러 권위주의 진영에 맞선 강력한 공조 의지를 표명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3국 정상의 성명 발표나 미한일 정상회의 정례화 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중러의 밀착은 한일 관계 개선을 추동하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세계 지도자들과 역사적 합의를 끌어낸 캠프 데이비드에서 미한일 정상들이 대북 확장억제는 물론 중러의 위협에 대처하는 공동의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별도로 미국에서 초청해서 또 상징성 있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나기 때문에 이름이 어떻게 될진 모르지만 북한을 향한 또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된 또 세계 안보 상황에 한미일이 어떻게 함께 대처해 나갈 것인가 이런 문제를 담은 그런 성명이 나올 걸로 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승절을 통해 미한일 대 북중러의 대립구도를 선명하게 만들려는 의도를 드러냈지만 북중러의 협력 관계가 실질적으로 강화될지에 대해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러시아의 대북한 군사기술 지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기술적 진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군사정찰위성,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개발 등에 대한 러시아의 기술적 지원이 이뤄질 경우 북한 핵과 미사일의 실질적 위협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러시아가 국익 차원에서 북한에 핵심 기술을 넘겨주긴 어렵다며 더욱이 북러 모두 국제사회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 협력을 드러내놓고 하기엔 부담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신냉전 구도에 한미일에 맞서는 구도를 만들어 중국과 러시아에 힘을 실어주고 아마도 경제적인 부분, 식량이나 에너지, 자원 부분에선 러시아가 분명한 나라죠.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자기들의 경제발전에 필요한 도움을 받겠다, 그게 지금은 더 무게를 두고 봐야 할 부분일 것 같아요.”

이번 전승절 행사를 통해 북중 간 걸끄런 관계가 노출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우군 찾기에 급급해진 러시아와 달리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해야 하는 중국은 북한의 핵 위협 고도화를 반길 수 만은 없는 입장이고 이 때문에 전승절에 보낸 대표단장의 급을 전국인민대표회의 부위원장으로 낮췄다는 설명입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지금 북한은 미국과 극한의 대치국면으로 가는 상황이지만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이 점에선 양측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죠, 그러니까 이번에 대표단의 급을 낮춘 게 그 원인이라고 보여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그림에서 볼 땐 한 배 안에 탔다, 의존도로 볼 땐 아직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90% 이상이다, 러시아는 가능성일 뿐이다라고 볼 수 있죠.”

한편 미한일 정상회담과 함께 하반기 연례 연합군사연습 을지프리덤실드(UFS)가 8월에 예정돼 있어 북한이 이를 구실로 ‘말폭탄’과 도발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홍민 실장은 북한의 이번 열병식은 등장 무기와 참가 인원 규모 면에서 지난해 4〮25 열병식에 비해 60~70% 수준이었지만 핵심적인 전략 전술 핵무기들을 등장시키며 향후 대미 대남 무력대응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공세성’은 한층 강경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이호령 센터장은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그나마 신무기로 미 첨단무인기 모양을 본뜬 드론을 공개했지만 성능에 대한 의심이 크다며 북한이 새 전략도발 카드가 마땅치 않다면 사이버 공격 등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8월에는 한미 연합연습을 준비하고 있고, 정부와 군의 군사연습을 연계해서 시행한다”며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을 주시하며 필요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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