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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중국 중고 선박 추가 구매 정황...올해만 8척 북한 깃발 달아


한 때 한국의 ‘대호 선라이즈’호와 ‘우정’호였던 북한 선박 '신평5호'가 지난해 4월 북한 남포항 유류시설 부두에 정박했다. 사진 출처 = 유엔 전문가패널 보고서.
한 때 한국의 ‘대호 선라이즈’호와 ‘우정’호였던 북한 선박 '신평5호'가 지난해 4월 북한 남포항 유류시설 부두에 정박했다. 사진 출처 = 유엔 전문가패널 보고서.

북한이 또다시 중국에서 중고 선박을 구매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유엔 제재에도 불구하고 올해만 벌써 8척의 선박이 중국에서 북한으로 선적이 변경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새롭게 북한 선적을 취득한 선박은 ‘송님5(Song Nim 5)’호입니다.

VOA가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을 조회한 결과 최근까지 중국 깃발의 ‘왕하오1’호였던 이 선박은 2023년 5월 선적과 이름을 각각 북한과 송님5호로 등록했습니다.

송님 5호는 중량톤수 2천972t의 중소형 화물선으로 건조연도는 2005년입니다.

건조 첫해 ‘창푸타이’호로 운항을 시작했으며 2021년 12월 ‘왕하오1호’로 이름을 변경한 기록이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선적으로 다시 태어난 2023년 5월 이전까진 줄곧 중국 선박이었습니다.

송님5호를 IMO에 등록한 주체는 평양 락랑구역 종백1동 소재 ‘설봉산 쉬핑’으로, IMO는 이 회사의 송님5호 소유 시점을 5월 1일부터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설봉산 쉬핑’은 현재 송님5호를 비롯해 모두 3척의 선박을 소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4천221t 급 화물선인 ‘송님9’호의 소유주로 등록됐는데, 이 선박 역시 2023년 3월 이전까진 중국 선박이었습니다.

종합하면 북한은 올해 ‘설봉산 쉬핑’을 통해 2척의 중국 선박을 구매한 뒤 이를 IMO에 등록한 것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위장회사를 동원해 중국은 물론 한국과 타이완 회사 소유의 중고 선박을 구매해 공해상 선박 간 환적 등 불법 행위에 동원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앞서 VOA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을 조회해 중국 선박 6척이 올해 북한 깃발을 달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올해 초까지 중국 선적이었던 ‘신홍샹77’호는 2023년 4월 북한 깃발의 ‘태령3’호로 등록됐으며, 지난달엔 ‘덕성’호와 ‘황룡산’호가 중국에서 북한으로 선적을 바꿨습니다.

또 북한은 올해 1월엔 ‘향산’호를, 2월엔 ‘태자봉’과 ‘금강1’호를 각각 신규 북한 선박이라며 GISIS에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2척이 추가되면서 북한이 올해 자국 선박으로 등록한 중국 중고 선박은 모두 8척으로 늘었습니다.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최근 공개된 연례보고서에서 2022년 한 해 동안 북한이 ‘락원1(안하이6)’호 등 총 6척의 신규 선박을 등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는 불과 5개월만에 이보다 2척 많은 수의 선박을 사들인 것입니다.

이본 유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 조정관 대행은 15일 북한의 중고 선박 취득과 관련한 VOA의 이메일 질의에 “앞선 전문가패널 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듯 북한은 안보리 결의에 의해 금지된 선박 취득에 관여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유 조정관 대행] “As you may be aware from past Panel reports, the DPRK has been engaged in vessel acquisition, prohibited under the relevant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The Panel continues to monitor and investigate on-going vessel transfers to the DPRK and would report on its findings.”

그러면서 “전문가패널은 현재 진행 중인 북한으로의 선박 이전 문제를 계속해서 감시하고 조사할 것이고, 그 결과를 (안보리에)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북한의 중국 중고 선박 구매 문제와 관련해 최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중국이 북한으로의 선박 이전과 관련한 수문을 개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2020년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시도한 이후부터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 보고서에서 볼 수 있듯 중국 영해에서 혹은 중국 영해를 통과하며 발생하는 제재 위반 사례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중국 중고 선박 구매 행위가 최근 급증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선박의 크기가 대부분 2천~3천t 급이라는 점과 2000년대에 건조됐다는 점으로 볼 때 사용 기한이 20년을 넘지 않은 중소형 선박을 집중적으로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선박 전문가인 우창해운의 이동근 대표는 지난해 VOA에 북한이 노후화된 1만t급 이하 중소형 선박을 그나마 덜 노후화된 중고 선박으로 대체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특히 “선박이 오래되면 도저히 고쳐 쓸 수 없는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며 1만t급 이하 선박 거래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건조된 지 40년이 넘은 선박을 운용해 왔지만 최근 이들 선박의 포착 횟수는 크게 줄었습니다.

대신 북한이 구매한 선박 중 일부는 이미 운항에 투입돼 중국 항구 등에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자료에는 올해 2월 중국에서 북한으로 선적이 바뀐 ‘금강1’호가 지난 9일 중국 웨이하이 항에서 북쪽으로 약 54km 떨어진 지점에서 북한 방면으로 향하는 장면이 나타납니다.

또 올해 3월부터 북한 깃발을 단 ‘덕성’호도 지난 1일 같은 지점을 운항하는 모습을 끝으로 레이더망에서 사라졌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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