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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선박으로 탈바꿈한 한국 중고 선박 7척…한국 정부 “업계에 주의 당부”


황해도 대동강변에 있는 송림항. 여러 대의 대형 선박이 석탄을 싣고 있다. 구글어스.
황해도 대동강변에 있는 송림항. 여러 대의 대형 선박이 석탄을 싣고 있다. 구글어스.

한국 정부가 자국 해운업계에 중고 선박 거래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 가운데 최소 7척의 한국 선박이 최근 3년 사이 북한 깃발을 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임 문재인 정부 때 횡행하던 북한의 한국 중고 선박 구매 행위가 윤석열 정부에서 근절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2019년과 2021년 사이 한국 소유 중고 선박을 집중적으로 매입했습니다.

중국 혹은 홍콩의 위장회사가 한국 사업자와 매매 계약을 체결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 깃발을 단 한국 선박이 국제 해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실제로 이 기간 북한이 매입한 중고 선박은 최소 9척이며, 이 중 7척이 과거 한국 깃발을 달았거나 한국 회사 소유였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 2019년 12월 한국 인천항을 떠난 지 불과 9일 만에 북한 송림항에서 발견돼 논란이 일었던 한국의 ‘리홍’호는 북한 자성무역회사의 ‘도명’호로 탈바꿈했습니다.

같은 해 북한으로 벤츠 차량 등을 옮기며 제재 위반에 연루됐던 ‘지유안’호는 불법행위 포착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한국 깃발을 달았던 ‘서니 시더’호였고, 2020년 10월부터 북한 선적을 갖게 된 ‘수령산’호도 같은 해 7월 16일까지 한국의 한 해운회사가 선주였습니다.

또 한국인이 운영주로 있던 ‘안하이 6’호는 올해 5월 부산항을 떠난 뒤 약 4개월 만에 북한 선적의 ‘락원 1’호가 돼 나타났습니다.

그 밖에도 VOA는 지난 3월 발행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연례보고서를 인용해 현재 북한 소유가 된 유조선 ‘오션 스카이’호와 ‘신평 5’호가 매각 직전까지 한국 깃발을 단 한국 선박이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지난 몇 년간 수십 차례의 대북제재 위반 행위가 포착된 선적 미상의 ‘뉴콘크’호도 한 때 한국 선박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는데, 매각을 위해 한국을 떠나면서 차항지를 ‘북한’으로 보고했지만 어떤 제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파장이 일었습니다.

이처럼 한국 선박이 북한 선박이 돼 나타나는 경우가 최근 몇 년간 빈번해지면서 한국 외교부는 한국 외항선사 보안담당자 등 16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현지 시각 29일 보도자료에서 한국 해운업계가 북한의 해상부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 행위에 연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날 대면 계도를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해상부문 안보리 결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중고 선박 판매시 유의사항과 결의 위반 연루 시 선박 억류 등으로 인한 피해 발생 가능성 등을 안내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북한이 불법 해상환적 등 제재 회피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최근 중고 선박을 불법 취득하는 추세를 감안해 한국 해운업계를 대상으로 한 더욱 적극적인 계도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중고 선박이 연루된 대북제재 위반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를 계기로 북한의 한국 중고 선박 매입이 근절될지 주목됩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위장회사를 동원해 중고 선박을 구매했으며, 이후 이를 공해상 선박 간 환적 등 불법행위에 동원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구매한 선박의 가격이 수백만 달러에 이른다는 점에서 북한이 이 자금을 어떻게 조달했는지 의문입니다.

북한 깃발을 단 한국 선박은 모두 1만t급 이하 중소형 화물선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선박 업계는 북한이 노후화된 1만t급 자체 선박을 그나마 덜 노후화된 중고 선박으로 대체하려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선박 전문가인 우창해운의 이동근 대표는 지난 4월 VOA에 “선박이 오래되면 도저히 고쳐 쓸 수 없는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며 1만t 이하 선박 거래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동근 대표] “북한이 필요로 하는 선박의 사이즈는 보통 1만t 이하, 이 사이즈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 크기 (선박의) 매매가 이뤄질 때는 당국과 선박 판매자가 자금 출처 등을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이런 전력이 있는 회사에 대해선 법적 제재할 필요가 있겠죠.”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에릭 펜튼 보크 조정관은 지난 10월 북한의 중고 선박 구매와 관련한 VOA 보도와 관련해 “전문가패널은 소유권 전환 과정은 물론 구매 혹은 (소유권) 변경에 관여한 주체의 네트워크를 감시하는 데 있어 한국 당국과 긴밀히 협력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전문가패널의 최신 보고서 또한 북한과 연계된 브로커들에게 무심코 선박을 팔지 않도록 선박 판매자들을 도울 여러 권고 사안을 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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