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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운영 선박, 또다시 북한 소유 탈바꿈...최근 북한 불법 매입 선박 9척


한 때 '안 하이 6'호였던 선박이 북한 선적의 락원 1호가 돼 중국과 북한 사이를 운항하는 모습. 자료=MarineTraffic
한 때 '안 하이 6'호였던 선박이 북한 선적의 락원 1호가 돼 중국과 북한 사이를 운항하는 모습. 자료=MarineTraffic

한국 국적자가 운영하던 화물선이 또다시 북한 깃발을 달고 나타났습니다. 지난 3년간 북한이 불법 매입한 선박은 확인된 것만 9척에 달하며 그중 7척이 한국 소유였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새롭게 북한 깃발을 단 선박은 최근까지 한국 항구 등에서 발견됐던 ‘안 하이 6’호입니다.

VOA가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과 유엔의 선박 등록 시스템,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도쿄 MOU)의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안 하이 6호의 국제해사기구(IMO) 등록번호는 현재 북한 깃발을 달고 있는 ‘락원 1’호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락원 1’호는 최근 북한 깃발을 단 선박으로, 지난달부터 북한 남포와 중국 항구를 왕복하는 모습이 마린트래픽 등에 포착되고 있습니다.

선박의 선적이나 이름과 달리 IMO 등록번호는 변경될 수 없습니다.

한때 안 하이 6호였던 선박이 이제는 북한 선적의 락원 1호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안 하이 6호는 건조 첫해인 2005년 이후 줄곧 중국 선적의 ‘바이 시앙 66’호로 운항해 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4월 마셜제도의 ‘펄 마린 쉬핑’이 새로운 소유주가 되면서 남태평양 섬나라 니우에 깃발을 단 안 하이 6호가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선박회사가 마셜제도에 주소지를 두고, 니우에와 같은 섬나라에 선박을 등록하는 ‘편의치적’ 방식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실제 선박의 소유주와 회사의 국적은 마셜제도나 니우에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VOA가 한국 해양수산부의 자료를 살펴본 결과 안 하이 6호는 지난 5월 16일 한국 부산항에 입항해 이틀 뒤인 18일에 출항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과정에서 선박 소유주의 일부 정보가 파악됐습니다.

이에 따르면 이 선박의 선주는 ‘주식회사 제이피엘’, 선박 운영자 국적은 ‘대한민국’이었습니다.

안 하이 6호가 한국에 입항한 지난 5월 남긴 선박제원상세정보. 운영자 국적이 '대한민국'으로 표기돼 있다. 자료=한국 해양수산부
안 하이 6호가 한국에 입항한 지난 5월 남긴 선박제원상세정보. 운영자 국적이 '대한민국'으로 표기돼 있다. 자료=한국 해양수산부

안 하이 6호가 북한 선박으로 재탄생하기 전 방문지가 한국 부산이었다는 점도 흥미롭지만, 당시 운영자가 한국인이었다는 사실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VOA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묻기 위해 4일 한국 부산 소재 ‘제이피엘’사와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상황을 종합하면 한국 국적자가 운영했던 안 하이 6호는 마지막으로 한국을 떠난 5월 18일과 북한에서 발견된 9월 사이 어느 시점 북한 선박 락원 1호가 됐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또 미국과 한국 등은 북한과의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자체 대북제재 조치를 시행 중입니다.

안 하이 6호가 북한 선박 락원 1호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와 미국의 독자 제재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것입니다.

현재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이 사안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조만간 공개될 전문가패널의 중간 보고서에도 안 하이 6호와 관련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 들어 북한이 위장회사를 동원해 중고 선박을 구매하는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VOA는 지난 8월 니우에 깃발을 달고 남포에 도착했던 ‘안니’호가 현재 북한 선적의 ‘경성 3’호가 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 밖에 한국 소유의 중고 선박 여러 척이 2019년과 2020년 집중적으로 북한으로 넘어간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2019년부터 최근까지 북한이 매입한 중고 선박은 한국 선박 7척을 포함해 최소 9척에 달합니다.

북한이 매입한 중소형 화물선과 유조선의 가격이 적게는 수백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천만 달러에 이른다는 점에서 북한이 이 자금을 어떻게 조달했는지 의문입니다.

선박 업계는 북한이 노후화된 자체 선박을 그나마 덜 노후화된 중고 선박으로 대체하려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선박 전문가인 우창해운의 이동근 대표는 지난 4월 VOA에 “선박이 오래되면 도저히 고쳐 쓸 수 없는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며 1만t 이하 선박 거래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동근 대표] “북한이 필요로 하는 선박의 사이즈는 보통 1만t 이하, 이 사이즈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 크기 (선박의) 매매가 이뤄질 때는 당국과 선박 판매자가 자금 출처 등을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이런 전력이 있는 회사에 대해선 법적 제재할 필요가 있겠죠.”

북한이 현재 해외 운항에 투입 중인 선박은 2000년대에 건조된 일부 선박을 제외하면 대부분 1980년대에 건조됐습니다.

실제로 불과 몇 년 전까지 해외 항구에서 안전 검사를 받은 북한 선박 ‘은파 1’호와 ‘성진 3’호, ‘두루봉 2’호는 건조 연도가 1973년으로 50년 가까이 운항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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