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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성공단 무단가동' 한국 입주기업들 속 타 들어가


개성공단 부지 곳곳에서 버스(붉은 원 안), 트럭(사각형 안)과 함께 쓰레기 더미(화살표)를 볼 수 있다. 자료=Airbus (via Google Earth)
개성공단 부지 곳곳에서 버스(붉은 원 안), 트럭(사각형 안)과 함께 쓰레기 더미(화살표)를 볼 수 있다. 자료=Airbus (via Google Earth)

북한이 개성공단 내 한국 공장들에 대한 무단가동을 확대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의 해당 기업주들의 속이 타 들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법적 대응 조치를 강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를 무시하고 극심한 경제난을 완화하기 위해 최대한 공장 가동을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 관계자는 9일 “정부는 위성사진을 포함한 여러 정황을 고려해서 10여 개 정도의 개성공단 내 공장이 가동되는 걸로 보고 있다”며 “그 숫자와 투입 인원은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과거 개성공단을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특정 건물 1곳에만 집중적으로 버스 여러 대가 정차하고 나머지 대여섯 곳에서 가끔 트럭 등이 포착되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양상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개성공단 내 공장을 갖고 있는 한국 기업주들은 공단 폐쇄 7년만에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상황에 직면해 한층 더 속을 태우고 있습니다.

이재철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1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피해 기업들이 공단 현지 상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뜻을 모아 통일부에 방북 요청을 지속적으로 해 왔지만 뚜렷한 답을 듣지 못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강력한 봉쇄정책을 이어가고 있는데다 최근 남북 통신선마저 일방적으로 차단해 기업인들의 방북 문제를 검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랫동안 공단 재가동의 불씨를 살려보려고 했던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북한의 핵 위협 고도화와 남북 간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지속되면서 그런 기대를 접고 있는 양상입니다.

신한용 전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입주기업들이 점점 버티지 못하고 파산이나 다름없는 휴폐업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한용 전 회장] “우리가 2년 전에 자체 조사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 때 당시 30여 군데가 파산한 것으로 알고 있고 2년 정도가 지났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20여개 정도는 파산한 것으로 알고 있고 지금도 상당히 여러 업체들이 진행형에 처해 있다, 이렇게 말씀 드리고 싶네요.”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120여개 업체들이 개성공단에 두고 온 자산 규모는 설비와 원부자재 등 1조5천억원, 미화로 약 11억 3천만 달러 어치입니다.

신한용 전 회장은 “입주업체들은 1조 5천억원 가운데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보험금으로 3천억원을, 그리고 공단 재가동시 상환 조건으로 한국 정부로부터 보상금 2천억원을 받은 게 전부”라고 말했습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한국 역대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게 ‘희망고문’만 했고 공단 정상화에 대한 기대는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정부가 해당 기업들의 피해를 조속히 보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재철 회장입니다.

[녹취: 이재철 회장] “우리는 우리 정부에 이렇게 어려워진 상황이면 일단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게 청산을 해서 정리를 해줄 것은 해달라고 요청을 했고 그 요청을 했을 때 법으로 안되기 때문에 그러면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서 우리한테 그러면 보상을 해주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 그런 상황입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극심한 경제난 때문에 무리하게 개성공단 가동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 8기 6차 전원회의에서 올해 경제 분야에서 반드시 달성해야 할 12개 중요 고지를 제시했고 여기엔 경공업 발전도 포함돼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올해 비상경제 그 다음에 올해 경제목표 달성 이것에 대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개성공단도 그 차원에서 봐야 한다, 그래서 부담을 무릅쓰고서라도 상부가 묵인을 하고 일단은 내부 목표 달성에 주력을 하는 것 같다는 게 제 판단이에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개성공단 내 현대화된 생산설비와 원부자재들은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경공업 제품 생산을 강조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선 방치하기 아까운 자산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곳에서 생산한 제품을 내수시장에 공급하거나 중국에 수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 교수는 북한은 개성공단 가동 당시 전력 등 인프라를 한국에 의존했지만 지금은 자체 발전기 등을 동원해서라도 공단 가동을 최대한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개성공단 공장들이 현대화된 공장이고 좋은 생산설비들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물론 그동안 방치돼 약간 손상된 부분도 있을 거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러 공장들이 동시에 가동되고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생산 성과를 지금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아마 조만간 생산이 가능한 모든 공장들을 다 가동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아요.”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앞서 지난달 11일 “북한은 여러 차례에 걸친 한국 정부의 촉구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내 한국 기업들의 설비를 무단으로 사용해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규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북한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적 조치를 포함하여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10일 “개성공단과 관련해 책임을 묻는 조치를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법적 조치가 실제로 가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한국 법원에서 배상 판결을 받더라도 강제로 집행할 수 없고, 북한 당국을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하는 방안은 상호 동의에 기초하기 때문에 제소하더라도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 회부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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