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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미국 기밀 유출 사건 개요 


13일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기밀 유출 용의자 잭 테셰이라(붉은 반바지)를 매사추세츠주 노스다이튼에서 연행하고 있다. (WCVB-TV 화면 캡쳐)
13일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기밀 유출 용의자 잭 테셰이라(붉은 반바지)를 매사추세츠주 노스다이튼에서 연행하고 있다. (WCVB-TV 화면 캡쳐)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 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미국 정부의 국가 기밀로 보이는 문건들이 온라인상에 유포돼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아울러 미국 정부가 적성국은 물론 동맹국에 대한 도∙감청까지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외교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데요.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미국 정부 기밀 유출 의혹 사건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뉴욕타임스의 첫 보도”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 유출 의혹이 처음 제대로 세상에 알려진 건 미국 뉴욕타임스의 보도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는 4월 7일, 미국 정부의 국가 기밀로 보이는 문건들이 온라인상에서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들 문건이 떠돌아다니던 소셜미디어는 ‘디스코드’, ‘4Chan’, ‘텔레그램’, ‘트위터’ 같은 플랫폼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게임 전문 대화 플랫폼인 ‘디스코드’에 제일 처음 우크라이나 관련 문건이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과 네덜란드에 본부를 둔 탐사보도 매체 ‘벨링캣’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디스코드의 소규모 대화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이야기가 오가던 중, 한 사용자가 미 국방부의 기밀 자료들이라며 올렸고요. 3월 초에는 디스코드의 조금 더 큰 대화방들로 공유됐습니다.

이후 대화방 참가자들이 자료들을 4Chan, 트위터, 텔레그램 등 다른 플랫폼으로 퍼 나르기 시작하면서 온라인에 급속히 확산했다는 설명입니다.

이 같은 보도가 사실이고 해당 자료들이 진짜일 경우 미국 정부는 적어도 석 달 이상 국가 기밀이 유출돼 온라인에 유포되고 있는 것을 몰랐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 후 사태가 커지자 디스코드는 관련 게시물들을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플랫폼에서는 여전히 문건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를 다운로드(내려받기)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문건의 내용”

뉴욕 타임스의 첫 보도 후, 연일 문건들을 분석한 보도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입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BBC, 로이터 등 공신력 있는 각종 매체가 온라인에 유포된 문건을 조사 분석한 바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건 약 100쪽이며 대부분 사진 촬영 또는 스캔한 형태로 유포됐습니다.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문건이 이미 지난해 가을부터 유포됐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진위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또한 뉴욕타임스는 13일 새로운 문건 27쪽이 추가 발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유포된 문건들은 크게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정보와 외국 정부 관련 정보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들 문서는 중앙정보국(CIA)과 국방정보국(DIA) 등 미국 정보기관이 수집한 정보를 취합해 국방부가 작성한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데요. 대부분의 문서에는 ‘비밀(secret)’, 또는 ‘1급 비밀(Top Secret)’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고요. 외국 정부에 공개되면 안 된다는 ‘NOFORN’이라는 표시가 있는 문서도 일부 있습니다.

먼저 우크라이나 관련 문건들을 살펴보면, 각종 지도와 도표부터 시작해 우크라이나 전황과 군사력 분석, 우크라이나 군 훈련과 작전 일정표, 우크라이나 군의 무기 보유 현황 등의 정보를 망라하고 있고요. 우크라이나의 최전방 대공방어시스템이 탄약 고갈로 다음 달 23일이면 붕괴될 것이라고 미 국방부가 예측하는 내용이 담긴 문건도 있습니다.

외국 정부와 관련된 내용도 속속 공개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제일 먼저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진 나라는 한국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첫 보도에서, 한국과 관련한 문건 가운데는 한국 정부 관리들이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우크라이나에 탄약 등의 무기를 전달할 경우에 발생할 문제 등에 관해 고심하는 내용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국 관리들이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립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스라엘을 설득해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를 지원하게 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또 중동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우방국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이집트가 비밀리에 러시아에 대한 무기 공급 계획을 세웠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해 분석한 문건에 따르면 지난 2월 초,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러시아에 보낼 로켓 최대 4만 개를 생산할 것을 지시했다는 겁니다.

이 밖에, 러시아가 아랍에미리트(UAE)에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에 맞서 협력하자고 설득했다는 내용, 프랑스, 미국, 영국, 라트비아로 구성된 100명 미만의 소규모 나토 부대가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내용 등의 문건도 공개됐습니다.

“외국 정부에 대한 도∙감청 의혹”

진위 여부를 떠나 온라인에 유포된 문건들에 따르면 그간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정보는 물론이고 이스라엘, 한국, 캐나다 같은 주요 동맹국의 국내 정보도 수집해온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보기관이 ‘시긴트(SIGINT)’ 방식을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긴트는 신호를 뜻하는 영어 ‘Signal’과 정보를 의미하는 ‘Intelligence’를 결합한 말로, 위성이나 특수 장비를 활용해 통신, 통화, 대화 내용 등을 감청하는 걸 말합니다.

여기서 도청과 감청의 사전적 의미를 설명하자면, 도청과 감청은 타인의 통화를 몰래 듣는다는 행위적 측면은 같지만, 합법 여부에 따라 용어가 달라집니다. 도청은 당국의 허가 없이 타인의 대화를 엿듣는 것이고, 감청은 수사적 목적으로 당국의 허가를 받아 엿듣는 것입니다.

이번 사태의 경우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감청이고요. 상대국 입장에서는 도청당한 셈이 됩니다.

온라인에 유포된 외국 정부 관련 문건 가운데 먼저 이스라엘 국내 정보로는 이스라엘 첩보 기관 ‘모사드’와 관련된 것입니다.

현재 이스라엘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이른바 ‘사법개혁’을 추진하면서 ‘내전’ 이야기가 나올 만큼 큰 혼란을 겪고 있는데요. 해당 문건은 모사드 지도부가 사법개혁 반대 세력을 지지한다는 내용입니다.

캐나다와 관련해서는, 러시아 정보기관의 지원을 받는 해커들이 캐나다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회사의 운영을 방해해 막대한 피해를 줬다는 내용입니다.

이 밖에도 중국, 중동, 인도∙태평양, 아프리카 등지 정보도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정부 대응”

미국 법무부는 뉴욕 타임스의 첫 보도가 나온 7일, 바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동시에 미국 정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받아들이고, 외국 정부에 대한 도∙감청 의혹에 따른 파장 진화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3일, 당국이 전면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사건의 실체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은 우려스럽지만 상황을 바꿀 만큼 큰 결과를 초래할 일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상당수 미국 정부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온라인에 유포된 정보의 대부분이 진짜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문건은 유포 과정에서 수정, 편집된 흔적이 있다는 게 미국 관리들의 이야기입니다.

일례로 러시아는 이번 전쟁에서 1만6천 명에서 1만7천 명이 전사했고, 우크라이나는 6만1천 명에서 7만1천500명이 전사했다는 문건은 실제와는 크게 다른 주장입니다.

전문가들은 또한 외국 해커 같은 외부의 소행이 아니라, 내국인 즉 미국인이 빼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포스트는 12일, 첫 유포지로 지목된 디스코드 회원 2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미국 군사기지에서 근무해온 20대 남성이라고 지목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인 13일, 미 연방수사국(FBI) 은 매사추세츠 주방위군 공군 소속 군인 잭 테셰이라를 전격 체포했습니다.

소총 등으로 무장한 FBI 요원들은 매사추세츠에 있는 테셰이라의 집을 수색하고 신병을 확보했습니다.

매릭 갈랜드 법무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 기밀 정보를 허가 없이 반출∙소지하고 전파한 혐의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테셰이라를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테셰이라는 21살로 디스코드의 몇몇 방에서 활동했으며, ‘써그 셰이커 센트럴(Thug Shaker Central)'이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대화방의 방장이었습니다.

그는 이 대화방에서 ‘OG’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는데요. 군에서 IT 업무를 해 기밀 문건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각국의 반응과 파장”

이번 기밀 문건 유출 사건에 연루된 나라들은 대체로 일단 사실 확인이 먼저라는 반응입니다.

한국 정부는 해당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면서, 도·감청 의혹과 관련해 상황 파악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야당은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한편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과정에서 한국의 보안 시스템이 약화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프랑스, 이집트 정부 등도 문건에 언급된 내용들은 허위 정보로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 역시 많은 양의 허위 정보가 들어 있다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러시아는 미국이 외국 정부를 도청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로서는 사태의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동맹국 간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보안 유지 능력에 대한 불신이 안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재 미국은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매우 민감한 군사 정보 등을 공유하고 있는데요. 미국의 보안 유지 능력이 신뢰를 잃으면서 이 ‘파이브아이즈(Five Eyes)’ 동맹국들 간에 정보 공유가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유출된 내용이 딱히 새로울 것이 없다며 이번 일 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보는 견해도 나오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미국 정부의 기밀 유출 사건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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