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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도널드 트럼프 기소 혐의·과정·반응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뉴욕 맨해튼 법원에서 기소인부절차를 밟고 있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뉴욕 맨해튼 법원에서 기소인부절차를 밟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 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기소됐습니다. 미국의 전직 또는 현직 대통령이 형사 사건으로 기소되는 사례는 230여 년 미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적인 박해라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는데요.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와 기소 과정, 반응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대배심의 결정”

미국 뉴욕 맨해튼 대배심(Grand Jury)은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결정했습니다.

이 대배심은 한국에는 없는 제도이기 때문에 좀 생소할 수 있을 텐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를 결정한 주체가 바로 ‘대배심’이기 때문에 먼저 대배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영미권에서는 소수의 법조 권력에 의해 판결이 좌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반 시민이 재판 과정에 참여해 범죄의 사실 여부와 죄의 유무를 판단하는 제도가 오래전부터 정착돼 왔습니다.

이게 바로 ‘배심 제도’입니다. 그리고 재판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배심원’이라고 부릅니다. 배심원은 무작위로 선출되는데 주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18세 이상 미국 시민권자로, 영어를 능숙히 구사하고 범죄 경력이 없는 조건 등이 요구됩니다.

배심 제도는 형사재판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대배심’과 유무죄를 결정하는 ‘소배심’으로 나뉘고요. 대배심은 보통 16명에서 23명 정도, 소배심은 12명의 배심원으로 이뤄집니다. 이번 뉴욕 맨해튼 대배심은 23명으로 구성됐습니다.

또 한 가지 큰 차이로, 소배심의 유무죄 결정은 배심원 12명의 만장일치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요. 반면 대배심의 기소 결정은 12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또한 소배심과는 달리 대배심의 평결 과정은 일체 비공개로 진행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들”

뉴욕 맨해튼 지검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혐의는 기업 문서 조작과 관련된 34가지입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 가운데 가장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전직 성인영화 배우에게 회삿돈을 주고 성추문을 막으려 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통령 선거에 도전했는데요. 출마 직전, 성인 영화배우였던 스토미 대니얼스 씨가 10년 전 자신과 깊은 관계를 맺었다며 언론에 폭로하겠다고 하자, 당시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 씨를 통해 먼저 13만 달러를 지불하게 하고 나중에 ‘트럼프그룹’을 통해 이를 변제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회사 회계 장부에 이를 허위로 기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비밀을 유지하는 대가로 금품을 지급하는 건 불법이 아닙니다. 하지만 트럼프 일가가 운영하는 트럼프그룹이 이 돈을 변제했기 때문에 결국 회삿돈인 거고요. 이 돈이 입막음용으로 사용됨으로써 선거 운동에 도움이 됐다는 점에서 선거자금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 측 주장입니다.

이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던 코언 씨는 처음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관하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나중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시로 대니얼스 씨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니얼스 씨 사건을 비롯해, 사생활 폭로 입막음용으로 최소한 3건의 금전 제공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뉴욕주 법은 사기 의도가 있는 기업 문서 조작을 중범죄로 규정합니다.

기업 문서 조작, 회계 사기 혐의 등에 대해 최고 4년 형이 구형되는데, 만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단순 계산으로는 각 건당 4년씩, 총 136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맨해튼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린다 해도 이들 혐의가 모두 징역형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으며, 실형이 선고될지도 미지수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2월 4일에 다시 법정에 설 예정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에 기소된 34개 혐의와는 별도로, 지난 2020년 대선 개입 의혹, 백악관 기밀 문건 유출 등의 혐의로 특별 검사의 수사도 받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마녀사냥이자 정치적 박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되기 전부터 체포설을 흘리면서 위기감을 고조시켰는데요. 지난 18일 소셜미디어에 “전직 미국 대통령이 다음 주 화요일 체포될 것”이라면서 “이에 항의하고 우리나라를 되찾자”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 법원에 출두해 기소인부절차를 밟은 후 플로리다 마라라고 자택으로 돌아가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면서 거듭 무죄를 주장했는데요. 내년 대선에서 이길 자신이 없는 “급진 좌파 미치광이 세력”이 법을 이용해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한편 법률전문가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아도 대선 출마는 가능합니다.

미국 헌법상 대통령 출마 자격 조건은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 35세 이상, 최소 14년 이상 미국 거주 등 세 가지뿐입니다.

“미국 정치권의 반응”

미국 230여 년 역사상 첫 전직 대통령 기소에 대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반응은 큰 간극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부당한 조처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케빈 매카시 연방 하원의장은 의회에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벼르고 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모든 것이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는 미국의 사법 체계에 어떠한 외부 개입이나 위협이 자리할 곳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기소 사태와 관련한 언급을 자제하며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4일,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와 관련한 질문에 미국의 사법 체계를 믿는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여론 동향”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여러 당내 주자 여론 조사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Ipsos)가 지난 3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더 올랐고요. 다른 후보와의 격차도 더 벌어졌습니다.

3월 31일부터 4월 3일까지 약 2천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자신을 공화당원이라고 소개한 응답자 700명 가운데 약 48%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지한다고 답했는데요. 이는 3월 14일부터 20일 사이 실시한 여론 조사 당시 44%보다 0.4%P 오른 것입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내 최대 경쟁자인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주 주지사에 대한 지지율은 30%에서 19%로 뚝 떨어졌고요. 나머지 후보들은 모두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쳤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공화당원 58%를 포함해 전체 71%의 응답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직전, 스토미 대니얼스 씨에게 입막음용 돈을 건넸을 것으로 믿고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전히 공화당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51%는 이번 기소가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들 응답자 가운데 80%는 공화당원들이었습니다.

앨빈 브래그 미국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 검사장
앨빈 브래그 미국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 검사장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기소되면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을 기소한 검사에 대한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오늘 주인공은 바로 앨빈 브래그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 검사장입니다.

앨빈 브래그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 검사장은 맨해튼 지검 역사상 최초의 흑인 검사장입니다.

미국은 연방검찰 검사장은 상원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주나 지방 정부의 검사장은 보통 주민투표로 선출하는데요.

브래그 검사장은 지난 2021년 11월 맨해튼 지검 검사장 선거에서 선출돼 2022년 1월 취임했습니다.

맨해튼 지검은 지방검찰청이라고는 하지만, 약 500명의 검사가 포진해 있고, 1년 정규 예산만도 1억5천만 달러에 달하는 막강한 지검입니다. 미국 인기 법정 드라마의 소재로도 자주 등장하고요. 지역 특성상 화이트칼라 범죄와 거물급 수사로 유명합니다.

브래그 검사장은 1973년생으로 올해 49살입니다. 뉴욕의 빈민촌으로 유명한 ‘할렘’에서 태어난 뉴욕 토박이입니다.

그는 검사장 선거 운동 당시, 자신이 자라온 성장 배경을 적극 활용하며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고 공정하고 균형 있는 법 집행을 강조해 표심을 잡는 데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하버드대학교 학부와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뉴욕시의회 소송∙ 조사국장, 뉴욕남부 연방지검 검사 등을 역임했고, 뉴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교수를 지낸 적도 있습니다.

브래그 검사장은 지난 2019년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첫 소송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선 재단인 ‘트럼프재단’에 대한 민사소송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 대배심을 꾸려 끝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 기소를 끌어냈습니다.

브래그 검사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와 관련해 백색 가루가 들어있는 살해 협박 우편물도 받기도 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 사건 정리해 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방검찰청 검사장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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