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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올해 알곡 고지 점령해야"...당 전원회의, 식량난 구체 대책 공개없이 종료


김정은(연단)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6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첫날 일정을 주재하고 있다. 
김정은(연단)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6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첫날 일정을 주재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가 나흘 간 일정으로 마무리됐지만 심각한 식량난 등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전환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국가 통제를 강화하는 계획경제적 성격으로의 회귀는 북한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일까지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사회주의 건설의 전면적 발전을 위해, 국가의 자존과 인민의 복리를 위해 올해 알곡 고지를 기어이 점령하고 농업 발전의 전망목표를 성과적으로 달성해나가자”고 호소했다고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습니다.

나흘 간 일정으로 마무리된 이번 회의는 북한 일부 지역에 아사자가 나올 정도로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이 두 달만에 ‘농업 문제’를 주요 의제로 또 다시 소집한 전원회의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농촌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전략적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모든 농장들에서 정보당 수확고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그는 농업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관개공사의 강력 추진, 새롭고 능률 높은 농기계 보급, 그리고 간석지 개간과 경지면적 확대 등을 꼽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가까운 년간에 농업 생산을 안정적인 발전궤도에 올려 세우고 농촌의 정치사상적, 물질기술적 토대를 강화하기 위해 농업 발전에 부정적 작용을 하는 내적 요인들을 제때에 찾아 해소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전원회의 결과가 역대 그 어느 회의보다 구체적인 실천전략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전원회의가 농업 등 경제 문제로 의제를 집중시킨 이례적인 전원회의였지만 농업 문제 해결을 위한 대외정책 전환에 대한 고려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대외환경이나 정책기조가 완전히 대외적으로 개방적 방식으로 변화되지 않는 한 그 전의 노선 안에서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것은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야 돼요. 폐쇄적인 그 안에서 자체 해결하려고 노력해왔거든요. 그런데 그 자체 구조가 이미 한계에 직면해 있는 거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회의 결과 공개를 최소화한 것은 미국과 한국과의 대립 국면을 고려해 내부 문제 노출을 꺼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이번 회의가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모종의 정책 전환을 논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난 2021년 연말 8기 4차 당 전원회의서 결정된 농업전략 이행에 주안점을 둔 회의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2021년 연말에 열렸던 제8기 제4차 당 중앙위 전원회의 그 연속선상에서 봐야해요. 그러니까 새로운 농촌강령, 새로운 농촌 발전전략 그 이행을 촉진하기 위해서 열린 회의다 이렇게 성격을 규정하는 게 정확해요.”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제시한 관개공사 추진 또는 농기계 보급 등의 농업생산성 향상 방안들은 북한 당국이 재정 악화에 허덕이고 있고 대북 제재로 대외 교역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또 김 위원장이 ‘농업 발전에 부정적인 내적 요인 해소’를 강조한 데 대해선 문제 해결에 필요한 시장경제적 요소들을 오히려 문제시하고 이를 억누르겠다는 취지로 해석했습니다.

임을출 교수는 이번 전원회의 결과 보도에서 북한이 협동농장원들의 책임과 생산 의욕을 고취시킬 목적으로 도입했던 농장책임관리제와 이 제도의 핵심인 분조관리제 하의 포담담당책임제 등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회의에서 농장책임관리제가 논의되지 않았다면 획기적인 식량 증산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탈북민 출신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김영희 남북하나재단 대외협력부장은 식량난 상황의 심각성에 비춰 북한이 포전담당제를 넘어 개인영농제 등 자체 생산성을 자극할 수 있는 제도들을 과감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희 부장] “시범적으로라도 협동농장을 해체시키고 개인영농제를 도입해서 농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토지를 임대해주고 비료라든가 농기계라든가 이런 것들도 빌려주는 거에요. 그리고 연말에 가서 거기에 대한 농산물이 나오면 받으면 되니까 그런 식으로 운영하면 농업생산량이 지금보다 많이 올라가지 않을까 그게 제일 좋은 거죠.”

이번 회의에서는 ‘인민경제계획 수행 규율 확립’과 ‘국가재정금융사업 개선’ 등도 의정으로 다뤄졌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세워진 인민경제계획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흥정할 권리가 없다”면서 “모든 당 조직들이 나라의 경제사령부인 내각의 조직력과 집행력을 약화시키는 행위들과의 투쟁을 강도높이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생산과 유통, 가격 등 내각 통제가 강화하는 가운데 기업소들이 목표치 달성을 위해 수치를 조작하거나 초과생산물을 숨기는 등의 계획경제의 고질적 현상이 심각하게 드러난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인민경제계획이 지금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이의가 있는 상태에서 기존 계획을 관철하겠다는 강행 의지를 강조하거든요. 그러니까 결국 시장을 무시하고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계획경제를 내각 중심으로 강화하겠다는 얘긴데 실패한 과거의 전략정책들을 계속 가지고 가겠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네요.”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최동명이 당 중앙위 부장에, 안금철이 금속공업상에, 최근영이 중앙재판소장에 임명되는 등 일부 인사 조치도 이뤄졌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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