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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한 문제 압박으로 중국 협력 의지 시험…중국, 대북 압박 수단 있지만 사용 의지 없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4일 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별도의 양자회담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4일 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별도의 양자회담을 했다.

미국 고위 관리들이 최근 잇따라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 역할론과 책임론을 거론하며 중국의 협력 의지를 시험하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중국이 여전히 막강한 대북 지렛대를 갖고 있지만 이를 사용할 의지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박승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23일 VOA와의 통화에서 미국 당국자들이 최근 지속적으로 중국에 북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중국이 정말로 미국과 협력할 의지가 있는지 확인해보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보좌관] “China keeps saying it wants to improve the relationship with the United States that it seeks to be responsible player in the world, in the rule based order. And I think the administration is trying to test that a little bit with the Chinese, to see if China is willing to step up to what the United States considers its responsibilities as a major partner with the North Koreans.”

와일더 전 보좌관은 중국이 계속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고 규칙 기반 질서에서 책임감 있는 일원이 되기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중국이 북한의 주요 협력국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의지가 있는지 시험해 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 등 고위 관리들이 잇따라 중국 측에 북한 문제와 관련한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4일 미중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에 (더는)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하려고 시도할 의무를 중국이 가졌다는 점을 시진핑 주석에게 명확히 했다”고 말했습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 22일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을 만나 중국이 유엔 대북 제재를 충실히 이행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같은 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조정관도 “중국이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압박을 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고,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18일 “중국은 북한이 불법적이고 불안정한 핵 또는 탄도미사일 실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북한에 분명히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왼쪽)과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이 지난 22일 제9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가 열린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별도의 양자 회담을 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왼쪽)과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이 지난 22일 제9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가 열린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별도의 양자 회담을 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미국 관리들이 중국에 행동으로 증거를 보여달라고 촉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보좌관] “China keeps saying to us that they want a positive relationship, that they want a positive relationship with South Korea, they want a positive relationship with Japan. They want a stable Northeast Asia. Well, I think they need to prove that. And again, the biggest thing they can do is to get the North Koreans to agree to come back to real talks.”

와일더 전 보좌관은 중국이 계속 미국, 한국, 일본 등과의 ‘긍정적인 관계’와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며, 이제는 중국이 그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북한이 실질적인 대화로 돌아오는 데 동의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앨리슨 슈워츠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치열한 미중 경쟁의 와중에 북한과 관련해 두 나라가 공유하는 이해관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앨리슨 슈워츠 AEI 연구원] “Given the state of US-China relations, currently, this is an area of mutual concern and mutual cooperation. I think both the Biden administration and Xi Jinping know that they can work together because obviously, they both are mutually concerned by Kim Jong Un’s ability to conduct nuclear and missile test. This is an area of cooperation amidst heightened tensions between the two countries.”

현 미중 관계에서 북한은 상호 공동의 고민이자 협력의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슈워츠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와 시진핑 주석이 둘 다 김정은의 핵과 미사일 시험에 대해 공통적으로 우려한다는 점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고조된 미중 갈등 속에서도 북한 문제는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라고 슈워츠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중국 입장에서도 북한을 압박해 도발을 자제시키라는 미국의 충고를 받아들이는 편이 더 좋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앨리슨 슈워츠 AEI 연구원] “I don't think the Chinese want to see the US unilaterally acting on North Korea that's so close to their borders, because that only shows US influence in the region and US ability to take actions without the Chinese.”

슈워츠 연구원은 “중국이 국경과 매우 가까운 곳에 있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이는 단지 미국의 역내 영향력과 중국 없이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미국의 능력만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이 계속 이런 길을 걸으면 역내 미국의 군사·안보력을 더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제이크 설리반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ㅇ이 지난 11일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참석했다.
제이크 설리반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ㅇ이 지난 11일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참석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는 ‘중국이 실제로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느냐’는 질문에 중국이 아직도 매년 50만t의 원유를 북한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 “The one big lever that they still have is crude oil, because they give North Korea about 500,000 tons of crude oil every year. China could turn the valve and turn it off anytime they wanted to. And that would wreak havoc with North Korea, certain parts of North Korean industry. It would be big trouble for their military because the military earns a lot of money from the refinery. So that would be a devastating blow if China ever cut that crude oil line.”

브라운 교수는 중국이 원한다면 언제든 원유 공급을 중단했다 재개할 수 있다며, 만약 중단하면 북한의 일부 산업에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원유를 정제해서 큰 돈을 벌고 있는 북한군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중국이 만에 하나 원유 공급을 중단하면 이는 북한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중국이 북한에 대한 통제력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와일더 전 보좌관은 지적했습니다.

[녹취: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보좌관] “With 90% of trade from North Korea with China, I think in anybody's book, that gives you leverage. It is very hard to believe that the Chinese, with all the experience they've had with the North Koreans with all the relationships that have occurred over the years, don't have some leverage in the situation.”

와일더 전 보좌관은 중국은 북한 무역의 90%를 차지하는 만큼 분명한 대북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지난 수십년 간 북한과 관계를 맺고 경험을 쌓아온 중국이 현 상황에서 대북 영향력이 별로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중국이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압박할 의지가 있는지, 그리고 북한이 거기에 따를 것인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브라운 교수는 현재 상태가 중국에게 가장 완벽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 교수] “It's kind of perfect for the Chinese. We're not going to bomb North Korea, but everybody's anxious about it. And the Chinese get leverage on us. And they get leverage on the North Koreans and on South Korea. So they're probably thinking right now, they're in pretty good position as long as it doesn't get any worse.”

미국은 북한을 폭격하지 않을 것이지만 모두가 이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중국이 미국과 북한, 한국 모두에 대한 영향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중국은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는 한 아주 좋은 위치에 있다 생각할 것이라고 브라운 교수는 말했습니다.

타이완 주재 미국대표부 대표를 지낸 더글러스 팔 카네기국제평화재단 특별연구원은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더글러스 팔 카네기국제평화기금 특별연구원] “Of course, China has leverage, certainly more than we or Seoul do, but it's complicated by Pyongyang's suspicions of China and long-standing reluctance to give a sense of being leveraged.”

팔 특별연구원은 중국이 물론 미국이나 한국보다 더 강력한 대북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에 대한 북한의 불신과 영향을 받는다는 인식을 주는 것을 꺼려온 북한의 오랜 태도 때문에 문제가 복잡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승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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