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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여정, 유엔 안보리 비난 담화…전문가들 “고강도 추가 도발 전조 가능성”


21일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최근 ICBM 발사 문제를 논의했다.
21일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최근 ICBM 발사 문제를 논의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도발에 대응해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반발해 거친 표현을 담은 비난 담화를 냈습니다.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한 안보리 분열상을 파고들어 자신들의 정당성을 선전하는 한편 핵실험 같은 전략도발을 예고한 행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2일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발사에 대응해 회의를 소집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21일 미국의 사촉 밑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를 걸고 드는 공개회의라는 것을 벌려놓았다”고 말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안보리가 북한을 겨냥해 미국과 한국이 벌려놓고 있는 군사연습들과 무력 증강에 대해선 외면하고 그에 대응한 자신들의 자위권 행사를 거론한 것은 “명백한 이중기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안보리가 종료된 뒤 미국 등 14개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규탄하고 비핵화를 촉구하는 별도의 공동성명을 장외에서 발표한 데 대해서도 거친 표현으로 비난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미국이 안보리 공개회의가 끝나자마자 영국, 프랑스, 호주, 일본, 한국 등 오합지졸 무리들을 거느리고 역스러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며, “겁먹고 짖어대는 개에 비유하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이라고 험담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자위권 행사를 시비질하는 데 대해 그가 누구이든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초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안보리는 지난 18일 북한이 발사한 ‘화성-17형’ ICBM에 대응해 2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었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논의를 마쳤습니다.

미국 등 서방국가와 한국, 일본은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도발을 강하게 규탄하며 안보리 차원의 단합된 공식 대응을 촉구했지만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갖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또 다시 북한의 무력 도발이 ‘미국 탓’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겁니다.

이 때문에 미한일 등 14개국 대사들은 회의 직후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규탄하고 비핵화를 촉구하는 장외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중러의 계속된 거부권 행사로 빚어지고 있는 안보리의 분열상을 파고 들어 자신들의 정당성을 대외에 선전하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안보리가 북한의 연이은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김 부부장이 조롱섞인 표현까지 써 가며 자신의 정당성을 강변했다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선임연구위원] “지금 안보리가 무력화 된 것을 김여정이 나서서 조롱한 것으로 볼 수 있거든요. 북한의 행보에 앞으로 거침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어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북한은 올해만 ICBM을 8차례 시험발사했고 안보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10차례 회의를 소집했지만 중러의반대로 번번이 공동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는 중러가 안보리 무대에서 미국 책임론을 내세워 북한을 방어해주고 북한은 중러의 이런 입장을 보강하는 선전전을 펴는 양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를 못하게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러니까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을 강화시켜주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거기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언론 공세를 펴는 거죠.”

김 부부장이 자신 명의로 담화를 발표한 건 지난 8월 윤석열 한국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힌 이후 3개월여 만입니다.

이번 담화는 또 지난 20일자로 발표된 최선희 외무상의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비난 담화에 이어 나온 겁니다.

담화의 주체가 북한의 대미 대남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부부장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향후 도발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입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이번에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를 낸 것은 지금 현재 상황에서 보면 북한이 여러 가지 새로운 미사일 시험이라든지 도발을 계속적으로 하고자 하는 계획과 의도를 갖고 있고 이런 차원에서 추가적인 그런 도발을 위한 명분쌓기용이지 않나 싶습니다.”

북한은 최근 들어 주요 인사의 담화 후 실제 도발을 감행하는 패턴을 보여왔습니다.

북한은 김 부부장의 8월 담화 뒤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 법제화’를 선언했고 연례 미한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과 미한일 정상 공동성명 등을 계기로 이례적으로 도발의 빈도를 높였습니다.

북한은 또 지난 3일 박정천 노동당 비서 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명의 담화 발표 직후 ICBM 1발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SRBM 3발을 쐈습니다.

지난 17일 최 외무상이 미한일 정상들의 대북 공조 강화 방침을 비난하며 “맹렬한 대응”을 언급한 담화를 낸 직후엔 SRBM 1발을 쐈고 이어 다음날엔 ‘화성-17형’을 발사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부부장이 이번 담화에서 초강경 대응을 언급한 데 주목하면서 최 외무상에 이은 김 부부장의 등장이 고강도 전략도발의 전조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초강경 대응을 예고했기 때문에 남은 건 사실은 추가 ICBM 발사는 물론이고 핵실험입니다. 지금 북한은 핵실험을 기술적 필요성 보다는 대미 압박 또 바이든 정부가 북한 문제에 주력하도록 만드는 정치적 목적이 훨씬 크거든요. 따라서 지금 기술적 차원 보다는 정치적 타이밍을 고르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지 5주년이 되는 오는 29일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5년 또는 10년 단위로 꺾이는 이른바 ‘정주년’을 중시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정치적 선전효과를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이 날을 계기로 또 다시 ICBM을 발사하거나 7차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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