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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ICBM 부대들’ 첫 공식 언급…전문가들 “대미 압박 차원의 과시용 발언”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현지지도 아래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며, 19일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현지지도 아래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며, 19일 사진을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이뤄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인 ‘화성-17형’ 시험발사를 현지 지도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 부대를 처음 언급했습니다. 아직 재진입 기술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미 압박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시험발사 이후 북한의 “핵 무력이 그 어떤 핵 위협도 억제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또 다른 최강의 능력을 확보한 데 대하여 재삼 확인하게 됐다”며 시험발사가 성공이라고 자평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 부대들과 모든 전술핵 운용부대들에서는 고도의 경각성을 가지고 훈련을 강화해 임의의 정황과 시각에도 자기의 중대한 전략적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부대들’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 매체들은 또 이번 시험발사가 ‘무기체계 신뢰성’과 ‘운용 믿음성’을 검열하는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고 언급했습니다.‘검열’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해당 무기체계의 ‘양산’과 ‘실전배치’를 시사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 군 당국은 그러나 북한이 ‘화성-17형’을 실전배치했다는 정보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부대들’을 언급한 데 대해 “북한이 18일 발사한 ICBM은 북한이 주장하는 화성-17형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도 “실전배치 내용과 관련해서는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의 이번 ‘화성-17형’ 발사에서 나타난 엔진 추력이나, 단 분리와 탄두 분리 기술 등은 이미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 어느 정도 보여줬던 기술이라며 정상각도 발사를 통한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확인되지 않는 한 절반의 성공일 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아직 북한은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요. 정상적인 재진입 시험, 정상적인 발사, 정상적인 비행시험도 ICBM의 경우 한번도 해 보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기술적 한계가 있는 상태에서 실전배치됐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과시용 성격이 강한 행사였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현지지도 아래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며, 19일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현지지도 아래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며, 19일 사진을 공개했다.

한국 국방부의 ‘2020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 군 편제에서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상위 부대는 ‘전략군’이며, 전략군 예하에는 사거리에 따라 13개 미사일여단이 있습니다.

국방부는 ICBM과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개발에 따라 2018년 말 기준보다 4개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략군 예하에 13개 연대급 미사일 기지가 있고 이 가운데 4개가 ICBM 관련 기지일 것이라는 추정도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이 사거리 측면에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하지만 재진입 기술이 완성되지 않으면 실전배치는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체와 관련한 미진한 기술력에도 ICBM을 활용해 높은 고도에서 핵을 터뜨리는 전자기파, EMP 공격은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핵 미사일 전문가인 이춘근 박사입니다.

[녹취: 이춘근 박사] “아직 시험발사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ICBM으로서의 신뢰성이 확보됐다고 볼 순 없고요. 다만 폭발 고도가 높아도 되는 EMP탄이라면 수소탄 상태에서 상당히 커다란 위력과 넓은 범위의 피해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위협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화성-17형’ 발사 현지지도를 하면서 “적들의 침략전쟁연습 광기에 당과 정부의 초강경 보복 의지를 똑똑히 보여주어야 한다”며 “미제가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와 전쟁연습에 집념할수록 군사적 대응은 더욱 공세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하겠다”며 강대강 대치 국면을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이 ‘화성-17형’ 완성을 위해 정상각도 발사를 통한 재진입 기술과 다탄두 기술을 검증하는 추가 시험발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신 사무국장은 북한이 이 과정에서 추가 핵실험도 하면서 지난 2017년과 유사한 대미 압박 행동을 벌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일단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어느 정도 보여줬기 때문에 그 다음에 핵실험을 통해서 미국을 좀 더 크게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고 그 이후에 화성-17을 정상각도로 발사해서, 사거리 5천km 정도로 추가 시험발사를 한다면 미국으로서도 느낄 수 있는 압박감이 엄청나거든요.”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현지지도 아래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며, 19일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핵무력 강화의 중대한 이정표'가 되는 발사 현장에 딸과 동행했다며 사진을 실었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현지지도 아래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며, 19일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핵무력 강화의 중대한 이정표'가 되는 발사 현장에 딸과 동행했다며 사진을 실었다.

한편 김 위원장의 이번 현지지도엔 부인 리설주 여사,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과 함께 어린 딸을 대동시켰습니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시험발사장에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나왔다”며 관련 사진을 실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딸이 공개석상에 등장한 사실이 보도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에는 흰색 패딩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붉은색 구두를 신은 어린 여자아이가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미사일 옆을 걷거나 발사를 지켜보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사진 속 아이의 연령대를 고려하면 2013년 북한을 방문한 미국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을 통해 알려진 김 위원장의 둘째 김주애일 가능성이 있지만, 나이나 이름 등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대내외 매체가 함께 보도한 것으로 미뤄 주민들에게 ICBM이 외부의 적으로부터 후대를 지키기 위한 수단임을 선전하면서 대내외에 체제 안정성, 그리고 해당 ICBM의 기술적 완성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황일도 교수입니다.

[녹취: 황일도 교수] “어린 자녀를 데리고 나간 김 위원장의 행보 역시 현장이 이렇게 안정성이 있다, 이게 더 이상 현장에서 사고가 벌어지거나 문제가 생길 리 없는 매우 안정화된 체계다, 이건 시험발사가 아니고 이미 실전배치된 체계를 반복적으로 훈련하는 과정일 뿐이라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측면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런 가운데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이번 ‘화성-17형’ 시험발사를 규탄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향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담화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21일 발표했습니다.

최 외무상은 “미국의 추종세력들이 우리의 불가침적인 주권 행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끌고가 우리를 압박하려고 획책하는데 대해 묵인한 것 자체가 유엔 사무총장이 미국의 허수아비라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최 외무상의 담화는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대북 규탄과 추가 제재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불만 표시와 추가 도발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북한의 ICBM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북한에 즉각 추가 도발 행위를 그만둘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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