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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통일부 장관, 북한 억류자 가족 면담...유엔 무대서 북한인권문제 전면 제기


권영세(왼쪽) 한국 통일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억류자 김정욱 선교사의 형 정삼 씨 등을 면담하고 있다. (한국 통일부 제공)
권영세(왼쪽) 한국 통일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억류자 김정욱 선교사의 형 정삼 씨 등을 면담하고 있다. (한국 통일부 제공)

한국 정부가 유엔 무대에서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 제기에 나섰습니다. 북한의 도발로 고조되고 있는 남북 간 군사적 대치 전선이 외교 무대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황준국 유엔주재 한국대사는 2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와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다양한 북한 인권 문제들을 제기했습니다.

황 대사는 ‘여성, 평화, 그리고 안보’를 주제로 열린 유엔 안보리 공개 토의에서 탈북여성의 인권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원하는 국가가 모두 참여해 발언할 수 있는, 유엔 안보리 공개토의에서 탈북 여성들의 인권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 2017년 북한 인권에 관한 안보리 회의에서도 탈북민 문제를 다루면서 북한으로 송환된 여성 탈북자의 인권 문제를 거론한 적이 있지만 당시 회의는 안보리 이사국과 관련국만 참가하는 공개브리핑 형식이었습니다

황 대사는 연설에서 지난 1990년대부터 한국에 도착한 탈북자 3만4천여 명의 72%가 여성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그들 중 다수가 수년간 구금, 인신매매, 송환, 고문과 잔혹한 처벌을 포함한 후속 보복 조치 등의 위험을 견뎌낸 후에야 한국에 올 수 있다는 것은 끔찍하고 가슴 아픈 일”이라고 개탄했습니다.

황 대사는 “이웃 나라들에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이 탈북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며 “이번 기회에 북한에서 탈출한 여성들이 직면한 수많은 고난에 대해 주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황 대사는 이보다 앞서 열린 유엔 총회 제3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이 저지른 반인권 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ICC) 등 국제사법 체계에 회부해야 한다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을 당부했습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한 방역 강화와 함께 북한의 인권과 인도주의적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며 북한이 지난해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한국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사실도 전했습니다.

황 대사는 북한이 방역을 이유로 국경을 넘나드는 주민에 대한 총살 지령을 내렸다는 사실도 언급했습니다.

이와 함께 지난 2020년 서해상에서 한국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사살된 사건을 언급한 뒤 북한 당국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정부가 연이은 유엔 회의를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무대로 활용한 셈입니다.

문재인 전임 정부가 남북 관계를 고려해 북한 인권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반면 윤석열 정부는 국제사회에서 자유와 인권 등 보편적인 가치 수호를 위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겠다고 천명해 왔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새로운 것들은 아니고 문재인 정부 때 안 했던 것들이죠. 굉장히 연속선상에서 했어야 할 일들인 거죠. 그러니까 인권이라는 게 보편적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같은 그런 정책들은 원래 했어야 하고 꾸준히 해야 할 일이다라고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황 대사가 이번에 제기한 문제들이 최근 불거진 생생한 인권 이슈들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강 교수는 해묵은 이슈나 추상적인 문제 제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사안들을 조목조목 언급함으로써 북한 인권 상황의 열악성과 범죄적 행태들을 국제사회에 부각시킨 발언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지금까지 북한 인권과 관련해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라든지 또는 북한의 통치에 대한 부분들에 대한 인권문제를 주로 제기했다면 이번 사안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구체적인 정황들을 국제사회에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황 대사의 연속적인 공개 발언은 북한의 최근 연이은 포격 도발로 형성된 남북간 군사적 대치전선이 외교무대로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협의 과정에 참여하고 있고 결의안 공동제안국 참가 여부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가치 외교를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 기조를 고려한다면 공동제안국 참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박사는 북한이 인권 문제에 예민한 것은 최고 존엄과 체제를 흔들려는 정치 공세로 보기 때문이라며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면서 대남 도발의 강도를 높이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박사] “한국이 유엔 무대에서 큰 틀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면서 동시에 인권 관련한 제소문제를 문제시한다면 직접적으로 김정은의 권위 문제와 연관을 지을 수 있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북한이 예민하거나 강경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유엔무대에서의 남북한 대립은 북한이 핵을 지렛대로 한 최근의 군사 도발 강도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김정은 위원장은 계속해서 체제 결속 그 다음에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을 강조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외교무대에서 한국이 북한이 아파하는 부분을 지적하고 있거든요. 그럼 여기에 대해서 북한은 모종의 상응하는 반발을 할 개연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국면은 군사적 대치국면에 이어서 외교적 대치국면까지 복합적으로 융합되는 그런 상황으로 가고 있고요.”

한편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민 2명의 가족과 면담을 가졌습니다.

권영세(왼쪽) 한국 통일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억류자 김정욱 선교사의 형 정삼 씨 등을 면담하고 있다. (한국 통일부 제공)
권영세(왼쪽) 한국 통일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억류자 김정욱 선교사의 형 정삼 씨 등을 면담하고 있다. (한국 통일부 제공)

면담에는 2013년 10월 북한에 밀입북 혐의로 체포된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 씨의 형 정삼 씨와 다른 억류자 1명의 가족이 참석했습니다.

통일부 장관이 북한에 억류된 자국 국민 가족을 만난 것은 처음입니다.

권 장관은 면담에서 “2013∼2014년부터 발생한 억류자 문제가 10년 가까이 됐지만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해결이 되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며 이들의 석방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강동완 교수는 역대 한국 정부들이 북한에 억류된 이들에 대한 공식 대응이 없었다며 권 장관의 면담은 이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본격 제기하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강 교수는 개인의 신념과 사상에 기초한 활동 때문에 억류되는 일은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불법적 조치라며 이번 면담이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행보라고 풀이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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