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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협의 적극 참여 중...공동제안국 참가 긍정 검토"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자료사진)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 정부는 유엔 총회에서 논의 중인 북한인권 결의안협의에 참여 중이고 공동 제안국 참가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잇단 대남 도발 속에서도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문제 제기에 적극 나서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원칙이 반영된 행보로 풀이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임수석 한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이 현재 유엔 총회에서 진행 중인 북한인권결의안 문안 협의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임수석 대변인] “우리 정부는 유엔 총회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북한인권결의안 협의에 적극 동참하고 있고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에 있습니다. 최종적인 입장은 결의안 문안 등 제반 요소를 고려해서 결정할 예정입니다.”

북한인권결의안은 매년 유럽연합, EU가 만든 초안을 주요국이 회람한 후 문안을 협의하며 유엔총회 산하 제3위원회를 거쳐 연말에 유엔총회에서 채택하는 단계를 거칩니다.

한국 정부가 긍정적 검토 방침을 밝힌 만큼 이번 북한인권결의안에는 공동 제안국으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수석 대변인은 공동제안국 참여를 적극 검토하는 배경에 대해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고 한국 정부가 가치외교로서 인권, 평화, 자유, 번영 등 글로벌 보편적인 원칙을 추구하는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해왔지만 문재인 전임 정부 시절인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불참했습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직접 협상을 선호하면서 북한인권문제를 회피했고 오히려 인권문제를 거론할수록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인식까지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북한인권문제 자체를 제기하는 것이 북한과의 협상이나 대화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은 공식적으로 북한인권문제를 국제사회에 제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하면 할수록 북한인권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인식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2019년 말 일부 한국과 외국 인권단체들은 북한에 불법 행위를 눈감아줄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북한인권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에 대한 인권문제 제기가 최고 존엄과 체제를 흔들려는 의도라며 민감하게 반응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하는 포격 도발을 연이어 일으키면서 한반도 긴장을 끌어올리고 있는 북한의 행태에 한국 정부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가 어떤 영향을 줄 지 주목됩니다.

임수석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이미 8.15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을 발표하면서 북한과의 대화가 언제든지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한국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등 각종 위협에는 대응하면서 북한이 대화의 길로 나올 수 있는 그러한 조치도 항상 문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지난 2014년 유엔인권조사위원회, COI가 북한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을 때 북한이 인권 문제 제기에 핵으로 응수하겠다고 할 만큼 강하게 반발했다며 이번에도 한국 정부의 움직임을 빌미로 북한이 도발 강도를 높일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이후에 정치적 대화, 군사적 대응 여기에도 사실상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돼요. 인권문제 때문에 이번에 미사일 사격한다는 식으로 밝히고 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적절한 수준에서 넘어갈 수 있는 문제도 그 선을 넘겨서 더 과잉 대응하게 만드는 그런 요소들이 어느 정도 깔려 있는 거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한국이 공동제안국에 참여하면북한이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일환이라면서 도발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컨대 북한 인권 활동의 하나인 한국 내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활동 등을 겨냥한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의 체제 근본을 부정하는 패역도당의 전단 살포 행위 또 북한 인권을 모함하는 행위를 윤석열 정부가 사실상 조종했다 그런 식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겠죠.”

북한은 이번 유엔 북한인권 결의안 상정에 앞서 불편한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19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 회의에서 미국과 EU 등 서방 국가들이 인권에 대해 이중잣대를 가지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인권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인권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가 정책에서 인권을 최우선시하고 정치적 사회적 권리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주장도 폈습니다.

강동완 교수는 북한이 주장하는 인권은 보편적 개념의 인권이 아니라 우리식 사회주의 인권이라는, 정치 체제 특수성을 강조한 개념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남북 간 정치적 대립 상황에서도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혔는데도 북한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인권과 정치를 분리시키지 못하는 북한식 논리의 귀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도 윤석열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제안에 대해 북한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이 문제를 인권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 거래 또는 국면 전환용 등 정세 운용 차원의 카드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신희영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지난 12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적십자사가 이산가족 상봉을 준비해 왔지만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고 이산가족 상봉 관련 화상회의도 제안했지만 그런 것들도 북한이 다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이보다 앞서 지난 8일 장관 명의의 담화를 통해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남북 당국간 회담을 조속히 개최하자고 북한에 공식 제의한 바 있습니다.

한편 박용민 한국 다자외교조정관은 20일 서울서 제임스 히난 신임 유엔 북한인권 사무소장을 접견하고 북한 인권의 보호와 증진을 위해 유엔 등 국제사회와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조정관은 유엔 북한인권 사무소의 원활한 임무 수행을 위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전달하고 히난 소장과 북한의 열악한 인권과 인도적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히난 소장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제고하고 북한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한국 정부와 함께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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