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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통일부 장관, 북한에 이산가족 해결 당국간 회담 공식 제의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이 8일 이북5도청에서 열린 제41회 이산가족의 날 행사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한국 통일부 제공)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이 8일 이북5도청에서 열린 제41회 이산가족의 날 행사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한국 통일부 제공)

남북관계 교착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북한에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간 회담을 공식 제안했습니다. 시급히 풀어야 할 인도적 사안을 통해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려는 한국 정부 의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남북한 모두의 명절인 추석 연휴를 앞둔 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담화를 발표하고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간 회담을 북한에 공식 제의했습니다.

[녹취: 권영세 장관] “오늘 정부는 남북 당국 간 회담을 개최하여 이산가족 문제를 논의할 것을 북한 당국에 공개적으로 제의합니다.”

권 장관은 "이산가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사안의 시급성을 강조했습니다.

권 장관은 “과거와 같은 소수 인원의 일회성 상봉으로는 부족하다”며 “당장 가능한 모든 방법을 활용해 신속하고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100명씩 일회성 행사로 진행됐던 상봉 방식보다는 남북한이 만나서 생사 확인과 서신 교환, 수시 상봉 등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권 장관은 “남과 북의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빠른 시일 내에 직접 만나서 이산가족 문제를 비롯한 인도적 사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녹취: 권영세 장관]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북한과의 회담에 임할 것입니다. 회담 일자, 장소, 의제와 형식 등도 북한 측의 희망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입니다.”

권 장관은 또 공개 제안과 함께 이날 통일부 장관 명의로 리선권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에게 대북 통지문 발송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정부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간 회담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또 통일부 장관이 담화를 통해 통상적인 이산가족 논의 채널인 적십자회담이 아닌 당국간 회담을 제안한 것도 이례적입니다.

이산가족의 고령화로 이들이 상봉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절박함이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이산가족 생존자는 4만3천여명이고 이 가운데 70대 이상 고령자가 8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이산가족 신청자 2천504명이 생이별의 한을 씻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등 갈수록 생존자의 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2000년 8월 처음 시작돼 2018년 8월까지 총 21차례 열렸지만, 한 번에 100명 정도에만 기회가 주어지고 그나마도 몇 년에 한 번씩 드문드문 열려 보다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이산가족 문제는 정치 군사 등 다른 문제와 무관한, 시급한 인도적 사안으로 북한의 호응 여부를 떠나 한국 정부가 풀어야 할 기본 책무라고 말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 적십자회담에서 이미 합의한 사항이지만 북한이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해 왔다며, 이번 제안은 한국 정부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 차원에서 문제를 풀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행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대해서 북한에게도 주의를 환기시키고 국제사회에도 이건 정말 인도주의적 문제이고 인권과도 연계돼 있는 거란 말이에요. 윤석열 정부는 인권 문제, 인도주의적 문제를 중요한 가치로 다루고 있다는 것을 전세계에도 알릴 수 있는 그런 계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북한의 호응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관측들이 많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은 분명한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남북관계의 교착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달 담화를 통해 윤석열 정부와 상대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남북관계 단절을 선언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북한은 외부 사회와의 대면 협상을 극도로 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산가족 문제가 인도주의적 사안인 만큼 북한이 한국 측 제안을 고민할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김형석 전 차관입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북한도 일언지하에 거절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이산가족 관련해서 그동안 행사도 많이 했잖아요. 북한도 이산가족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 건 아니란 말이죠. 그러니까 이걸 이런 식으로까지 통일부 장관이 나서서 원하는 시간과 장소 다 해라 라고 까지 했는데 북한이 이것을 쉽게 거부하긴 어려운 사안이다라고 보는 거죠.”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반전의 계기로 삼고자 대표적 인도주의적 사안인 이산가족 문제를 제기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권 장관이 담화에서 ‘담대한 구상’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은 “병행되는 문제”라며 “두 개가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대목도 그런 기대감을 드러낸 발언이라는 겁니다.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담대한 구상’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물꼬를 트기 어려운 상황이고요, 이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장관이 직접 인도적 사안에 대한 적극적인, 구체적 제의를 한 거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권 장관은 “남북관계에 있어서 전제가 되고 선후관계가 따로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이산가족 제의를 통해서 다른 남북관계 문제가 같이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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