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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 노동자 우크라이나 전후복구 투입?


지난 7월 신홍철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가 모스크바에서 올가 마케예바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대사에게 승인문서를 전달했다며,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7월 신홍철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가 모스크바에서 올가 마케예바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대사에게 승인문서를 전달했다며,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사진을 공개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 노동자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전후 복구에 투입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왜 우크라이나에 노동자를 보내려는 것인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노동자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후 복구에 투입하려는 움직임이 하나둘씩 포착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지난 9일 돈바스 지역 친러시아 세력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수장인 데니스 푸실린은 북한 노동자 투입 문제를 둘러싸고 북한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푸실린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잘 훈련된 건설노동자를 갖고 있다”며 북한의 첫 번째 전문가 그룹이 조만간 도착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모스크바 주재 신홍철 북한대사는 7월 29일 올가 마케예바 러시아 주재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대사를 만나 북한 노동자 파견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돈바스 지역의 또 다른 친러 세력인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도 북한과 접촉하고 있습니다.

로디온 미로슈니크 모스크바 주재 루한시크인민공화국 대사는 10일 인터넷 프로그램인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신홍철 북한대사와 만나 북한 노동자를 복구사업에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과 러시아 정상 간 소통도 긴밀해지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8월15일 광복절을 맞아 축전을 주고 받았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보낸 축전에서 두 나라가 “종합적이고 건설적인 쌍무관계를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항공협정도 맺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양국은 지난 17일 모스크바에서 항공안전협정을 체결했습니다.

과거 북한 고려항공은 평양-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을 주2회 운항했으나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중단됐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미한정책 국장은 북한이 돈바스 지역의 전후 복구사업에 노동자를 투입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콧 스나이더] ”I think it’s plausible that North Korea could send workers to Donbas.”

전문가들은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것은 상호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일 유엔에서는 특별총회가 열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놓고 찬반투표가 벌어졌습니다.

이 결의안에 미국과 한국, 일본 등 국제사회 141개국이 찬성했고, 중국과 인도, 이란 등은 기권했습니다.

북한은 결의안에 반대했습니다. 전세계에서 이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북한과 벨라루스, 시리아, 에리트레아, 러시아 등 5개국뿐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손을 들어 줬습니다.

5월 26일 미국은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습니다. 그러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거부권을 행사해 결의안을 부결시켰습니다.

이어 북한은 7월13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괴뢰정권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을 승인했습니다.

이로써 북한은 러시아와 시리아에 이어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을 국가로 승인한 세 번째 나라가 됐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밀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전후 복구사업이 외화벌이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노동부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의 평균 월급은 415달러로, 러시아 건설노동자의 월급 보다 40% 정도 낮습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러시아 사업주들은 북한 노동자를 ‘싸고 좋은 인력’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만일 월급을 500 달러로 책정하고 북한이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시크인민공화국’에 노동자를 각각 1만명씩 파견한다면 북한은 연간 1억2천만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습니다.

한국이나 미국의 입장에서 1억2천만 달러는 큰 돈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돈은 북한의 지난해 총 수출액인 8천만 달러보다 많은 것으로 외화난을 타개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과거에는 10만 내외의 노동자들이 외국에 나가 많은 외화를 벌었는데 지금은 어려워진 상황이고, 북한으로서는 돈바스라는 출구가 생긴 거죠.”

북한과 러시아, 그리고 돈바스 지역 2개의 인민공화국은 이미 노동자 투입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를 이룬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남은 것은 북한 실무대표단이 돈바스 지역을 방문해 현지 당국자들과 복구사업의 내용과 범위, 기간, 인력 규모, 임금, 처우 등에 합의하는 겁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 노동자가 투입되더라도 실제 노동자 손에 쥐어지는 돈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이것은 국가간 거래이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직접 임금이 주어지진 않을 겁니다. 국가간 물물교환 형식이고, 노동자가 파견되더라도 급료가 직접 노동자에게 주어지긴 어려울 겁니다.”

앞서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도 7월1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돈바스에서 생산되는 부품과 설비에 관심이 많다’며 과거 북한과 러시아가 공업용 자재와 식량을 교환했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친러시아 세력의 독립을 인정한 것과 노동자 파견 움직임을 강력 규탄하고 있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7월 20일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재건에 북한 노동자들이 투입될 수 있다는 러시아 측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특정한 유엔 안보리 제재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지만, 이것은 분명히 우크라이나의 주권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습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는 오직 우크라이나에만 속해 있다”며 “그 곳에서 누가 어떤 계획을 추진할 지는 다른 정부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프라이스 대변인] “I couldn’t speak to specific UN Security Council sanctions but it certainly is an affront to the sovereignty of Ukraine. The Donbass, eastern Ukraine belongs to Ukraine and Ukraine alone.”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2375호와 2397호 위반입니다.
그러나 유엔 회원국이 아닌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등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고 이를 러시아가 묵인한다면 미국 등 국제사회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Russia hire North Korean workers against sanction regime…”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돈바스 전후 복구에 노동자를 투입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노동자 송출이 실제로 이뤄질지, 또 이를 통해 북한의 극심한 경제난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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