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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한 을지프리덤실드 사전연습 돌입...한국 '담대한 구상' 제안 속 북한 반응 주목 


미 공군 B-1B 폭격기와 F-35B 스텔스 전투기들이 한국 공군 F-15K 전투기들과 한반도 상공에서 훈련하고 있다. (자료사진)
미 공군 B-1B 폭격기와 F-35B 스텔스 전투기들이 한국 공군 F-15K 전투기들과 한반도 상공에서 훈련하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과 한국이 16일부터 을지프리덤실드(UFS·을지 자유의 방패) 연합연습의 사전연습에 들어갔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북한에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 가운데 벌어지는 이번 연합연습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군 당국에 따르면 미한은 16일 을지프리덤실드, 즉 UFS(을지 자유의 방패) 연합연습의 사전연습인 위기관리연습을 시작했습니다.

19일까지 나흘간 진행되는 이 연습은 위기 상황 발생을 가정해 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절차를 숙달하는 연습입니다.

이어 22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UFS 본 연습이 진행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본 연습에선 상당 기간 축소 조정해 시행된 야외기동훈련을 정상화해 미한 동맹을 재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은 “연합연습 기간에 제대별 기능별 전술적 수준의 연합 야외기동훈련을 병행 시행해 연합작전 수행 능력을 향상할 것”이라며 최근 몇 년간 이뤄지던 시뮬레이션 방식이 아닌 병력이 실제로 기동하는 훈련을 펼친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과학화 전투와 공격헬기 사격, 대량살상무기 제거, 상용 교량 구축, 폭발물 처리 등 13개 종목의 연합 야외기동훈련이 있을 예정입니다.

합참은 2019년 이후 연중 분산해서 시행하던 각종 연합 야외기동훈련을 이번 연합연습에 적용되는 작전계획에 기반을 둔 훈련 상황을 상정해 시행함으로써 훈련 성과를 극대화하고 미한동맹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합참은 UFS가 “연례적으로 실시해온 방어적 성격의 연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이번 연합연습은 2018년 이전 수준으로 복원, 정상화한다는 의미가 있는데 특히 북한의 핵 미사일 역량이 고도화되고 북한 최고지도자가 핵을 사용해서 우리를 소멸하겠다는 협박을 노골적으로 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대한민국과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그런 한미연합 억제력을 공고히 하는 그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그러나 미한 연합연습을 북침을 위한 핵전쟁 연습 등으로 규정하면서 비난해 왔습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이른바 ‘전승절’ 연설을 통해 한국을 향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작태를 이어간다면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지난달 30일 “강대강 국면에서는 상대가 감행한 도발의 강도, 대결의 수위에 비례한 상응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연합연습은 특히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단계에 맞춰 북한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 직후 이뤄져 북한의 반응이 주목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비핵화 문제에 관한 한 미국과 양자간 담판 사안으로 보기 때문에 한국이 제시한 구상에 호응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망했습니다.

홍 실장은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미한 군사동맹과 확장억지력, 연합훈련이 강화되는 흐름은 북한에게 한국 측 제안을 받아들이기에 매우 불편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광복절 경축사에선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에 관한 사항이 제외됐습니다.

홍 실장은 한국 정부가 ‘담대한 구상’ 가운데 정치 군사적 로드맵을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대화 조건으로 내건 북한이 태도를 바꿔 대화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오늘 한미연합훈련이 사실상 예비훈련 형식으로 시작됐고 곧 본훈련이 시작되죠. 이런 일정 때문이라도 북한이 당장 호응하기엔 적절한 타이밍 상으로도 맞지 않다라는 부분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엔 북한이 수용하기 힘든 원칙이 깔려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박 교수는 ‘담대한 구상’의 핵심은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인데, 첫 단계인 포괄적 합의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담아야 한다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핵 군축 협상에 나서려는 북한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는 겁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비핵화를 하기 위해선 최소한 비핵화 첫 단계부터 최종 단계를 포함한 로드맵, 계획이 있어야죠. 그 계획 자체를 북한이 거부한다는 것은 결국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 라고 읽어도 무방할 정도가 되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북한이 미한 연합연습을 계기로 한동안 뜸했던 도발 행위를 재개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체계를 정상방역체계로 완화하면서 도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연합연습을 계기로 지난 6월 5일 이후 뜸했던 탄도미사일 발사를 재개하거나 정찰위성 발사로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0일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한국 민간단체들이 대형 풍선을 이용해 북한에 살포한 대북 전단과 물품 등을 신종 코로나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한국을 겨냥해 강력한 보복성 대응을 가해야 한다고 위협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의 도발이 9.19 남북 군사합의를 깨는 방식으로 다양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북한이 얘기한 예고대로라면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는 9월 초 이후에 북한이 모종의 반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에요, 지금 상황은. 그리고 그 사이에 만약에 전단이 일부 단체에 의해서 보내지면 이것은 사실 사안의 휘발성이 훨씬 커지는 거죠.”

한편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 제안과 관련해 16일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공동 번영을 위한 한국 정부의 진정성 있는 제의에 대해 북한이 호응할 것을 촉구하며 또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 통일부 차원에서 북한에 당장 실무 접촉을 제안할 계획은 없다며 “구체적으로 북한에 접촉 제의를 할 지는 앞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상황을 봐가면서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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