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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핵전쟁 나면 승자는 없다"...러시아, 극초음속 미사일 '치르콘' 본격 실전 배치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31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해군의 날' 기념식에서 선상 장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31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해군의 날' 기념식에서 선상 장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전쟁에 승자는 있을 수 없으며, 그런 전쟁은 절대 시작돼선 안 된다"고 1일 밝혔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한 제10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 보낸 서한에 이같이 명시하고 "우리는 세계 공동체 모든 구성원을 위한 평등하고 불가분의 안보를 지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러시아는 NPT 조약국으로서 조약의 정신과 내용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강조한 뒤 "미국과의 핵무기 감축 협정 역시 완전히 지켜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모든 NPT 준수 국가는 아무런 추가 조건 없이 평화로운 핵 이용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면서 "우리는 원자력 분야에서 우리의 경험을 파트너들과 나눌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 "극초음속 미사일 본격 실전 배치"

한편, 푸틴 대통령은 핵탄두 탑재 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 '치르콘'을 몇달 안에 러시아 해군이 호위함에 본격 배치해 실전에 사용할 것이라고 전날(31일) 밝혔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7월 마지막주 일요일인 러시아 '해군의 날'을 맞아 상트페데르부르크에 열린 기념식에서 이같이 말하고, 치르콘 미사일이 담당하는 지역은 "러시아의 이익에 준거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북극해와 흑해, 오호츠크해, 발트해와 베링·쿠릴해협은 러시아의 국익 지역이라고 주장하고 "모든 수단을 다해 이들 해역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여기서 중요한 건 러시아 해군의 능력"이라며 "우리 해군은 우리 주권과 자유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모든 적들에게 번개같은 속도로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치르콘의 능력에 관해 "세계 어느 곳에도 맞설만한 무기 체계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5배 이상 속력으로 날아가 지구상 어느 곳이든 1시간 이내로 타격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항로 변경을 비롯한 조종이 가능하며 대기 중에서 낮은 궤도로 날아가다가 목표물을 빠르게 타격해 추적과 방어가 어렵습니다.

선박에 장착하는 극초음속 치르콘 순항 미사일은 최고 마하8(시속 약 9천792km)로 비행해, 기존 미사일 방어 체계로는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는 자국 극초음속 미사일의 비행 성능을 음속의 8~10배로 밝히고 있습니다.

■ 시험 발사 거듭

푸틴 대통령은 수년 동안 치르콘 미사일의 해상 발사실험을 주도하고, 관련 자료를 대외에 공개해왔던 러시아 해군 '고르쉬코프원수'함이 가장 먼저 이 미사일을 운용하게 될 것이라고 이날(31일) 강조했습니다.

러시아는 앞서 치르콘 미사일의 전함과 잠수함 발사 시험을 여러 번 실시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고르쉬코프원수함이 북극해 인근 백해에서 실험 발사하는 사진을 수차례 공개해왔습니다.

이에 관해 러시아 당국자들은 핵무기와 극초음속미사일 전력 보유 사실을 강조하고, 실전 사용 가능성을 공공연하게 언급해왔습니다.

지난 5월, 드미트리 로고진 당시 러시아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사장은 "핵 전쟁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은 우리(러시아)에 의해 30분 안에 말살될 것"이라고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밝힌 바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 전장 실제 사용

러시아는 또 다른 극초음속 미사일인 '킨잘'을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전장 곳곳에서 수차례 사용한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개전 약 한달째였던 지난 3월 18일, 핵탄두 탑재 가능한 극초음속 무기 Kh-47M2 '킨잘' 미사일을 발사해, 우크라이나 군사시설을 파괴했다고 다음날 밝힌 바 있습니다.

그 이튿날에는 "킨잘 미사일을 발사해 니콜라예프(므콜라이우) 지역의 코스텐티니우카 정착지 인근에 있는 군 연료·윤활유 저장소를 파괴했다"고 밝혔습니다.

■ 민간 지역에 떨어진 적도

이어서 러시아군은 지난 5월 9일,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해 우크라이나 남서부 오데사 일대를 공습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 남부작전사령부는 당시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 Tu-22 전략 폭격기가 신형 극초음속미사일 '킨잘'을 발사해 건물 5개를 파괴했다"고 밝혔습니다.

발사된 미사일은 3발 이상이고, 오데사 시내 호텔과 쇼핑몰 등 민간 시설에 떨어진 것으로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당시 오데사를 방문 중이던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에 일정을 중단하고, 황급히 방공호로 대피했습니다.

러시아는 치르콘과 킨잘 등 극초음속 무기 외에, '사르맛' 등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들을 시험하거나 실전 배치 단계에 두고 있습니다.

■ 새 해양 독트린 서명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31일) '해군의 날' 연설에서, 과거 러시아의 제국시대를 연 포트르 대제를 언급하며, 그가 러시아를 해양 강국으로 만들었다고 칭송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표트르 대제가 제국 시대를 열며 천도한 장소입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새 해양 독트린에 서명했습니다.

러시아의 새 해양 독트린은 미국을 러시아 안보의 주요 위협으로 규정했습니다.

특히 해양과 항로·에너지 사용과 관련한 국제적 절차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접근이 "해양에서 러시아의 발전과 안보에 대해 주요한 도전과 위협"이라고 명시했습니다.

또 러시아 방면을 향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군사시설 확장과 러시아 인접 해역에서의 군사 훈련 증가를 주요 안보 위협으로 꼽았습니다.

러시아의 해양 독트린은 2001년 처음 채택됐으며,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름반도(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이듬해인 2015년 마지막으로 개정된 바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재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단됐던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이 1일 재개됐습니다. 전쟁 발발 이후 5개월여 만입니다.

터키('튀르키예'로 국호 변경) 국방부는 이날 "시에라리온 선적 화물선 '라조니'호가 오전 8시30분(현지 시각) 총 2만6천t의 우크라이나산 옥수수를 싣고 오데사항을 출항, 레바논으로 떠났다"고 발표했습니다.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실은 시에라리온 선적 '라조니'호가 1일 오데사항을 떠나고 있다.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실은 시에라리온 선적 '라조니'호가 1일 오데사항을 떠나고 있다.

이어서 "라조니호는 현재 합동조정센터(JCC)의 안내를 받아 정해진 안전 항로로 순항 중"이라며 "우크라이나 항만에 대기 중인 다른 화물선들도 같은 방식으로 운항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오데사와 유즈니, 초르노모르스크 등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만 3곳에서 화물선 10척이 곡물을 싣고 출항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추가 화물선들도 속속 입항할 예정입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터키, 유엔은 지난달 22일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재개에 전격 합의했습니다. 오데사 등 우크라이나 항구 3곳을 열고 안전한 항행 보장을 위해 JCC를 이스탄불에 설치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합의 이후에도 러시아군이 오데사항 일대를 미사일로 공격하면서 합의 이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이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과 상관없이 합의를 준수하겠다"고 밝히면서 곡물 수출 준비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됐습니다. JCC는 지난달 27일 이스탄불에서 운영을 개시했습니다.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 가운데 하나인 우크라이나가 다시 수출을 재개하면서, 급등했던 국제 식료품 가격도 점차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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