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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중국 내 북한인 인신매매·강제노동 강력 비판


중국 단둥 세관에서 북한으로 가기 위한 중국 화물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자료사진)
중국 단둥 세관에서 북한으로 가기 위한 중국 화물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자료사진)

미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국제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북한인들에 대한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을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북한인이 중국 국영 업체에서 강제노동에 동원됐다는 언론 보도 내용도 지적했는데, 전문가들은 이런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며 중국의 변화를 더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무부는 최근 발표한 2022 국제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에서 북한과 중국을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최하위 3등급 국가로 지목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이 아닌 중국 내 인신매매 실태 설명서에서 탈북 난민과 북한 노동자에 대한 인신매매 피해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극도로 취약한 북한 이주 인구 중에서 인신매매 피해자를 식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피해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에게 송환을 대체할 법적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무부 인신매매 보고서 중국 부문] “The government did not undertake efforts to identify trafficking victims within the PRC’s highly vulnerable North Korean migrant population, nor did it provide suspected North Korean trafficking victims with legal alternatives to repatriation,”

아울러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국경 봉쇄로 중국을 경유해 제3국에서 망명을 신청하려는 북한 국적자가 현저히 줄었지만, “중국 당국은 계속 망명을 모색하는 북한인들을 구금하고 일부를 강제노동수용소 등 혹독한 처벌과 죽음에 직면할 가능성이 큰 북한으로 강제 송환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공식 신분증이 없는 많은 탈북민이 인신매매에 취약하다며 피해 실태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중국 내 인신매매범들이 국경에 도착한 일부 탈북 여성을 유인하고 마약을 투여해 감금하거나 납치하고, 윤락업소와 술집, 인터넷 음란채팅을 통해 성매매를 강요하거나 강제 결혼을 시킨다는 것입니다.

[국무부 인신매매 보고서 중국 부문] “Traffickers lure, drug, detain, or kidnap some North Korean women upon their arrival in the PRC and compel them into commercial sex in brothels and bars, through internet sex sites, or in relation to forced marriage.”

인신매매범들은 또 북한 여성을 농촌과 가사, 식당, 단란주점, 커피숍, 공장의 강제노동에 투입하고, 이들의 이동과 소통의 자유를 제한하며 임금을 착복하고 중국인 고객과의 성매매를 강요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국무부는 특히 인신매매의 대표적인 형태인 ‘강제노동’이 사실상 북한과 중국 정부의 방조와 묵인하에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언론과 비정부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정부는 확산 금융 시스템의 일환으로 중국 내 북한인들에게 호텔과 식당, 사이버 활동 등에 강제노동을 강요”하고 있으며 중국 당국자들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란 겁니다.

아울러 중국 국영 제조업체 시설의 수출용 방호복 생산을 위해 북한 노동자를 강제노동에 투입했다는 언론 보도 내용도 인용했습니다.

[국무부 인신매매 보고서 중국 부문] PRC national-owned manufacturing facilities reportedly also subject North Korean workers to forced labor in the production of protective medical garments for international export.

앞서 ‘데일리NK’ 등 대북 매체들은 북한 노동자들이 랴오닝성의 방호복 생산에 투입돼 하루 최대 18시간씩 일하는 등 중노동과 임금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렇게 국제 인권법과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버젓이 무시하는 중국을 겨냥해 미국 정부와 당국자들의 비판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스콧 버스비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수석 부차관보 대행은 지난 19일 공산주의 희생자 추모재단이 주최한 기념행사에서 “중국은 괴롭힘과 강제실종, 강제노동, 고문, 종교나 신앙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 수많은 잔학행위와 인권 유린에 책임이 있는 또 다른 정권”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버스비 수석차관보 대행]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is another regime responsible for numerous atrocities and human rights abuses, including harassment, enforced disappearances, forced labor, torture, and restrictions on freedom of religion or belief,”

유엔 인권기구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중국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닐스 멜저 유엔 고문 문제 특별보고관과 미리암 에스트라다 카스틸로 유엔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 부의장,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해 말 중국 정부에 공동서한을 보내 중국에 구금된 북한인 1천 170명에 관한 정보와 법적 근거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했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특히 올해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임기 마지막 보고서에서 중국을 여러 번 언급하며 “송환 시 심각한 인권 침해 위험이 있는 북한 출신 개인(탈북민)에 대해 국제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적용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 보고서] “Apply the principle of non-refoulement to individuals from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who are at risk of serious human rights violations upon repatriation.”

퀸타나 보고관은 앞서 ‘VOA’에 보낸 입장문에서 자신의 임무는 중국 내 탈북민 문제도 포함한다며 “중국 정부가 국제법에 도전하고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이런 공개적 비판은 과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영향력을 고려해 국가 이름조차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던 전례와 사뭇 달라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이를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21일 VOA에, “퀸타나 보고관이 문제가 무엇인지 아주 잘 부각시킨 것으로 생각한다”며 “중국은 탈북민과 관련해 아주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 think Quintana did a very good job of highlighting what the problems were. China is very much a problem in terms of North Korean defectors now.”

킹 전 특사는 또 국무부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가 중국 내 탈북민 실태뿐 아니라 중국 국영 제조업체의 북한 근로자 강제노동 문제를 언급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보고서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며 북한 노동자를 착취하는 중국 내 특정 산업을 자세히 지적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하도록 압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킹 전 특사] “This is the kind of thing that's very helpful because it's very specific, and it points at specific industries in China that are exploiting North Korean workers. And that increases pressure on China to avoid that.

킹 전 특사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렇게 문제를 정확히 지적해(pinpoint) 공개하는 노력을 더 강화하며 중국의 변화를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내 인신매매와 강제북송 피해자로 영국에서 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인 박지현 씨는 오는 30일 유엔이 제정한 세계 인신매매 반대의 날(World Day Against Trafficking in Persons)을 맞아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서 북한의 인신매매 피해 상황을 설명할 예정입니다.

박 씨는 21일 VOA에 중국 공산당을 겨냥해 오랜 기간 시위와 서명운동을 해도 변화가 거의 없었다면서 이제 이 문제를 국제사회가 공감할 ‘현대판 노예” 이슈로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인신매매하면 여성에 관한 것으로만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인신매매는 매우 광범위합니다. 그곳에 강제노역도 들어가고 강제북송됐을 때 감옥에서 처벌받는 것도요. 이제 좀 더 포괄적으로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21세기 현대판 노예, 강제 인신매매--공감할 목소리를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 씨는 또 탈북 난민과 북한 노동자 모두 여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무국적자와 같다며, 유엔이 이런 차원에서 임시 여권을 발급하도록 하는 방안도 국제사회가 진지하게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밖에서 힘든 일을 하다가 언젠가 돌아와 쉴 수 있는 곳이 바로 집이잖아요. 북한을 떠나서 한국으로 가려는 사람들에게는 한국이 바로 집이에요. 그 집에 가서 가족과 함께 따뜻한 밥 한 그릇 먹어 보는 게 그분들의 소원입니다. 이분들을 절대 강제북송하지 말고 그분들이 원하는 집으로 보내달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그분들이 원하는 집이 바로 자유 대한민국이잖아요.”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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