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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북한, 20년 연속 최악의 인신매매국…국가 주도 강제노역 만연”


미국 국무부가 19일 ‘2022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 국무부가 19일 ‘2022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북한이 20년 연속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지목됐습니다. 국무부는 북한에서 수감 시설 내 강제 노동, 노동자 해외 송출, 성인과 어린이 집단 동원 등 국가 차원의 다양한 인신매매 범죄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은 20년만에 1등급에서 2등급으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무부가 19일 발표한 ‘2022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에서 북한을 최하위인 3등급 국가로 지정했습니다.

3등급은 국가의 인신매매 감시와 단속 수준을 나타내는 등급 중 가장 낮은 단계입니다.

이로써 북한은 20년 연속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지목됐습니다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북한 정권이 인신매매 퇴치의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북한은 이와 관련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어 3등급 국가로 남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특히 인신매매를 후원하는 정책이나 양상을 보이는 국가 11곳 중 하나로도 분류됐습니다. 북한 외에는 이란, 러시아, 시리아, 쿠바, 아프가니스탄, 예멘, 에리트레아 등이 지목됐습니다.

국무부는 북한의 강제 노동이 정치 탄압의 확고한 체계의 일부이자 경제 체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며, 북한 당국이 정치범 수용소, 노동 교화소, 집단 동원, 해외 노동자 송출을 통해 주민들을 강제 노동에 동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강제노동으로 인한 수익은 불법활동을 포함한 당국의 자금으로 활용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비주얼아틀라스(www.visualatlas.org)' 웹사이트에서 검색한 북한 개천의 14호 관리소(정치범수용소) 위성사진. 사진=Visual Atlas.
'비주얼아틀라스(www.visualatlas.org)' 웹사이트에서 검색한 북한 개천의 14호 관리소(정치범수용소) 위성사진. 사진=Visual Atlas.

수감 시설에서 농장, 학교까지 만연한 ‘강제 노동’

보고서는 북한 정부 관리를 포함한 인신매매범들이 북한 내부와 해외에서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행하는 인신매매 범죄를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는 8만에서 12만 명의 주민들이 수감돼 있으며, 이들은 대부분 정식 기소와 유죄 판결, 선고 등 공정한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아동을 포함해 수감자들은 가혹한 환경에서 장시간 벌목과 광산, 제조 혹은 농업 분야에 투입돼 강제 노동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코로나를 구실로 정치범 수를 늘리고 주민에 대한 강제 노동을 확대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보고서에 새롭게 추가된 부분은 북한 당국이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한 이후, 한국, 미국, 일본의 영상물을 시청하고 배포한 어린이와 성인에 대한 처벌에 노동교화소 내 강제 노동형을 포함했다는 내용입니다.

보고서는 2021년 11월에 6명의 고등학생들이 한국 드라마를 시청한 죄로 5년의 노역형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국무부는 당국이 성인과 어린이들을 다양한 분야에서 집단 동원하며, 참여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 식량 배급을 중단하거나 벌금을 부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2021년 북한 당국이 전국적으로 1만4천 명의 기혼 여성을 강제 동원해 황해남도에서 농장일을 시킨 사례가 올해 보고서에 새롭게 포함됐습니다. 2020년 중국으로부터 식량 수입이 중단되고 전년도 흉작에 이어 식량을 증산하기 위한 동원이었습니다.

보고서는 또 고아와 당국에 뇌물을 바칠 수 없는 집안의 어린이들이 군대식 조직에 동원돼 무보수로 위험한 상황 속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밖에 여성과 아동이 성매매 착취 대상이며, 특히 학비를 내지 못하는 북한 내 여성 대학생과 탈북 여성들이 성매매를 동반한 인신매매에 취약하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의 지독한 인권 침해로 인해 북한을 떠나는 주민들이 중국에서 성매매와 노동 관련 인신매매에 취약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탈북민들이 중국 당국자들에게 적발되면 북한에 강제송환 돼 강제 노동과 고문, 낙태, 처형 등 가혹한 처벌을 받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무부가 매년 발간하는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에서 최악의 등급인 3등급으로 지정된 나라들은 미국 정부로부터 일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등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미국 대통령은 인도주의나 무역과 관련되지 않은 미국 정부의 대외 지원에서 이들 나라들을 제외할 수 있습니다.

올해 보고서에서는 북한과 함께 중국, 러시아, 이란, 쿠바, 버마 등 22개 나라가 3등급을 받았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9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2022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 발표회에서 연설했다. 오른쪽은 캐리 존스톤 국무부 인신매매퇴치감사국 국장.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9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2022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 발표회에서 연설했다. 오른쪽은 캐리 존스톤 국무부 인신매매퇴치감사국 국장.

한국, 20년 만에 2등급으로 하락

한국은 올해 처음으로 인신매매 방지와 관련해 2등급 평가를 받았습니다.

국무부가 처음 보고서를 발간한 2001년에는 한국이 3등급을 받았지만 2002년부터 작년까지 매년 1등급을 유지해오다가 올해 등급이 내려간 것입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 않지만 이를 위해 의미 있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진지함과 지속성에 있어 예년보다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2020년과 비교해 인신매매 관련 기소가 줄었고, 외국인 성매매 피해자 관련 오래된 우려에 대응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 당국자들이 외국인 성매매 피해자들이 강압에 의해 저지른 불법 활동을 처벌하고 인신매매범에 대한 조사 없이 피해자들을 추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어업 분야 등에서 외국인 강제 노동이 만연하다는 보도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외국인 강제노동 피해자 신원 확인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 지침을 일관되게 활용하지 않았고, 인신매매와 관련한 범죄자 대부분이 1년 미만의 가벼운 형을 선고 받거나 기소 유예 혹은 벌금형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신매매 희생자가 2천500만 명에 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을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인신매매를 후원하는 11개 국가의 실태를 전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Meanwhile, in 11 countries, the government subjects its own people to trafficking, for example. As retaliation for political expression or through forced labor on projects of national interest, that can look like subjecting people, including children, to forced labor in key sectors mining, logging, manufacturing farming or sending members of ethnic minority groups to be deradicalized in camps. It can also mean employing workers around the world without telling them where they're going or what they'll be doing, confiscating passports and salaries, forcing them into dangerous work conditions, and constantly monitoring their movements.”

블링컨 장관은 “11개 나라의 정부는 자국민들을 인신매매의 대상으로 삼는다”며 “정치적 표현에 대한 보복으로, 국익이 걸린 사업에 대한 강제 노역으로, 아이들을 포함한 사람들을 광업, 벌목, 제조업, 농업에 강제 노역 시키고, 소수 민족 집단의 구성원을 수용소에 보내 급진적인 입장을 포기하도록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또한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할 것인지 말하지 않고 노동자들을 전 세계로 보내 그들의 여권과 급여를 압수하며 위험한 작업 환경으로 몰아넣고, 그들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형태를 띠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캐리 존스톤 국무부 인신매매퇴치감사국 국장 대행은 보고서 발표 뒤 별도로 열린 브리핑에서 중국 내 북한인 인신매매 문제와 관련해 중국 측과 협의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수년 동안 외교와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를 통해 중국 내 북한인 인신매매와 강제 노동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제기해왔다”고 대답했습니다.

[녹취: 존스톤 국장 대행] “We have raised for many years both in our diplomacy and in the Trafficking in Persons report, our concern about trafficking and forced labor specifically of North Koreans within China. We have documented that for many years and we will continue to do so as long as the practice continues.”

존스톤 국장 대행은 “우리는 수년 동안 이 문제를 기록했으며, 이러한 관행이 계속되는 한 계속해서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존스톤 국장 대행은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가 각국의 인신매매 근절 노력을 증진하고 강화하도록 장려하는 중요한 도구라고 강조했습니다.

국무부는 2000년 인신매매피해자보호법 제정 이후 2001년부터 매년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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