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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한국 ‘칩4 동맹’ 참여, ‘동반성장’ 이익…중국, 한국에 타격 줄 수 없어”


지난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윤석렬 한국 대통령과 함께 평택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했다.
지난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윤석렬 한국 대통령과 함께 평택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했다.

한국이 미국이 추진 중인 반도체 공급망 동맹인 칩4동맹에 참여할 경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반도체 선진국들이 동반성장을 도모하고 비교우위 분야를 특화해 상호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의 보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중국이 한국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는 점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임스 앤드류 루이스 수석부소장 겸 전략기술 프로그램 국장은 18일 VOA에 한국의 ‘칩4동맹’ 참여와 관련해 “반도체 강국인 한국이 다른 선도국들인 미국, 일본, 타이완과 협력 관계 강화를 통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이스 수석부소장] “This is a competitive market and one of the goals in building this kind of partnership is to find a way to have policies that accelerate growth without getting in the way of legitimate competition.”

루이스 수석부소장은 “(반도체는) 경쟁이 심한 분야이며, 합법적인 경쟁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성장을 가속화하는 정책을 도입하기 위해 이러한 협력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타이완이 한국과 반도체 생산 경쟁자이기에 정보 공유가 어렵다는 한국 일각의 우려에 대해 루이스 수석부소장은 “반도체 동맹은 기업비밀 공유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한국, 타이완, 일본과 함께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인 ‘칩4’(Chip4) 혹은 ‘패브4’(Fab4)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한국에 참여 여부를 8월 말까지 알려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미국과 한국의 정상이 이미 공급망 회복력 강화 의지를 확인했다며, 한국이 ‘칩4’에 참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비교우위를 통한 상호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What the U.S. is envisioning actually brings together strengths and comparative advantages that reside among the allies that have been approached. So the U.S. vision is one that anticipates a certain measure of cooperation rather than an overarching competition as r elated to various elements of the semiconductor supply chain where countries have already established a comparative advantage.”

스나이더 국장은 “동맹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과 비교 우위를 한데 모아 협력 관계를 만들겠다는 것이 미국의 구상”이라며 “반도체 생산 공정의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이 아닌 협력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기업들은 팹리스(fabless) 반도체 설계에 강점이 있으며, 한국과 타이완은 그 설계를 받아 생산하는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위탁생산에 강점이 있습니다.

“중국의 한국산 반도체 의존도 지렛대로 활용해야”

다만 한국의 대 중국 반도체 수출이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의 핵심 생산시설이 중국이 있어 한국의 ‘칩4동맹’ 참여가 중국의 보복을 불러올 것이라는 한국 일각의 우려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루이스 수석부소장은 한국이 중국 반도체 시장에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활용하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이스 수석부소장] “China doesn’t have alternatives. It’s not like they’re going to say we’ll stop buying your chips because they aren’t going to be able to make things. So Korea doesn’t want to underestimate its leverage in this discussion. It wants to ask what’s best for building a strong industry in the Indo-Pacific region. China is a part of that but it’s not the main part, and in some ways partnerships with Japan, the U.S. and Taiwan are more important because those are the countries that are investing in Singapore in Malaysia in Vietnam in the new chip centers. So this kind of relationship is more attuned to the market.”

루이스 수석부소장은 “중국은 (한국에 대한) 대안이 없다”며 “스스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산 반도체 구입을 중단하겠다고 말하지도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관련 논의에서 스스로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은 인도태평양 (반도체 산업)의 일부이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라며”일본, 미국, 타이완과의 협력관계가 더 중요한데, 이들 나라들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과 같은 새로운 반도체 중심지들에 투자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루이스 수석부소장은 따라서 ‘칩4 동맹’에 참여하는 것이 더 시장에 적절히 대응하는 선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은 한국의 반도체를 이용해 제조한 기기를 다시 해외 시장들에 판매한다며, 한국에 경제 보복을 위협한다면 다른 국가들도 중국산 불매를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이스 수석부소장] “So if the Chinese threaten South Korea, we can threaten China as well when it comes to what they’re selling things. When you look at the technology that comes out of China it’s completely dependent on Korea, Taiwan, the U.S. And so they’re very vulnerable in a way too.”

루이스 수석부소장은 “중국의 기술은 한국, 타이완, 미국에 완전히 의존적이기에 중국도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미국이 중국 내 한국 기업들의 반도체 생산시설 철수를 요구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 think it’s unlikely that the U.S. is going to actively suppress or target South Korean production capacities in China, but I think the focus is on ensuring that new South Korean investment flows at the cutting edge of semiconductor technologies flow away from china and toward the U.S.”

스나이더 국장은 “미국이 (기존의) 중국 내 한국의 생산 역량을 적극적으로 억압하거나 겨냥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최첨단 반도체 분야에서의 한국의 새로운 투자가 중국이 아닌 미국으로 향하도록 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무역대표부 고문을 지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클로드 바필드 연구원은 18일 VOA에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협력을 도모하느냐에 따라 반도체 동맹에 초대받은 국가들의 반응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바필드 연구원] “So it would depend on what they’re asking. I doubt if the U.S. would ask Japan, Taiwan and Korea to totally cut off all chip related trade and investment with China.”

바필드 연구원은 “아직 미국이 어떤 요구를 하는 지 알려지지 않았다”며 “미국의 요구에 따라 초대 받은 국가들의 반응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이 일본, 타이완, 한국에 대해 중국과의 모든 반도체 무역과 투자를 완전히 끊으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한국, 타이완 등이 모두 상당한 반도체 분야 투자와 정부 보조금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연구개발 분야의 취약점을 파악하고 새로운 반도체 설계를 구상하며 반도체 생산망에 대한 투자를 논의하는 등 공동 계획을 원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필드 연구원은 ‘칩4’가 참여국들간 상승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부 주도 노력에 대해 회의감을 나타내며 미국과 한국 등 각국에서는 벤처 기업 등 혁신적인 기업들이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고 말했습니다.

‘칩4’ 구체적 내용 없어… 미한 긴밀한 논의 필요

스나이더 국장도 아직 ‘칩4’의 내용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다며, 관계국들간 논의에서 목적, 협력 범위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한국이 중국 내 (회수 불가능한) 매몰 비용(sunk investment)을 보호하려 할 것”이라며 “한국이 ‘칩4’에 참여하고 진전을 내는 가운데에서도 매몰 비용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미국과 한국 간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토론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헤리티지재단의 앤서니 김 연구원은 18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한국과 미국이 전략적 명확성과 조정을 통해 수십년의 협력 관계를 실용적 수준으로 승격시키는 것은 양국에 분명한 이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인도태평양의 핵심 동맹들, 파트너들과 반도체 등 국제 공급망 강화 방안을 한국이 진지하게 고려해 볼 만 하다”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그러면서 “한국도 계획된 ‘칩4’ 동맹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미국에) 문의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원] “It’s not about how quickly Seoul has to respond to Washington’s invitation. It’s about how to make the chip4 idea practical and doable in the context of the exiting KORUS and the evolving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김 연구원은 “미국의 초대에 한국이 얼마나 빨리 답해야 되는지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핵심은 기존의 미한 자유무역협정,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맥락에서 ‘칩4’를 얼마나 실용적이고 실행 가능하게 만드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칩4’의 출범 시기, 형태, 회원국들간 역할 분담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칩4’는 궁극적으로 한국, 타이완, 일본 기업들을 미국 본토에 유치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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