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핵실험 준비 동향 포착 석 달째...전문가 "정치적 효과 극대화 위해 시점 저울질"


지난 3월 촬영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위성사진 (맥사 테크놀로지 제공)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동향이 포착된 지 석 달 넘게 지났지만 실제 행동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미 압박 차원에서 핵실험 필요성은 갖고 있지만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은 북한이 2018년 5월 ‘폭파’ 방식으로 폐쇄했으나 올해 초 3번 갱도 복구에 나서면서 7차 핵실험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3월 11일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중 일부의 복구로 추정되는 불상 활동이 식별됐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5월부터는 “3번 갱도 복구는 마무리 단계이고, 지도부 결심만 있으면 1~2주 내 핵실험이 가능하다”는 평가들이 나왔습니다.

이달 초 미-한 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박진 외교부 장관은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정치적 결단만 남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미국 국무부에서도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밝혔고 최근엔 풍계리 4번 갱도 인근에서의 활동도 포착되면서 “4차 핵실험 전망이 본격적으로 나오던 2014년 당시와 유사하다”는 언급도 나왔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2014년 초 전선 설치와 매설 등 풍계리 활동을 연일 공개하며 경계태세를 강화했으나 실제 핵실험은 2년이 지난 2016년 1월6일 단행된 바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에도 핵실험 준비 동향을 외부에 노출하면서도 핵실험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적은 없습니다.

그러는 사이 국제사회에선 3월 한국의 대통령선거, 4월 김일성 주석 생일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기념일, 5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한-일 순방, 6월 노동당 전원회의 등 각종 이벤트와 연계된 핵실험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습니다.

지금은 오는 29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7월 미국 독립기념일을 계기로 한 핵실험 감행설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고도 미국의 대응 움직임을 긴박하게 만들었다”며 “세계적인 관심도를 높이고 미-한을 압박하는 데 효과를 거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그러나 북한이 실제로 핵실험을 감행하는 데에는 복잡한 정치적 고려가 필요하기 때문에 신중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미 6차례 핵실험을 통해 전술핵무기 완성을 위한 핵탄두의 소형화 경량화에 필요한 기본 데이터는 갖고 있을 가능성이 커 추가 핵실험은 기술적 필요 보다는 대미 협상을 염두에 둔 정치적 수요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조 박사는 경제난 심화로 현 대치 국면의 장기화는 북한으로서도 큰 부담이라며 북한은 핵실험을 기술적 완성에 초점을 맞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시험발사와는 달리 유리한 협상 국면을 만들기 위한 압박카드로 쓰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은 지금 고민이 핵실험을 하기 전에 협상을 하느냐 아니면 핵실험을 하고 나서 그 동력으로 협상을 하느냐 그 고민에 있는 거고요. 그러나 핵실험을 했을 경우엔 불확실성이 존재하죠. 핵실험으로 미국을 협상으로 이끌어낼 수 있지만 아예 판이 깨질 수도 있거든요.”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미-한 당국의 긴박하고도 강력한 대응이 북한이 핵실험 도발 시점을 고민하게 만든 요인일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습니다.

신 사무국장은 미-한 당국 차원에서 북한의 핵실험 준비 상황을 언론에 공개하고 이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계속해서 발신함으로써 북한이 노리는 핵실험 충격효과가 반감된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신 사무국장은 이와 함께 최근 괌 해상 등지에서 미군이 핵 추진 항공모함 2척과 강습상륙함 1척 등을 동원한 대규모 ‘용감한 방패’ 훈련을 진행했고 괌과 일본 가네다 기지에 B1B 폭격기와 F-22A 랩터 스텔스 전투기 등 전략자산들을 전개하는 등 군사적 압박을 크게 높인 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최근 북한의 소나기 탄도미사일 발사라든지 이런 도발에 대해서 한-미-일의 군사적, 협력적 모습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으니까 과연 북한이 이 시점에서 핵실험을 했을 때 과연 얻을 게 뭐냐는 셈법이죠. 다시 계산해야 되는 거에요.”

미-중 간 전략경쟁 심화로 북한이 외교적 실리 차원에서 핵실험에 나설 동기가 약해졌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이상숙 교수는 북한이 정치적 계산만 한다면 핵실험과 같은 정치적 파장이 큰 도발은 미국과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함께 압박하는 경우 양국의 협력관계를 약화시키기 위해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반도 위기 지수를 높임으로써 미-중 간 틈을 벌려 놓을 수 있고 중국으로부터 얻을 게 생기는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입니다.

[녹취: 이상숙 교수] “미-중이 협력해서 북한을 배제시키거나 고립시키는 데서는 미-중의 협력을 깨기 위해서 위기를 고조시키는 도발 행위를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그 원인으로 핵실험을 할 필요성은 적은 거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하는 데 기술적 필요 요인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언제든 실험에 나설 정치적 목표는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당면 목표인 사실상의 핵 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선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 편을 드는 현 상황에서 핵실험을 단행하려 할 것이라는 겁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핵실험 시점을 잡는 데 가장 큰 변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세 추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ICBM을 발사해서 3월24일 모라토리엄을 깼는데 생각만큼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죠. 그렇기 때문에 핵실험을 통해서 자신들의 핵 능력을 과시하고 이제 더는 북한 비핵화가 상식적이지 않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굉장히 상징적인 정치 행위로서 좀 더 비중을 싣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교수는 최근 풍계리 4번 갱도에서 모종의 건설 활동이 관측된 데 대해 7차 핵실험을 감행한 이후에도 미국을 계속해서 압박할 수 있는 또 다른 패를 쥐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위성사진을 근거로 풍계리 핵실험장 4번 갱도에서 새로운 콘크리트 차단벽과 건설자재가 포착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CSIS는 북한이 미래에 있을 추가 핵실험을 위해 2018년 불능화했던 이 갱도를 다시 활성화하려는 노력으로 분석했습니다.

조중훈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4번 갱도 움직임과 관련해 “미-한 정보 당국은 긴밀한 공조 하에 북한의 주요 시설과 지역에 대한 동향을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에 대해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