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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한 코로나 봉쇄 따른 식량난 우려”…전문가들 “ 8월부터 상황 악화될 것”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지난달 18일 평양 거리에 '통행금지' 푯말이 세워져있다.
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지난달 18일 평양 거리에 '통행금지' 푯말이 세워져있다.

유엔은 신종 코로나를 막기 위한 장기간의 국경 봉쇄 조치에 따른 북한의 식량난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농업전문가들은 국경이 막히고 신종 코로나까지 발병한 상황에서 모내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며 8월부터는 식량난이 더 악화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북한을 식량 상황 불안정에 관해 면밀히 감시해야 하는 국가로 지목했습니다.

이들 기구는 8일 이달부터 오는 9월까지 각국의 식량안보 상황을 평가한 ‘긴급 식량 불안정 조기경보 분석 공동보고서’를 공개하고 이같이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경우 지난 5월 첫 신종 코로나 확진 사례가 확인됐으며, 신종 코로나에 따른 장기간의 국경 봉쇄 조치와 심각한 인도주의적 접근 등 제한 조치로 인해 식량 안보와 영양 상황에 대한 우려가 계속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북한의 이 같은 국경 봉쇄로 식량 불안종 및 영양 데이터 갱신이 불가능해 방법론에 기반한 비교 평가가 허용되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얀마, 베네수엘라 등과 함께 정보 부족으로 기근 경보 국가로 지정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날 세계식량계획(WFP)도 2021년 기근 대응 관련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식량 상황과 관련해 국경 봉쇄 조치를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국경 봉쇄로 마지막 대북 식량 배분 시기가 2021년 3월이었다며, 북한 내 식량 재고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1월 WFP는 대북 식량 지원 활동과 평가 등을 소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3월 마지막 식량 지원이 이뤄졌다며,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석 달 동안 영양강화식품 891.5t과 식량 4천970t을 지원해 북한 주민 56만 6천 866명이 혜택을 봤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지난해 3월 WFP 평양사무소장마저 떠나며 북한에 남은 유엔 기구 직원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농업전문가들도 장기간의 국경 봉쇄에다 신종 코로나 발병까지 겹친 현 상황을 감안하면 오는 8월쯤부터 북한의 식량난이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 농업전문가인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 동북아 연구원장은 8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에서 계속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올해는 한 해 농사 출발부터 여건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올해는 모내기가 상당히 늦어지고 있어요. 지금 6월 초순경에는 예년 같으면 모내기가 끝나야 할 상황이거든요. 첫째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았습니다. 북한 전역 27개 기상 관측 지점 평균을 보면 한 절반 정도밖에 안 됩니다. “

특히 6월 추수하는 밀과 보리는 봄 가뭄에 취약하다고 권 원장은 덧붙였습니다.

또한 본격적인 모내기철인5월 북한에서 첫 신종 코로나 발병자가 나온 것도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원장] “큰 도시에 있는 주민들은 모내기 철이 되면 모내기 지원을 나가야 하거든요. 평년 같으면 도시에 있는 주민이 농촌지역으로 지원을 나가야 하는데 지금은 행정구역마다 차단하는 바람에 경계선을 넘기가 굉장히 어렵죠. 사람들이 이동이 안 되니까요.”

권 원장은 이에 따라 이달 말 수확하는 감자나 보리, 밀 이모작의 충분한 수확량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어떻게든 한 달 정도를 버틴다고 해도 그 이후로는 대책이 없어 보인다고 우려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의 김관호 박사도 이날 VOA에 국경 봉쇄로 식량 수입 통로가 계속해 막혀 있는 북한상황을 미뤄 올해 식량 부족량은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농자재와 비료 공급이 계속 안되는 상황에서 북한 식량 부족량은 누적되고, 모내기 철에 맞물려 북한 전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사태가 올해 식량 문제를 어렵게 할 것이라는 겁니다.

김 박사는 그러면서 북한의 만성적 문제로 꼽히는 농업 환경을 지적했습니다.

올해 가뭄을 겪었던 것처럼 북한은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 능력과 회복력을 높이기 위해 농업생산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겁니다.

[녹취: 김관호 박사] “가뭄이 되면 양수기 같은 시설이 준비돼 있어야 하거든요. 나름대로 재원을 투자하면 이런 것들은 해결이 되는데 북한은 그런 것들이 전혀 이뤄지지가 않잖아요. 모내기하더라도 농업용수를 성장기까지는 어느 정도 확보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면 농사가 잘 안 될 확률이 많이 커요.”

김 박사는 북한의 근본적인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수확을 위한 농업용수 관개 체계 정비, 기계장비 확대, 농업용 전기 에너지 투입 등이 있는데 이런 것들은 북한 당국의 투자가 필요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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