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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군파 테러 희생자 가족 등 131명 북한 상대 소송…40억 달러 요구


지난 1972년 7월 이스라엘에서 텔아비브 로드 공항 테러 사건 용의자인 일본 적군파 대원 오카모토 코조(가운데)의 재판이 열렸다.
지난 1972년 7월 이스라엘에서 텔아비브 로드 공항 테러 사건 용의자인 일본 적군파 대원 오카모토 코조(가운데)의 재판이 열렸다.

북한 정권을 상대로 또다시 거액의 민사 소송이 제기됐습니다. 1972년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일본 적군파 테러 희생자 등의 상속인들이 북한 정권의 책임을 추궁하며 40억 달러의 배상을 요구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정권에 대한 이번 소송은 이스라엘 텔아비브 로드 공항 난사 사건이 발생한 지 꼭 50년 만에 제기됐습니다.

일본 적군파 3명은 1972년 5월 30일 로드 공항 구내에 수류탄을 투척하고 자동소총을 난사해 26명이 숨지고 80여 명이 다쳤습니다.

미국 법원기록시스템에 따르면 당시 사건으로 사망한 카르멘 크레스포-마티네즈 등 피해자와 상속인 131명은 지난달 30일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북한 정권에 대한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원고 131명 중 35명은 적군파 테러로 실제 사망하거나 다친 사람들이며 나머지 96명은 이들의 직계가족입니다.

북한 정권은 이번 소송의 유일한 피고로 이름을 올렸으며, 리선권 외무상이 소장의 수신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일본인 오카모토 코조 등 일본 적군파 테러범들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에 대한 지원을 목적으로 사건을 일으켰는데, 당시 피해자 중 상당수는 미국의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 출신 미국인이었습니다.

북한은 적군파의 테러 모의를 돕고 일부 테러범들을 훈련시킨 사실이 드러나며 당시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왔습니다. 적군파 요원 중 일부는 사건 이후 북한으로 망명해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대학살이 벌어진 지 50년이 지났지만 살아남은 피해자들과 당시 사건으로 죽거나 다친 사람들의 가족들은 결코 회복되지 못했고, 여전히 감정적 상처가 생생히 남아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1970년 북한 장교들과 관련 기관들이 전 세계에서 테러를 촉진하려는 일본 적군파와 팔레스타인해방기구,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PFLP)에 물질적인 지원을 제공했다”며 당시 사건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1960~70년대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 등 테러 조직원들을 훈련시킨 것도 북한이 피소돼야 할 이유로 꼽았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198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뒤 2008년 해제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을 계기로 2017년 재지정해 지금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원고 측도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사실을 언급하며 이번 소송의 법적 정당성을 확인했습니다.

앞서 미국 연방법원은 2010년 적군파 테러 희생자 일부가 제기한 소송에서 북한의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인 루스 칼데론-카도나 등 12명에게 약 3억 달러의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번 소송은 당시 소송에 동참하지 않은 희생자와 상속인 등이 제기한 것으로, 미 법원은 12년 전 판결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판결을 내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이번 원고 중에는 이미 1972년 사망하고, 이후 이들의 상속인인 부모나 형제마저 고인이 된 경우가 많아 원고 중에는 최초 테러 희생자 상속인의 상속인도 포함돼 있습니다.

소장에 따르면 원고 측은 북한 측에 대한 40억 달러 배상과 이에 따른 이자 지급을 명령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구했습니다.

만약 재판부가 이를 수용할 경우 이는 북한에 대한 역대 최다 손해배상금이 될 전망입니다.

현재까지 미국 법원이 북한에 내린 배상금 판결 중 가장 큰 금액은 북한에 나포됐던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승조원에 대한 23억 달러입니다.

그 밖에 북한은 오토 웜비어의 부모에 대한 5억 달러와 북한에 납치됐다 숨진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유족들에 대한 3억 3천만 달러 등 최소 34억 달러의 배상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또 북한에 장기 억류됐던 미국인 케네스 배 씨와 김동식 목사의 또 다른 유족들이 소송을 제기해 북한이 배상해야 할 금액은 더 커질 전망입니다.

다만 판결의 주체가 미국 법원이고 북한이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 때문에, 승소 판결을 받은 미국인들이 북한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을 가능성은 낮은 상황입니다.

다만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인 등은 제재 위반 기업들의 자금으로 조성된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피해기금(USVSST Fund)’을 신청해 수령할 수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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