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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억류자 가족 등 손해배상액 최소 10억 달러…무대응 일관


북한에 억류됐다가 송환된 직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어머니 신디 웜비어 씨.
북한에 억류됐다가 송환된 직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어머니 신디 웜비어 씨.

케네스 배 씨가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북한이 피소된 다른 사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 법원 등에 제기된 소송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가운데 손해배상금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미 법원 판결에 의해 지불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지금까지 10억 달러가 넘습니다.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돼 이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가족들에게 배상해야 할 5억114만 달러를 비롯해, 납북 피해자인 김동식 목사의 가족에 대한 3억3천만 달러, 그리고 1972년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적군파 테러 희생자의 가족인 루스 칼데론 카도나가 승소한 3억 달러 등이 지금까지 알려진 북한의 손해배상액입니다.

북한이 지난해 최대 무역국인 중국으로 수출한 물품의 총액이 약 2억 달러인 점을 감안할 때 결코 적지 않은 액수입니다.

여기에 현재 미 법원에 계류 중인 미 해군 첩보함 푸에블로 호 승조원과 가족들의 소송에, 이번 케네스 배 소송까지 합치면 배상액 규모는 10억 달러를 크게 상회할 전망입니다.

특히 푸에블로 호 승조원들의 소송은 가족과 유족 등 170여명이 참여한 만큼, 배상금 규모도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이 이처럼 소송을 당하고,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건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과 연관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국 법원은 다른 나라 정부에 대한 소송을 금지하고 있지만, 미국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나라에 대해서는 ‘외국주권면제법(FSIA)’에 의거해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198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뒤 2008년 해제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웜비어 사망 사건을 계기로 2017년 재지정해 지금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2017년 이후 웜비어 가족과 케네스 배 씨, 푸에블로 호 승조원 등 북한에 억류됐던 피해자나 그 가족들이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 1968년 북한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미 군함 푸에블로호 승조원 중 한 명인 로버트 치카 씨가 지난 2013년 7월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지난 1968년 북한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미 군함 푸에블로호 승조원 중 한 명인 로버트 치카 씨가 지난 2013년 7월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푸에블로 호 소송의 경우 승조원 중 5명이 2008년 미 법원으로부터 각각 1천675만 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인정받았지만 이후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제외되면서 나머지 승조원들은 곧바로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채 10년만에야 소장을 제출하게 됐습니다.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지난해 12월 나머지 승조원들에 대한 북한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의견문’을 내 사실상 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승조원 등 170여 명의 원고에 대한 배상금 책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국 법원이 북한에 대한 배상 명령을 내린다고 해도, 실제 북한 정권으로부터 이 금액을 받는 건 불가능합니다.

북한이 소송에 응하지 않는 것은 물론, 최종 판결문에 대해서도 전혀 협조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 소송을 제기한 원고들은 국제우편서비스인 ‘DHL’을 이용해 북한 외무성에 소장 혹은 최종 판결문을 송달하는데, 북한은 곧바로 수신을 거부하거나 혹은 반송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해 웜비어와 김동식 목사의 유족들이 미국 정부가 억류해 매각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받은 것처럼, 북한의 해외 자산을 찾아 몰수하는 건 어느 정도 가능한 일입니다.

웜비어의 모친인 신디 웜비어 씨는 지난 5월 미국의 은행 3개에 예치된 북한 자금 약 2천만 달러를 찾아내, 관련 정보를 각 은행에 요구한 상태입니다.

웜비어의 가족들은 북한의 자산을 압류하는 방식 등으로 북한 정권을 압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미 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웜비어의 모친 신디 웜비어 씨입니다.

[녹취:신디 웜비어] “My message is to North Korea, like it always says, people matter. Otto matters. We're never going to let you forget our son.”

북한에 대한 자신의 메시지는 늘 그랬듯 사람, 특히 오토 웜비어가 소중하다는 것이며, 절대로 북한이 아들을 잊지 않게 하겠다는 겁니다.

미국 법원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북한에 대한 손해배상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한국 법원은 지난달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포로가 돼 수 십 년 간 강제노역을 한 뒤 북한을 탈출한 국군 2명에 대해 북한 당국이 각각 2천100만원, 미화 1만7천 달러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들은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법원에 공탁 중인 북한에 대한 저작권료 20억 원, 미화 160만 달러를 받아내기 위한 추심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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