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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정권 소송 미 변호사 “끝까지 추적해 자산 몰수할 것”


지난 2000년 1월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됐다가 이듬해 평양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왼쪽).
지난 2000년 1월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됐다가 이듬해 평양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왼쪽).

김동식 목사 납치와 레바논 무장세력인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에 북한이 개입했다는 판결을 받아낸 미 변호사가 김정은 정권의 은닉 자산을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연방법원에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 배상을 제기해 잇달아 승소했던 로버트 톨친 변호사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판결은 12년 동안 유효하고 이후 12년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다며, 유령회사를 앞세운 북한 기업과 자금을 샅샅이 찾아 몰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톨친 변호사를 백성원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을 상대로 한 이례적 손해배상 소송이 어떤 파급 효과를 남겼다고 평가하십니까?

로버트 톨친 변호사) 제가 맡았던 2개의 소송 모두 북한에 대한 거액의 손해배상금 지급 판결을 이끌어냈습니다. 두 사건 모두 미국 법의 심판대에 올랐고, ‘외국주권 면책특권법(Foreign Sovereign Immunity Act)’의 예외로 인정됐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국가의 테러지원 활동에 대해 미국 법정에서 소송을 진행할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특히 김동식 목사 사건은 시신을 발견한 게 아니라, 그가 납치된 뒤 감금됐고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는 추정을 근거로 했다는 점에서도 특별했고요.

로버트 톨친 변호사.
로버트 톨친 변호사.

기자) 미 연방법원은 2015년 북한이 김동식 목사의 유족에게 1천500만 달러의 피해보상금과 3억 달러의 징벌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실제로 받은 보상액을 공개하실 수 있습니까?

로버트 톨친 변호사) 두 소송(김동식 목사 사건과 헤즈볼라 관련 사건)을 통해 저의 의뢰인들은 보상금을 받았지만, 공개된 기록 이상의 내용은 밝힐 수 없습니다. 우리는 북한이 쌓아놓은 자산을 찾아내는데 한층 더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거래 내역을 숨기기 위해 해외 유령회사 등을 이용해 자금을 감추고 불투명하게 만드는 데 매우 능합니다. 우리는 멕시코에 억류됐던 북한 화물선 무두봉호의 압류를 시도한 적도 있지만, 멕시코 정부가 이 선박을 폐선 처분 하는 바람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지켜보고 있습니다. 감시망에 북한의 거래가 걸려들면 몰수하기 위해 조금도 방심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 궐석재판을 통해 북한의 배상 판결을 얻어내고 실제로 자산을 압수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과정이 아닐 텐데요.

로버트 톨친 변호사) 매우 어렵습니다. 북한의 자산을 찾아내야 하는 일이니까요. 부랑아 국가인 북한은 다른 나라와의 거래가 막혀 있습니다. 주로 친북 성향의 국가들이 북한과 거래를 하고 있는데, 이들 정부는 우리의 판결을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가령 시리아 법원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기자)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북한 자산을 계속 추적하고 계신 거죠?

로버트 톨친 변호사) 물론 그렇습니다. 미 법원 판결은 12년 동안 유효하고, 이후 12년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습니다. (잭슨 파이브의 노래) “아일 비 데어(I’ll be there)” 처럼 저는 항상 거기에 가 있을 것입니다. 유령회사를 앞세워 북한이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을 압수할 것입니다. 미국 정부는 맨해튼 5번가의 이란 소유 건물을 몰수한 전례가 있습니다. 자선재단을 간판으로 내걸었지만 이란 정부 소유라는 사실이 증명된 곳입니다. 수년째 진행된 소송이 지금 막바지에 와 있습니다. 유령회사 뒤에 숨어있는 북한 회사를 찾는다면 똑같은 몰수 절차가 진행될 것입니다.

기자)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역사적이고 획기적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됩니다. 북한의 무기나 사치품 조달 자금이 북한에 의해 피해를 본 의뢰인들에게 배상금으로 돌아갈 확률이 실제로 어느 정도나 되겠냐는 질문에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로버트 톨친 변호사) 그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하겠습니다. 북한은 친구도 많지만 적도 많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실수를 저지를 겁니다. 실수는 반드시 생기니까요. 이란 외에 팔레스타인의 예를 들 수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당국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린 미국을 피해 (스위스의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에 1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입금해 놓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누군가 그 돈을 주식에 투자하고자 했고 우량주 매입 주문을 받은 크레디트스위스는 이 돈을 뉴욕증권거래소가 있는 뉴욕사무소로 옮겼죠. 이때 우리가 나섰고, 소환장을 받은 크레디트스위스는 이 투자금을 갖고 있다고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이런 일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절대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기자) 북한 자금을 몰수하려는 그런 노력에 미국 정부가 얼마나 협조적입니까? 국무부는 개인 차원의 이런 시도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온 것으로 압니다만.

로버트 톨친 변호사) 맞습니다. 모든 사람은 다른 주인을 섬깁니다. 제가 섬기는 주인은 의뢰인들이고, 저는 그들의 이익을 보호하려 합니다. 그리고 제 의뢰인들의 이익은 북한의 자산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국무부는 제 의뢰인들을 신경 쓰는 대신 일반적인 외교 정책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이고요. 그래서 테러지원국을 상대로 개인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국무부는 국내에서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면, 다른 나라들도 자국민이 미국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을 만들까 봐 우려하는 겁니다. 중국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해 자국민이 미국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려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는 대학에서 충분히 토론해 볼 만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이론적 논의보다 북한에 의해 사망하고 다친, 그리고 북한 때문에 가족을 잃은 미국인들의 권리를 우선시하고자 합니다. 오토 웜비어의 가족과 김동식 목사의 가족은 엄청난 고통을 겪었습니다. 미국 정부가 이론적 사안에 대해 우려하기 때문에 희생자들 가족이 어떤 보상도 받지 말아야 한다면, 저는 그런 정책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기자) 미 연방 법원이 김동식 목사 관련 소송을 (2013년) 1심에서 기각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후 미 사법체계가 원고 측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바뀐 게 아닌가 싶어 질문드린 겁니다.

로버트 톨친 변호사) 그런 움직임을 미국 사법체계의 달라진 태도로 해석하긴 어렵습니다. 당초 기각 판결은 해당 법 조항과 관련된 기술적인 이유 때문이었으니까요. 담당 판사는 당시 소송을 기각하면서 신속히 항소할 방법도 함께 알려줬습니다.

기자) 앞서 다른 나라들도 미국에 보복성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을 국무부가 우려한다고 하셨는데,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 않습니까? 최악의 경우 허위 주장으로 법적 공방을 벌이려 할 수도 있고요.

로버트 톨친 변호사) 우리가 이란이나 북한에 소송을 할 수 있는 것처럼 그들도 우리에게 소송을 제기해 올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국무부의 논리입니다. 미 의회는 이미 여기에 대한 모든 논의를 거쳤습니다. 외국 정부는 소송 대상이 될 수 없지만,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한 것은 미 의회가 이 문제에 대해 균형을 잡은 것입니다. 미 대통령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최악의 국가들에 한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만든 것이죠. 그리고 여기에는 엄연한 절차가 따릅니다. 소송을 당한 국가에도 방어 기회가 주어지고, 원한다면 증거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나라 수단만 유일하게 그렇게 했지만요. 현실을 직시합시다. 우리는 진정한 나라가 아니라 북한이라는 ‘가족 기업’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제대로 된 법체계도 없이 ‘가족 기업’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북한 화물선 무두봉호는 2014년 7월 쿠바를 떠나 북한으로 향하던 중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멕시코에 억류됐고 이후 몰수, 폐기됐다.
북한 화물선 무두봉호는 2014년 7월 쿠바를 떠나 북한으로 향하던 중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멕시코에 억류됐고 이후 몰수, 폐기됐다.

기자) 오토 웜비어 씨 부모도 미 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북한 자산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미국 여러 은행 계좌에 동결돼 있던 북한 관련 자금 2천379만 달러를 찾아냈는데요. 이 돈을 곧바로 배상금으로 회수할 수 있는 건 아니죠?

로버트 톨친 변호사) 웜비어 가족이 잘 되길 바랍니다만, 어려운 과정입니다. 가령 ‘북한 감시 그룹’이라는 가상의 조직을 생각해 봅시다. 누군가 이 조직에 기부금을 전신 송금한다면, ‘북한’이라는 이름 때문에 미 법무부나 재무부는 그 돈을 동결할 겁니다. 이 돈을 북한 자산으로 간주할 수는 없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이처럼 이상한 이유로 자금이 동결된 경우가 많습니다. 해당 자금은 거래가 이뤄진 은행 계좌에 그대로 놓여있게 되고요. 그러니까 북한 주소가 명기돼 있거나, 발신인 혹은 수신인이 북한에 있거나, 상호에 ‘북한’이라는 글자가 들어갈 경우가 다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돈을 반드시 북한 소유로 볼 수 없어서 회수가 어렵다는 겁니다. 이런 돈이 JP모건체이스 계좌에 들어있고, 대북제재에 따라 동결돼 있다 해도 받아내기 어렵습니다.

기자) 돈이 북한 수중에 들어가기 전 전송 과정 중에 포착될 경우엔 법적으로 회수가 어렵다는 말씀이죠?

로버트 톨친 변호사) 그렇습니다. “중간 과정에서 걸리는 경우”입니다. 해당 자금이 정말 북한 소유인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령 북한이 핵무기 관련 자금을 누군가에게 보낸다고 합시다. 내가 100달러를 거래 은행에 보내면 이 돈은 중개은행을 거쳐 수신인이 거래하는 은행으로 들어가는데, 내 돈이 어떤 시점에 수신인 소유로 바뀌는지 불분명하다는 겁니다. 중간에 붕 뜬 상태(limbo)가 되는 거죠. 우리는 이런 일을 계속 겪어왔습니다. 소환장을 송달하고 동결 자금 명단을 확보했는데도, 일부 배상금을 받아냈을 뿐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웜비어 가족이 성공하길 바랍니다.

기자) 북한 관련 자금이 확실하고 계좌를 다 찾아내도 충분하지 않다는 거군요.

로버트 톨친 변호사) 충분하지 않습니다.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담당 지방법원은 일본 적군파 등이 감행한 1972년 이스라엘 로드공항 테러 사건을 북한이 지원했다고 판결했습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미국인들로 구성된 성지순례단이 희생자의 대부분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판결을 이행하기 위해 북한 관련 자산 명단을 제시하고 열심히 싸웠지만, 불행하게도 법원은 이 자금을 불확실한 중간 상태로 판단하고 회수할 수 없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워싱턴DC 연방법원이 웜비어 가족의 소송과 관련해, 미 은행 3곳에 북한 관련 자산의 공개를 허락한 것은 어떤 의미와 파급 효과를 갖는다고 보십니까?

로버트 톨친 변호사) 의미심장한 지시라기보다는 통상적인 절차라고 하겠습니다. 정보 공개를 허가하는 수준이죠. 하지만 법원이 그런 지시를 내림으로써 잠재적 북한 자산 명단을 확보하게 됐고 이를 추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얼마나 추적할 수 있는지 지켜볼 일입니다. 우리는 김정은 일가의 개인 자산을 찾을 수만 있다면 당연히 추적할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들 명의로 돼 있는 자산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죠.

기자) 한국에서는 북한 정권의 범죄를 밝히고 죄를 추궁하는 데 웜비어 가족을 포함한 유대인들이 적극 나서고 있는데 주목합니다. 북한 관련 소송을 다수 진행해 온 유대인 변호사로서 “유대인이 북한을 끈질기게 쫓고 있다”는 일각의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로버트 톨친 변호사) 제가 유대인이긴 하지만 이건 유대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문제(human issue)입니다. 북한 정권은 끔찍하고 살인적 정권입니다. 정부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정부라면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니까요. 북한 정권은 온 나라를 통째로 훔친 도둑의 무리라고 하겠습니다. 몇 세대에 걸쳐 북한 주민들의 잠재력마저 훔쳤습니다. 정말 슬프고 끔찍한 일입니다.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많은 다른 관점에서 많은 압박이 필요합니다. 한 사람이 하나의 행동을 통해 모두가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하고 있고 다른 이들은 그들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을 상대로 잇달아 소송을 제기해 미 연방법원으로부터 배상금 지급 판결을 받아냈던 로버트 톨친 변호사의 설명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백성원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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