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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 코로나 사태, 보건 위기 넘어 사회·정치적 문제 될 가능성”


지난 2020년 10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행사에서 마스크를 쓴 군인들.
지난 2020년 10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행사에서 마스크를 쓴 군인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집권 10년을 맞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악의 위기 상황에 처했습니다. 경제난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증상자가 200만명을 넘고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과연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태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감염자의 폭발적인 증가세입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에 따르면 하루 발열자 규모는 관련 통계를 처음 공개한 12일 1만8천여명을 시작으로 13일 17만4천여명, 14일 29만명, 15일 40만명을 육박했습니다. 불과 사흘 사이에 20배 가량 늘어난 겁니다.
누적 발열자가 172만명을 넘어서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6일 인민군을 투입하라는 특별명령을 내렸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인민군대의 강력한 역량을 투입하여 평양시 의약품 공급을 즉시 안정시킬 데 대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특별명령을 하달하시었습니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20일까지 발생한 발열 환자 수는 224만1천여명에 이릅니다.

이상한 것은 발열 환자는 폭발적으로 느는데 사망자는 오히려 감소 추세라는 겁니다. 20일까지 누적 사망자 수는 65명으로 전날과 비교해 1-2명이 느는데 그쳤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납득하기 어려운 통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18일 기준으로 발열자 26만에 사망자가 1명이거든요. 이건 자연 사망자와 똑같은 건데, 북한 통계를 믿을 수가 없죠.”

북한 당국은 평양에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이 바이러스인 BA.2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2월에 발생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로 한국, 중국, 미국과 유럽을 휩쓸고 있습니다.

특히 이전 바이러스에 비해 전염율이 1.3-1.5배 높아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감기나 독감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폐렴으로 이어져 사망할 수 있습니다.

감염률과 치사율은 백신 접종 여부, 마스크 착용, 약품, 의료환경,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입원, 그리고 치료 여부에 따라 각국별로 조금씩 다르게 나타납니다.

전문가들은 이미 한국과 중국, 미국 등의 오미크론 발생 상황을 추적해 감염률과 사망률 모형을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이 패턴을 북한에 적용하면 몇 가지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현재 북한은 발열 환자만 감염자로 보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를 보면 코로나 확진자 중 증상이 없는 사람은 전체의 25%입니다. 또 유증상자 중에서도 발열 환자는 30%에 불과합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김신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19일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전체 확진자는 북한이 발표한 것보다 4-5배 많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북한의 코로나 확진자는 1천만명에 이를 수 있는 겁니다.

사망자도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최근 세미나에서 홍콩 백신 미접종자의 치사율을 적용할 때 북한의 사망자 수는 3만4천여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오명돈 교수입니다.

[녹취: 오명돈 교수] ”이 데이터를 적용해 북한 오미크론 유행으로 인한 사망자를 추정하면 3만4천540명이 나옵니다.”

오 교수는 북한의 사망 예측치 3만4천여 명은 그나마 보수적인 추정치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의 오미크론 감염에 따른 입원율을 북한에 적용할 경우 환자 10만명 당 5천400여명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북한 주민의 30%가 감염될 경우 42만명이, 50%가 감염되면 70만명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보면 현재 북한은 1천만명 규모의 감염자와 70만명의 입원 환자, 그리고 3만명 사망이라는 엄청난 보건 재난에 직면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 12일 오미크론 발병 사실을 처음 발표한 이후 세 가지 조치를 취했습니다.

우선, 평양과 원산 등 주요 도시에 대해 강력한 봉쇄 조치를 취했습니다.

북한 언론이 보도한 평양 시내 사진을 보면 대낮 넓은 6차선 도로에 다니는 차들이 거의 없습니다. 가로수에도 금지선이 쳐졌고 인도에는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뿐입니다.

또 북한 당국은 16일 수송기 3대를 중국 랴오닝성 선양 타오셴공항에 보내 의약품을 평양으로 수송했습니다. 그리고 인민군을 동원해 의약품을 약국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특히 16일부터 코로나 관련 특집물을 쏟아내며 종일방송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자 주민들이 보는 `조선중앙TV’를 재난방송 체제로 전환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방역 조치가 충분치 않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약품이 부족합니다. 중국에서 약품을 반입했다고 하지만 일반 주민들에게 돌아갈 해열제나 소염제는 없을 것이라고 탈북민들은 말합니다.

평안남도 평성 시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2011년 한국에 입국한 조충희 씨입니다.

[녹취: 조충희 씨] ”해열제라든지 소염제라든지 이런 약은 동이 나서 구경하기 힘들고, 그래서 목이 아프면 소금물로 헹구고, 버드나무 우려먹고 또 우황청심환 먹으라고 얘기하는 거죠.”

북한이 추진하는 중국식 도시 봉쇄 방역 조치에도 전문가들은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인구 대부분이 백신을 맞은 상태에서 봉쇄를 하는데 북한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스티븐 모리슨 국제보건정책센터 소장은 오미크론 바이러스는 놀라운 속도로 확산돼 봉쇄 조치를 앞질러 간다며, 북한이 코로나 대유행을 막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티븐 모리슨 소장] “What we seeing outbreaking of variant in remarkable speed…”

게다가 5월 중순은 모내기 철입니다. 탈북민들은 북한 당국의 엄격한 봉쇄와 격리 조치로 모내기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다시 조충희 씨입니다.

[녹취: 조충희 씨] “모내기철에 제일 필요한 것이 노력이거든요. 학생 노력 군인 노력이 총동원돼 모내기를 도와줘야 하는데 지금처럼 코로나 봉쇄로 다니지 못하게 되면, 모내기가 늦어지면 식량 생산에 엄청난 지장을 주게 되죠.”

전문가들은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보건 위기가 아니라 사회, 정치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 당국이 식량 공급도 못하면서 봉쇄를 해 주민들이 불만이 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정권 안보 위기로 받아들이는 상황이고, 제가 가진 첩보로도 대책없이 식량도 없이 통행금지를 내렸기 때문에 내부 불만,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는 첩보도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을 오래 관찰해온 미 해군분석센터(CAN)의 켄 고스 국장은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 내 코로나 사태가 앞으로 2-3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나는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통제불능 상태가 되는 겁니다. 이 경우 김정은 정권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코로나 사태가 한반도 문제의 초점이 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북한 정권이 코로나 사태에 그럭저럭 버티면서 이 문제를 남북관계나 미-북 관계에 활용하려 할 가능성입니다.

이밖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코로나에 감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켄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Also, have potential for Kim Jung-Eun infected if he infected and ...”

북한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사태는 한반도 문제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또 향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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