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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안 송환 결정 번복 힘들어…미국 정치적 결단 필요


지난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들어갈 때 CCTV에 찍힌 크리스토퍼 안. 안 씨의 변호사가 미 연방법원에 제출한 보석 재심신청서에 첨부한 사진이다.

미국 법원이 지난 2019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에 가담한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 씨에게 최근 내린 송환 결정을 상급 법원이나 행정부가 번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법률 전문가들이 전망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스페인 정부를 설득해 해법을 모색하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방법원이 지난 9일 크리스토퍼 안 씨를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스페인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리자 그의 지지자들과 송환 반대를 옹호한 전문가들은 큰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지난해 열린 심리에 증인으로 출석했었던 미국 터프츠대 플래처 외교법률대학원의 이성윤 교수는 11일 VOA에, 법원의 법리적 결정에 실망했지만, 52쪽에 달하는 결정문에는 판사의 고뇌와 정의가 그대로 담겨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내가 하기 싫은데 신병인도를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것은 적절하지 않은데, 국무장관이든 법원이든 이 판결을 저지해야 한다. 이것을 감정적으로 호소도 하셨지만, 논리적으로 근거를 갖고 아예 핵심이 그런 것 같습니다.”

앞서 진 로젠블루스 담당 판사는 결정문에서 안 씨에 대해 강제 침입과 불법 감금 등 4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며 송환 결정을 내리면서도 “비록 나는 법에 따라 그의 송환을 결정하지만, 이것이 옳은 결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었습니다.

그러면서 “상급 법원이 내가 틀렸다고 하거나 자체적으로 송환을 막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북한 정권의 안 씨 살해 위협을 경고한 미국 연방수사국(FBI), 북한 정권의 다양한 납치와 암살 전력, 신병을 스페인으로 인도해도 북한 관계자가 증인으로 출석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암살 확률만 높이고 재판은 열리지 못할 수 있다는 판사의 추가 설명에서 그 이유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미국의 법률 전문가들은 상급 법원에서 이런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합니다.

워싱턴의 대북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11일 VOA에, “상급 법원은 하급법원의 결정에 거의 동의하고, 미국의 형사사법제도에서 항소가 성공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어떤 변화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 I think the higher court will probably affirm the lower court's judgment. The higher courts almost always affirm lower courts. Appeals are very rarely successful in the criminal justice system. I don't expect there to be any change.”

스탠튼 변호사는 안 씨에게 적용한 4건의 혐의에 대해서 신뢰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고 ‘자유조선’은 김한솔 등 귀중한 생명을 구출한 단체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법원의 결정을 수용하기 힘들다면서도 이번 결과가 상급법원에서 번복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거듭 전망했습니다.

북한 인권운동가 출신으로 뉴욕의 한 유명 로펌에서 활동하는 박진걸 변호사도 “비교적 명확한 법리가 상급법원에서 바뀌기는 힘들다”며, 행정부 역시 이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박진걸 변호사] “제가 보기에 쉽지 않은 게 그러면 행정부가 사법부의 판결을 무시하고 행정부 차원에서 사법부 결정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또 미국 국내법을 어긴 것이면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사면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사면해도 신병인도조약에서는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행정과 법적 절차 모두 안 씨의 신병인도를 피할 방법이 사실상 없는 만큼 미국 정부가 스페인 정부와 협의를 통해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최선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미국의 ‘폭스뉴스’와 ‘NBC’ 등 유력 언론들도 10일 안 씨의 운명이 백악관에 달려있다고 전망했으며, 안 씨 지지자들은 ‘트위터’ 등을 통해 토니 블링컨 장관이 송환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성윤 교수는 법조계에 문의한 결과 미국 역사상 신병인도조약과 관련해 사법부가 인도주의적 예외(Humanitarian exception)를 적용한 판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법부는 이른바 불문 원칙(Rule of Non-Inquiry)에 따라 신병인도를 요청한 국가의 법적 제도, 인권 문제, 미국 시민이 당할 위험 등에 대해 질문할 권한이 없다는 겁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그런 권한과 Humanitarian exception을 적용할 권한은 유일하게 행정부, 그러니까 국무장관이다, 그래서 판결문에 인도적 예외는 법원에서 판사가 뒤엎을 수 없다. 적용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법을 따라야 한다…그러니까 아주 세게 법이 문제라서 잘못됐으면 고쳐야 한다는 구절도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런 권한이 없고 어쩔 수 없이…”

이 교수는 검찰에 질의한 결과 국무장관이 역사상 인도주의적 예외를 적용해 캘리포니아주 사법부의 결정을 번복한 경우가 2번 정도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안 씨 사건 같은 유형은 전례가 없기 때문에 가능성은 좀 있다”고 말했습니다.

크리스토퍼 안 씨는 앞서 자신이 소속된 반북단체 '자유조선'(옛 천리마 민방위) 조직원들과 2019년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뒤 스페인 당국의 요청을 받은 미국 당국이 안 씨를 체포해 연방법원에 신병인도 승인을 요청했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스페인은 한국처럼 이념적으로 양극화가 심하고 감옥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현 상황에서 최선은 바이든 대통령이 스페인 정부를 설득해 비구금형에 동의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I think the best thing that can come out of this now is that the President persuades the Spanish government to agree to a noncustodial sentence. They do, they broke the law. Some punishment is warranted, but prison is not.”

스탠튼 변호사는 안 씨가 법을 위반했고 일부 처벌은 정당하지만 그를 감옥에 보내서는 안 된다는 합의가 적절해 보인다며 블링컨 국무장관이 적극 나서서 사회봉사나 벌금형 등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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