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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관리들 “미 정부 북한 핵실험 관련 정보 공개, ‘도발 저지 의도’ ‘외교술 진화’”


미국 워싱턴의 국무부 건물.
미국 워싱턴의 국무부 건물.

바이든 정부가 전례없이 북한의 핵실험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됩니다. 전직 미국 정부 관리들은 민간 위성 분석 기술이 발달한 가운데 미국 정부의 공공외교 방식도 진화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다만 실제로 북한의 도발을 저지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립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무부가 최근 이례적으로 북한 핵실험 준비 동향에 대한 평가를 공개했습니다.

[녹취: 포터 수석부대변인] “The United States assesses that the DPRK is preparing its Punggye-ri test site and could be ready to conduct a test there as early as this month, which would be its 7th test. This assessment is consistent with the DPRK’s own recent public statements.”

잘리나 포터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이 6일 전화브리핑에서 VOA의 관련 질문에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핵실험 준비를 해 왔으며, 이르면 이달 말까지 실험을 실시할 준비가 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게 미국의 평가”라고 말했습니다.

정보 사안에 대해서는 ‘민감한 정보 사안’이라거나 ‘추측하거나 앞서가지 않겠다’는 답변을 되풀이 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앞서 미 고위 당국자는 지난 3월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체계와 연관된 두 차례의 탄도미사일 시험을 했다고 밝혔으며,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달 초 전화 브리핑에서 기자들에게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을 계기로 북한의 추가 미사일 실험 혹은 핵실험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습니다.

전직 미국 정부 관리들은 바이든 정부가 연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을 미리 전 세계에 공개한 전략이 ‘성공적’이었다며, 같은 전략을 북한에도 적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핵 실험을 미리 폭로해 북한에 경고하고 북한의 실제 도발을 저지하며, 국제 여론도 준비시키고 미국의 정보력을 과시하는 효과를 도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 러시아 ‘메가폰 전략’ 성공…북한에도 적용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10일 VOA에 국무부가 북한의 핵실험 준비 동향을 공개한 데 대해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 각본의 일부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I think the Biden administration is taking a page from its Ukraine playbook. If you recall, the U.S. sort of telegraphed a number of military moves that the Russians were going to take inside or over the air trying to preempt those actions. And in fact they actually worked. There were a number of operations I believe that were stopped because the U.S. exposed them before they took place. This could be the same type of effort. By exposing it, they hope to either stop it or perhaps to minimize the gravity of it should it take place.”

리스 전 실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내나 영공에서 취하려던 여러 군사적 움직임들을 미국이 선제적으로 미리 알렸고,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며 “실제로 일어나기 전에 미국이 폭로했기 때문에 중단된 군사 작전들이 여럿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 핵실험 준비 동향 공개도 “같은 유형의 노력일 수 있다”며 “폭로를 통해 (핵실험) 감행을 중단시키거나 실제로 일어나더라도 심각성을 최소화하길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도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예측하고 경고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The U.S. won high praise for predicting and warning about the Russian invasion of Ukraine. The use of intelligence for public diplomacy worked very well. So since it worked well in that case, I think the Biden administration is using the same tactics in the case of N Korea.”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공공외교에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큰 효과를 거두자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도 같은 전술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오른쪽)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 크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났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오른쪽)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 크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났다.

공공외교에 정보 적극 활용…시대적 변화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미국 정부가 이러한 새로운 전략을 시도하는 배경으로 직업 외교관 출신인 윌리엄 번스 전 국무부 부장관이 바이든 정부 초대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맡고 있는 점을 꼽았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 “It’s interesting that they’re doing this, releasing this kind of intelligence, I think a big reason is because they have an expert diplomat Bill Burns, at the helm of the CIA and he knows the value of public deiplomacy.”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미국 정부가 이런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흥미롭다”며 “공공 외교의 가치를 아는 전문 외교관인 윌리엄 번스 전 부장관이 CIA 수장을 맡고 있다는 것이 큰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전직 관리들은 또 미국 정부가 북한 핵실험장 동향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정보 사안을 공개할 수 있는 배경으로 이미 민간 위성 분석 기술이 상당히 발전됐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미국 정부가 정보 사안을 공개하는데 매우 절제하는 이유는 정보를 수집하는 원천과 방법을 누설하길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So one reason for the U.S. government to be very restrained in releasing intelligence information is that you don’t want to divulge the sources and methods of gathering that information. But where so much information about possible test preparations is publicly available, there is very little risk of compromising intelligence sources and methods. So I’m not at all surprised that the Biden administration would speak publicly about preparations at the test site.”

아인혼 전 특보는 하지만 “핵실험 준비 가능성에 대한 공개 정보가 이미 많은 상황에서 정보 원천과 수집 방법을 손상시킬 위험이 매우 적다”며 “바이든 정부가 핵 실험장 준비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게 전혀 놀랍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국무부가 풍계리 핵실험장 동향을 언급하기에 앞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스팀슨센터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사이트들은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는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냈습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북한과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정보들은 ‘첩보원’들이 수집한 것이 아니라 영상과 통신 감청으로 확보한 것이라며, 공개해도 피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전략은 “공공 외교가 외교 정책 도구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외교관들이 다른 나라 외교관들과 소통하는 것은 물론 언론을 통해 정보와 입장을 전해 여론과 국익에 영향을 주려 한다”는 것입니다.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도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관계망(소셜 미디어)이 진화하면서 외교에도 뒤늦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동의했습니다.

“북한은 핵실험 의지 꺽지 않을 것… 정보 공개 신중해야”

미국 정부가 북한의 도발 움직임을 미리 폭로해도 북한의 행동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대사는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임박한 실험에 대해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북한이 동맹국들과 동맹국 국민들에 충격을 주고 협박할 능력을 감소시킨다”고 분석했습니다.

[버시바우 전 대사] “By publicizing our Intel about impending tests, we reduce the NKs' ability to shock and intimidate our allies and Allied publics. Unfortunately it is not likely to dissuade Pyongyang from conducting the tests or convince them to come back to the negotiating table.”

버시바우 전 대사는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공개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고 협상장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정보 공개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전직 관리들도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낸 프레드 플레이츠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연구소’ 부소장은 북한이 핵실험장 갱도 입구를 복구하는 동향은 보이지만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플레이츠 전 비서실장] “I’m very skeptical that North Korea is anywhere near this test. I believe that there were some pretty significant detonations of this facility in May of 2018 that did damage to. So once the North Koreans gain access to this facility they’re going to have to get in there and assess the damage and then set up the equipment.”

플레이츠 전 비서실장은 “북한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분석에 회의적”이라면서 “2018년 5월 상당한 폭발로 핵실험장이 파손됐을 것이며, 북한은 핵실험장에 접근한 뒤 손상 정도를 분석하고 장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은 핵실험 준비를 숨기는데 악명이 높다”며 북한 핵실험을 예견했다가 틀렸던 경우가 다수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보 사안은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며, 미국인들의 여론이나 의회에 영향을 주고 다른 나라들을 압박하는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대행도 “국무부가 무슨 근거로 이번 달에 (핵)실험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는 지 모르겠다”고 지적했습니다.

[손튼 전 차관보 대행] “I don’t know what the basis is for State’s comment that a test could come this month, but it seems to me that we normally don’t have good estimates of timeframes of such things based on available intelligence. The activity at Punggye-ri would seem to be what is triggering the warnings and seems similar to what has happened with past preparations seen there. I doubt the administration believes that such warnings would alter North Korea’s plans, based on past precedents.“

손튼 전 차관보 대행은 “내가 알기로는 우리는 가용한 정보를 통해서는 그러한 일이 일어날 시점에 대한 신뢰할 만한 예측치를 내지 못한다”며 “풍계리에서의 활동이 (국무부의) 경고를 유발하고 있는 것 같은데, 과거 준비 활동들과 비슷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경험상 미국 정부가 그러한 경고로 북한의 계획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도 “이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지 모르지만 북한의 핵과 무기 실험을 완전히 단념시키는데 성공할 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실험을 위한 명분과 계기는 북한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김 연구원] “We should continue to be discreet in protecting sources and information in the interests of preserving national security. In the case of North Korea, the US wants the DPRK to stop its weapons testing. And this was probably not a hasty decision, but one whose implications were carefully considered.”

CIA 출신인 김 연구원은 “우리는 정보 원천과 정보 사안을 보호하는데 계속해서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미국은 북한이 무기 실험을 중단하길 원하고, 이번에도 파급효과를 신중히 고려한 뒤 내린 (정보 공개) 결정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바이든 정부가 “정보가 너무 민감하지 않고 공개를 통해 전술적 유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계속해서 북한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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