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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선제 핵 공격’ 시사, 한반도 내 힘의 균형 변화 시도…실현 가능성 낮아도 긴장 고조 요소”


북한이 지난달 25일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화성 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북한이 지난달 25일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화성 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제적 핵 공격을 시사한 것에 대해 한반도 내 힘의 균형을 바꾸려는 시도로 해석했습니다. 다만 선제적 핵 공격은 북한 정권의 파멸 등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만큼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한국 등의 핵무장을 자극할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북한이 선제적 핵 공격 가능성을 잇따라 언급한 것은 한반도의 힘의 균형을 바꾸려는 시도라고 풀이했습니다.

[리비어 전 차관보] “They are intended to serve as a peninsular game changer by intimidating South Korea and shifting the balance of power on the Korean Peninsula in favor of North Korea. Put another way, Kim Jong Un is saying to Seoul, "We are a nuclear power and you are not, and in the end this will ensure that we achieve our goal of reunification on our terms."

리비어 전 차관보는 2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김정은이 한국에 “우리는 핵보유국이지만 당신은 아니며, 이것은 결국 우리 조건에 따라 통일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북한은 핵무기를 정권 생존을 위한 ‘보험’뿐 아니라 한국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고 리비어 전 차관보는 덧붙였습니다.

지난 30일 북한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군 장성들을 노동당 중앙위 본부 청사로 불러 격려하는 자리에서 선제적 핵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또 지난달 25일 열병식 연설에서는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들 경우 핵을 쓰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창군 9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군인들을 만났다며 관영 매체들이 사진을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창군 9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군인들을 만났다며 관영 매체들이 사진을 공개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북한이 머지않아 7차 핵실험에 나선다고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니라며, 북한이 언급한 ‘근본 이익’이라는 수사에 주목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This rhetoric is part of his political warfare strategy. I think Kim Jong Un wants us to believe that North Korea is developing some kind of battlefield or tactical nuclear weapons capabilities. Because US and ROK have massive conventional superiority over North Korea. So just from the standpoint of the conventional balance in North Korea.”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정은의 그 같은 수사는 정치 전쟁 전략의 일환이라며, 실제 전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언가 혹은 전술핵무기 역량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의 재래식 무기 역량이 북한에 비해 월등한 만큼 북한이 재래식 전력의 약점을 보완할 방법 가운데 하나는 전술핵무기 위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오랫동안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대한 선제적 핵 공격 위협을 가해왔지만 점차 높아지는 북한의 위협 수위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 North Korea currently has the ability to launch preemptive nuclear strikes against South Korea, Japan, and the United States. In response, Washington, Seoul, and Tokyo must have sufficient missile defenses as well as the offensive capability to reduce the number of missile launchers.”

북한은 현재 한국과 일본, 미국에 대한 선제 핵 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한일 3국이 미사일 발사대 수를 줄일 수 있는 공격 능력 뿐 아니라 충분한 미사일 방어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겁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그러면서 지난 한국 정부는 일본과의 역사 문제를 북한 위협에 따른 자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보다 우선순위에 뒀다며, 미사일방어체계를 보다 포괄적인 연합국 미사일방어체계로 통합해 북한 미사일 위협을 효과적으로 방어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수 김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은 북한이 선제적 목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하려던 속내를 점차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정책분석관] “Even though state propaganda underscored the “self-defensive” nature of the weapons, the DPRK has continued to develop, test, and in turn threaten the US and the region with its nukes and missiles. The intentions may not have been so clearly manifest in the years prior. Now that the DPRK assesses that its weapons program has advanced sufficiently, it’s able to articulate the preemptive design of its nuclear weapons more clearly than in the past.”

북한은 (핵)무기가 자위적 성격이라는 점을 강조해왔지만 계속 이를 개발하고 시험하며 핵과 미사일로 미국과 역내에 위협을 가해왔다는 지적입니다.

수 김 연구원은 지난 몇 년 동안은 의도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을 지 모른다며, 하지만 이제 무기 프로그램이 충분히 진전됐다고 평가한 북한이 핵무기의 선제적 계획에 대해 과거보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실제로 선제적 핵 공격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리비어 전 차관보는 북한의 선제적 핵무기 사용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며, 김정은도 이 점을 잘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차관보]” A preemptive use of nuclear weapons by North Korea would be a suicidal step by the DPRK, and Kim Jong Un surely knows that. It's hard to imagine North Korea preemptively attacking South Korea with nukes. In a narrow, technical sense, they might be able to do it, but the consequences for North Korea would be devastating. The United States would immediately come to the defense of its South Korean ally, and we all know what that means. More importantly, Kim Jong Un knows what that would mean. He is not suicidal and his goal is the preservation of his regime, not to bring about its demise.”

북한이 핵으로 한국을 선제공격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리비어 전 차관보는 기술적 의미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미국이 동맹인 한국에 대한 즉각적인 방어에 나설 것이라며, 김정은의 목표가 정권의 종말이 아닌 정권 보존인 만큼 자살 행위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선제적 핵 공격에 나서는 경우는 내부적이나 외부적으로 위협을 받을 경우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I think he is going to use nuclear weapons under two conditions. That’s if he feels that he must go to work in South Korea, because he has no other option and because he is failing and he is under threat internally or externally. We can’t cause the internal threat, and we are not making external threats even though he might believe that we are. We have no plans to attack North Korea unless he uses WMD or attack South Korea. ”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우리가 내부적 위협을 초래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 우리는 외부적 위협도 하지 않는다”며 “ 김 위원장이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거나 한국을 공격하지 않는 한 우리는 북한을 공격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 위협이 실질적 공격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역내 긴장을 고조시켜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각국의 주장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랜드연구소의 수 김 분석관은 북한의 수사와 맞물린 향상된 무기 역량은 한국과 일본에 불안감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비록 각국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한국과 일본이 핵을 보유할 수 있는 더 큰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김 연구원]”The combination of rhetoric and improved capabilities would create unease in South Korea and Japan, and perhaps create greater justification for Seoul and Tokyo to go nuclear. But of course, the decision isn't one a country can make unilaterally.”

이어 김 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의 안보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면서 북한의 핵 위협에 미한일 3국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캔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국장은 만일에 있을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 시 한국은 미국과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하며, 이는 북한 정권의 파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도 북한이 외교보다 무력 도발을 선택한 가운데 한국 정부는 미국, 일본과의 협력 속에 억지력과 방어력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I think that President elect Yoon is right to talk about the US and ROK are looking at steps to enhance their deterrence and defense. And that means resumed military exercises, since Kim Jong Un has broken moratorium. I think there should be enhanced missile defense cooperation, maybe another TTHAD battery, I think there should be a room for regional missile defense between US, Japan, South Korea cooperating. If there was a confict, how would we use that capability to attack targets in North Korea? So there’s a lot of defense and deterrence cooperation that the US and the ROK can conduct while they wait for the day when Kim Jong Un agrees to resume diplomacy.”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한간 (대북) 억지력과 방어력 증진을 언급한 것은 올바른 것으로, 이는 미한군사훈련 재개를 의미한다는 겁니다.

또한 미사일 방어 증진을 위해 또 다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고려할 수 있으며 미·한·일 간 역내 미사일 방어 협력과 관련한 공간이 있을 것이라고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말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따라서 실제로 한반도 내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북한을 상대로 어떤 역량을 사용할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며, 북한이 외교를 재개하기 전까지 미국과 한국이 실행할 수 있는 방어와 억지를 위한 협력은 많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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