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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북정책’ 발표 1년…“외교적 접근 긍정적이나 구체적 행동 결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해 4월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미국의 외교 정책에 관해 설명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배석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세심하게 조율된 실용적인 접근으로 대북 외교를 모색한다’는 대북 기조를 발표하고 이를 이행한지 1년을 맞았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과 공조하며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모색한 데 높은 점수를 줬지만 구체적인 관여 노력이나 추가 압박은 부족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100여 일 만인 지난해 4월 말, 대북정책 검토 완료를 선언했습니다. 핵심은 ‘세밀히 조정된 실용적 접근을 통해 북한과의 외교를 모색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녹취: 사키 대변인] “Our policy calls for a calibrated practical approach that is open to and will explore diplomacy with the DPRK, and to make practical progress that increases…”

바이든 행정부는 또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목표지만, 바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나 트럼프 행정부의 ‘일괄타결’과도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과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됐다’는 제안도 거듭 확인하고 있습니다.

과거 북한 문제를 다뤘던 전직 고위 관리 등 미국의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대북 원칙에 대해선 대체로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지난해 3월 한국 서울 외교부청사에서 미한 '2+2' 외교·국방장관 회의가 열렸다. 왼쪽부터 미국의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한국의 정의용 외교장관, 서욱 국방장관.
지난해 3월 한국 서울 외교부청사에서 미한 '2+2' 외교·국방장관 회의가 열렸다. 왼쪽부터 미국의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한국의 정의용 외교장관, 서욱 국방장관.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을 지낸 게리 세이모어 미국 브랜다이스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27일 VOA에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외교적 접근을 결정하고 조건 없는 협상 재개를 제안한 데 대해 A 학점을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would give the Biden administration a grade of A for deciding to pursue a diplomatic approach with North Korea and offering to resume negotiations without any conditions…”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점진적 진전을 추구하는 현실적인 접근을 취했다”면서,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이런 제안을 거부한 채 무기 실험을 재개한 북한 김정은에는 낙제점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석좌도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봄과 여름 “북한과 외교적 시작을 모색하고 전제조건 없이 언제 어디서든 만날 것을 제안하는 데 상당히 노력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앤드류 여 한국석좌] “The Biden’s administration’s push (back in spring/summer 2021) to find some diplomatic opening with NK and offer to meet anytime, anywhere without preconditions.”

최근 설립된 민간연구소인 ‘불량국가 프로젝트(the Rogue States Project)’의 해리 카지아니스 대표도 바이든 정부의 이런 접근을 높이 평가한다며 특히 “북한에 ‘대화하지 않으려는 핑계가 무엇인지’ 답하도록 압박하면서 그들을 수세적 위치에 놓는 매우 현명한 전략”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카지아니스 대표] “The best thing the Biden Administration should credit for is a willingness to talk to North Korea at any place, at any time, and on any issue. That is a really smart strategy and puts pressure on Pyongyang to offer up excuses of why they won't talk and puts them on the defensive.”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대화 문을 활짝 열어 놨다”고 평가한 마크 토콜라 전 주한 미국 부대사는 “북한에 대화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을 고집하지도, 심지어 북한에 먼저 구체적인 조치에 나설 것을 요구하지도, 북한 비핵화가 가장 먼저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도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대화에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입니다.

[토콜라 전 부대사] “It is not insisting on any preconditions to resume talks, not even asking that North Korea take a concrete first step. Nor is it insisting that North Korean denuclearization should be the first issue discussed.”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좋은 원칙’만으론 충분하지 않았다는 평가도 함께 내놨습니다.

지난해 8월 서울을 방문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지난해 8월 서울을 방문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카지아니스 대표는 대화 제안 외에는 ‘바이든 팀의 대북 목표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북한 핵 포기를 위한 방법론과 이를 위한 제안’ 등 구체적인 정책이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을 주제로 한 정책 연설을 전혀 하지 않은 점도 꼬집었습니다.

[카지아니스 대표] “Beyond an offer to talk--which is a good thing--there has been no articulation of what the Biden team's goal is on North Korea. Yes, we know Biden wants North Korea to give up its nuclear weapons, but how does Washington see that being achieved? What would Washington offer to achieve that? Biden has also never made a policy address on North Korea - ever.”

이런 모습을 ‘무관심’, 나아가 ‘전략적 인내’로 풀이한 평가도 나옵니다.

토콜라 전 부대사는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문제가 미국의 외교정책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인상을 줬다”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토콜라 전 부대사]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created an impression that dealing with North Korea is not a US foreign policy priority. It could overcome that by making public some suggestions of topics that it would like to discuss with North Korea when talks can be restarted, perhaps including: conventional arms talks; North Korea's cyber activity; asking North Korea to sign the Chemical Weapons Convention; specific forms of technical assistance it might be able to offer North Korea…”

재래식 무기와 관련된 대화, 북한의 사이버 활동, 화학무기방지협약 가입 촉구, 그리고 농업과 보건 분야 등에 대한 기술적인 지원 등과 같이 대화가 재개될 경우 북한과 논의하고 싶은 주제에 대한 공개적인 제안을 통해 관심을 표명할 수 있다는 제언입니다.

조지 워싱턴 대학교 한국학연구소의 김연호 부소장은 “적극적인 대북관여가 부족했다”면서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체 판을 새롭게 하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나 미중 관계 악화, 코로나 사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하다”고 진단했습니다.

현 국제정세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인데, 이와 관련해 브루킹스 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석좌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다른 시급한 국제적 사안들이 북한의 핵기술 진전을 가리는 상황”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서 외교와 함께 중요한 축을 이루는 제재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주목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집요한 요구에도 제재 완화를 거부한 것은 잘했지만, 추가적인 압박 강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가운데)가 지난 2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대응을 위한 안보리 비공개회의를 마친 후 알바니아, 브라질, 프랑스, 아일랜드, 노르웨이, 아랍에미리트, 영국, 일본 대사와 함께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가운데)가 지난 2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대응을 위한 안보리 비공개회의를 마친 후 알바니아, 브라질, 프랑스, 아일랜드, 노르웨이, 아랍에미리트, 영국, 일본 대사와 함께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브루스 벡톨 미국 안젤로주립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지금까지 가장 잘 한 것은 대북 제재를 완화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도발, 무기 확산, 인권 유린 등 악의적 행동을 멈출 때까지 제재를 완화해선 안 되는 데 바이든 행정부가 그렇게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재무부가 제재대상을 추가로 지정하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압박이 없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By and large all they've done is continue with the Trump policies without doing anything new at all, without making any real initiatives and without really talking to the North Koreans and most importantly without putting any more pressure on the North Koreans.”

바이든 행정부는 전반적으로 “새로운 것은 전혀 하지 않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지속할 뿐”이라며 “실질적인 구상도 만들지 않고, 북한과 실제로 대화하지도 않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에 더 이상의 압력을 가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제재 완화와 양보를 강요하는 김정은의 정치전과 협박 외교에 굴복하지 않았다”고 평가하면서도 ‘제재 집행, 비확산, 정보전, 사이버 영역’에서 노력이 충분치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 “There has been insufficient efforts placed on sanctions enforcement, counterproliferation, strategic influence activities, and cyber actions. These four areas are important because they exert tremendous pressure on the regime, deprive the regime of resources, undermine regime legitimacy, pose a threat to the regime, and help the Korean people in the north to understand their human rights, and deny Kim freedom of action in the cyber domain.”

맥스웰 연구원은 “이런 4개 분야의 노력은 정권에 엄청난 압박을 가하고, 정권의 재원을 박탈하며, 정권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위협하며, 북한 주민들이 인권 문제에 대한 이해를 돕고, 사이버 영역에서 북한 정권의 자유로운 활동을 부정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위반 행위에 대해 미국과 국제 제재를 더욱 완전히 이행하겠다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행정부는 제재 부과에 계속 소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불행하게도 이런 모습은 이전 정부들도 마찬가지였다”고 덧붙였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 “Despite vows to more fully enforce US and international sanctions against North Korean violations, the Biden administration continues to only timidly impose sanctions. This is, unfortunately, consistent with the approach taken by previous administrations.”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북한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최소한의 제재만으로 전임자의 관여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그 덕분에 김정은은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루지에로 전 NSC 국장] “Kim Jong Un benefits from this approach because he can continue development of his nuclear weapons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with no consequences. If Biden wants to explore diplomacy with North Korea, he should increase the pressure to 2016-2018 levels.”

루지에로 전 국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과의 외교를 모색하길 원한다면, 2016~18년 수준으로 압박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지난 2016년과 2017년 핵실험과 함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시험을 거듭하며 한반도 긴장을 고조하자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와 함께 갈수록 강도를 높인 총 6건의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를 주도하며 ‘최대 압박’을 구사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도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지적하며 규탄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거듭된 반대로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조치는 나오지 않는 상황입니다. 대신 지난 3개월간 약 20건이 넘은 독자 제재를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1월 22일 순항미사일 발사를 시작으로 무력 시위를 재개했습니다. 이후 단거리 탄도미사일부터 ‘극초음속 미사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에 이어 지난달에는 약 4년 만에 다시 ICBM을 발사하는 등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정황이 지속해서 포착되는 등 핵실험 재개 가능성까지 제기된 가운데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5일 군 열병식에서 ‘핵 무력 강화’를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을 시험 발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을 시험 발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김정은이 핵무기화 추구에 더욱 대담해지고 단호해 보인다”며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접근법과 메시지가 김정은의 핵 욕구를 억제하기에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수 김 연구원] “Kim seems emboldened and undeterred in his pursuit of nuclear weaponization. Perhaps one area of concern about the administration’s handling of the DPRK is that the approach and messaging has not been sufficient to curb Kim’s nuclear appetite. Not to mention, North Korea is a highly adaptive country, so it’s necessary that we review and update our approach to dealing with the Kim regime.”

수 김 연구원은 그러면서 “북한은 적응력이 매우 높은 국가인 만큼 미국 정부는 김정은 정권을 다루는 접근을 검토하고 새롭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의 지난 1년 평가에서 이견 없이 높은 점수가 나온 부분은 동맹 공조였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미한, 미일, 미한일 동맹의 중요성을 재강조했다”며 “이런 동맹은 동북아시아에서 공동의 힘과 안보의 원천”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리스 전 정책기획실장] “The best thing is that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re-emphasized the importance of the ROK-US alliance, the US-Japan alliance and the trilateral cooperation. These are a source of common strength and security in Northeast Asia.”

조지 워싱턴 대학교의 김연호 부소장도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대북정책에 대한 사전 조율과 협력이 부족해 동맹관계의 신뢰 손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선 동맹국과 긴밀한 협의와 공조가 이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5월 워싱턴에서 열린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동맹 강화를 보여준 구체적 사례로 꼽았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The Biden and Moon summit meeting was probably the high point, and in particular, the cancellation of the missile guidelines. You know, that was good relative to North Korea, and relative to China, indicated that the US choice of limiting South Korean missile development…”

베넷 선임연구원은 특히 당시 회담에서 발표된 ‘미한 미사일 지침 해제’를 지목하며, 북한과 중국에 강력한 미한동맹을 과시한 좋은 메시지였고, 한국의 실질적인 미사일 역량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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