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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북정책, 전통 방식 회귀...북한 문제 관심도 낮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21일 워싱턴 청사에서 2021년 결산회견을 하고 있다. 북한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21일 워싱턴 청사에서 2021년 결산회견을 하고 있다. 북한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취임 첫 해를 맞은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북한에 여러 차례 손을 내밀었지만 성과를 거두진 못했습니다. 전통적인 외교 방식을 고집하는 특징이 뚜렷한 가운데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취임 첫 해를 보낸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차별성을 꼽았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공개한 대북정책이나 대북 관련 언급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시와 뚜렷한 차이가 드러났다는 겁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2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두 대통령이 이보다 더 다를 수 없다”면서 전통 외교로 복귀하려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거래와 성공 달성’을 원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다른 방향성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So this is a studied approach, it's not transactional. He knows it's going to take time and it's going to require a lot of staff work, a lot of negotiations, a lot of good intelligence, a lot of good insight. And he's going to be patient."

거래적인 방식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학습된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대북 협상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과, 많은 인력이 요구되고 많은 협상과 좋은 정보, 통찰력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인내심도 가질 것이라고,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북한에 대한 접근법이 전임 행정부에서 보였던 위에서 아래, 즉 ‘톱 다운’ 방식이 아닐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실무 차원의 협상을 통해 점차 높은 직급으로 올라가는 ‘바텀 업’ 방식에 무게를 두면서, 실무 차원에서 대화를 시작하자는 제안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지난 6월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는 미국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6월 서울에서 한국 외교 당국과 협의 중 발언하고 있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6월 서울에서 한국 외교 당국과 협의 중 발언하고 있다.

[녹취: 성 김 대표] ““We continue to hope that the DPRK will respond positively to our outreach and our offer to meet anywhere, anytime without preconditions.”

이후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은 외교가 북한 문제의 해법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이 대화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이 “우리는 대화할 준비가 돼 있고, 우리의 전문가들도 이 복잡한 사안에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 think his strategy is, look, we're prepared to negotiate. We need our experts to negotiate the complex issues and the issues are complex.”

그러나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북한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도 큰 차이점으로 꼽았습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북한 문제 해결을 공언하고, 정상회담까지 가졌던 트럼프 행정부와 비교할 때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지 않은 사실이 확인된 한 해였다는 겁니다.

실제로 트위터와 언론 인터뷰, 각종 연설 등에서 북한을 여러 차례 언급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올해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언급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역시 취임 초기에 비해 북한 문제를 언급하는 횟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21일 국무부 청사에서 지난 1년간의 성과를 정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북한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북한 문제를 최고 수준에 올려 놨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한은 우선순위가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North Korea is a lower priority under Biden than Trump because Trump elevated it to a top level. I think the objectives are the same, the desire for diplomacy is similar. The tools are similar. So it's really the level of priority.”

북한 문제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목적이 같고, 외교적 열망과 사용할 수 있는 도구도 비슷한 만큼, 결국 ‘우선순위의 수준’에 차이가 있었다는 겁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 초기만 하더라도 북한 문제 해결에 대한 ‘시급성’이 있었다면서도, 정책을 시행한다는 관점에선 그런 절박감을 반영할 효과적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 17일 미 외교협회 대담 행사에서 오바마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언급하며 “본질적으로 우리 (대북) 정책의 목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향하는 단계적 진전을 위한 외교적 관여에 준비될 수 있도록 이들 두 정책 사이에 자리하는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스나이더 국장은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은) ‘어느 정도를 위한 어느 정도’를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다른 말로 하면 바이든 행정부가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외교와 엄격한 억지력이라는 도구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That means that it's ‘some for some.’ Another way of describing it is that Biden described it as an approach that's focused on denuclearization and that we'll use the tools of diplomacy and strict deterrence. And so we've seen the offer of diplomacy, unaccepted so far, we actually haven't necessarily seen that much on the deterrent side, aside from keeping the UN sanctions in place.”

하지만 ‘외교’라는 도구는 북한이 대화 제의에 호응하지 않으면서 작동하지 않고 있고, ‘억지력’이라는 도구 역시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유지하는 것 외에 특별히 주목되는 변화는 없었다는 겁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국장은 북한이 더 이상 미국의 집중을 받는 나라가 아니라면서 “우리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로 되돌아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Basically, we've gone back to strategic patient. I mean, North Korea once again is no longer a country of focus for the United States, as long as North Korea continues to not do much of anything, sit on its hands, the U.S. is probably going to continue to ignore it, because they don't have the political capital to invest in doing what is necessary to get North Korea to come to the negotiating table.”

고스 국장은 북한이 무언가 큰 일을 저지르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미국은 계속해서 북한 문제를 외면할 것이라며, “이는 미국에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을 하는 데 투자할 정치적 자본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복귀시키기 위해선 제재 완화와 같은 방안을 먼저 내놓아야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선 바이든 행정부가 국내적으로 큰 정치적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꽉 막혀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북한이 멀어진 데 대해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외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실험 등을 하지 않고 있어 미국이 당장 대응할 필요가 없고,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에는 북한 말고도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 국내외적으로 집중해야 할 사안들이 많다는 겁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에서 관측된 또 다른 특징은 동맹의 역할이 커졌다는 점과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다는 점 등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국무부는 취임 초기부터 북한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힐 때마다 한국, 일본 등 동맹과의 조율을 우선시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대북정책 검토에 있어서도 두 나라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밝혀왔습니다.

또 블링컨 장관을 비롯한 국무부 인사들이 한국, 일본 측 대화 상대와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횟수가 과거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제재와 관련해서도 제재 완화를 통해 북한을 대화로 유인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5월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북한이 실제로 관여하기를 원하는지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면서도 “북한이 유엔에 의해 명확히 금지된 활동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도 외교를 추구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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