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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 발표 6개월…탄도미사일 '도발' 규정, '단계적 접근’ 시사하며 외교 모색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외교정책에 관해 연설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외교정책에 관해 연설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세밀히 조율된 실용적인 접근을 통해 북한과의 외교를 모색한다’는 대북정책 기조를 발표한 지 약 6개월이 됐습니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와는 달리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한국 등과 대북 관여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모두 8차례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했습니다.

지난달 13일 발사한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제외하면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주를 이뤘습니다.

이에 대해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는 지금까지 모두 4차례 회의를 열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지난 19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응해 열린 안보리 회의는 미국이 소집을 주도했습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당시 회의에 앞서 연 회견에서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대해 ‘무모한 도발이며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불법으로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It is the latest in a series of reckless provocations…These are unlawful activities. They are in violation of multiple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and they are unacceptable.”

지난 주말 한국과 대북 관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을 찾은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북한에 대화를 거듭 촉구하면서도 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단호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녹취: 성 김 대표] “The launch violates multiple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and poses a threat to the DPRK's neighbours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We call on the DPRK to cease these provocations and other destabilising activities…”

북한이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를 ‘정당한 자위권’이라며 ‘이중기준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불안정과 위협을 야기하는 ‘도발’로 규정한 것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기조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 외교를 통해 핵 협상을 시도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의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레드라인’으로 간주하며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선 사실상 묵인했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많은 나라들이 그런 미사일을 시험한다”면서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초기인 3월 25일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유엔 결의 1718호에 대한 위반’이라고 일찌감치 단언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Let me say that, number one, UN resolution 1718 was violated by those particular missiles that were tested. Number one…And there will be responses if they choose to escalate. We will respond accordingly.”

중국 문제 등 다른 대외 사안에서도 국제 규범과 원칙을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에 대한 정상 차원의 관여와 관심도 역시 트럼프 행정부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전면에 나서 북한 문제를 챙겼습니다.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무렵에는 ‘화염과 분노’ 등과 같은 거친 수사를 김정은 위원장과 주고받았습니다.

미-북 핵 협상이 시작된 이후엔 김 위원장과 3차례 회동했고 협상이 결렬된 이후에도 친서를 주고받으며 북한 문제를 관리했습니다.

또 트위터 등을 통해 직접 대북 메시지를 발신하기도 했습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을 비판하며 실무자의 역할과 동맹 공조를 강조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인식은 현 정부의 정책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대해 공개 발언을 한 것은 지난달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의 짧은 언급을 제외하면 지난 5월 21일 미-한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이 사실상 마지막입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Our two nations also share a willingness to engage diplomatically with the DPRK to take pragmatic steps that will reduce tensions as we move toward our ultimate goal of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세밀히 조정된 실용적인 접근을 통해 북한과의 외교를 모색한다’는 기조를 확인하며,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 대북 합의 존중,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 지지, 북한 인권과 인도주의 지원 협력, 미-한-일 3국 대북 공조 등의 원칙을 밝혔습니다.

또 당시 임명된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이 같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 원칙을 이행하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협상 접근법에 대해선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와 다르고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일괄타결(grand bargain)’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녹취: 젠 사키 대변인] “Our policy will not focus on achieving a grand bargain nor will it rely on strategic patience.”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비핵화를 목표로 ‘단계적 접근법’을 취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구체적 제안’와 함께 대화 제의를 했다고 밝혔지만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처음 대북정책 검토 완료를 발표했던 6개월 전보다는 대북 관여 방안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입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한 공동 사업을 포함해 대북 인도주의 협력 제안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식량 지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관련 내용이 포함될지 여부가 관심입니다.

한국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에 대해선 “다양한 아이디어와 이니셔티브를 모색해 나가기 위해 계속 협력한다”고 성 김 대표가 설명한 가운데 한국 측에서는 ‘문안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북한이 거듭 제기하는 ‘적대정책’ 철회에 대해 미국은 ‘적대 의도가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북한은 ‘구체적 행동’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미-북 협상의 핵심 쟁점이었던 제재 해제와 관련해 바이든 정부는 ‘제재 이행’에 거듭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다만 제재를 포함해 ‘온갖 종류의 문제들과 관심사를 매우 전향적(forward-leaning)이고 창의적이며 유연하고 열린 자세로 협상장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바이든 정부의 입장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인식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초반에는 탈북민을 백악관으로 초대하는 등 북한 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북한과 정상 외교를 시작한 이후 인권 문제를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탈퇴한 유엔 인권이사회에 다시 복귀한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서도 “북한 주민의 인권을 지속적으로 옹호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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