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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바이든 1년 대북정책] 2. “북한 인권, 우선순위에서 멀어져…인권특사 조속히 임명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백악관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 화상 연설을 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북한의 인권 상황은 더 악화됐지만 미국 정부의 개입과 목소리는 예상보다 약했다고 전직 관리들과 인권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 이들은 미국이 북한인권특사를 조속히 임명해 유엔에서 주도적인 노력을 펼치고 대북 정보 유입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지난 1년간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을 살펴보는 기획 보도, 오늘은 두번째 마지막 순서로 김영권 기자가 대북 인권 정책에 대한 평가를 전해드립니다.

지난해 2월 4일, 취임 보름째를 맞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외교 정책의 심장부인 국무부 청사에서 가진 외교 정책 연설에서 “미국이 돌아왔다”며 인권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We must start with diplomacy rooted in America’s most cherished democratic values: defending freedom, championing opportunity, upholding universal rights, respecting the rule of law, and treating every person with dignity.”

“미국의 외교는 자유 수호와 기회 옹호, 보편적 권리 유지, 법치 존중, 모든 사람에 대한 존엄한 대우 등 미국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민주적 가치들에 기반해 시작해야 한다”고 천명한 겁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후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 탈퇴한 유엔 인권이사회 복귀를 선언했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의회 청문회에서 “북한인권특사를 반드시 임명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특사 지명을 임기 내내 외면하고 북한 인권 문제에 거의 침묵했던 트럼프 전 행정부에 낙담했던 인권단체들과 전문가들은 이런 바이든 행정부의 행보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당시 VOA에,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인권 촉진 등 많은 인권 사안들에 대해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협력하기 위한 다국적 노력을 진행할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It will undertake multinational efforts. They want to work with other democracies, on many issues but to promote human rights in North Korea as well.”

하지만 특사 지명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았고, 북한 인권에 관해서도 지난해 연말 뒤늦게 일부 대북 인권 제재를 단행하고 유엔 안보리 북한 인권 비공개회의를 개최한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목소리나 조치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전직 관리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진정성 결여보다는 실질적인 정책을 추구할 환경과 동력이 부족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2013년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한 미국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오른쪽). 미국 대사관 직원(왼쪽)이 발언 신청을 하기 위해 명패를 들고 있다.
지난 2013년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한 미국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오른쪽). 미국 대사관 직원(왼쪽)이 발언 신청을 하기 위해 명패를 들고 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VOA에, 블링컨 장관 등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특사 지명을 열망했지만 상원의 다른 고위직 인준 지연 등 국내 정치 환경이 지명을 어렵게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The Biden administration, Secretary Blinken and others have indicated that they are anxious to appoint a special envoy. The difficulty is the Senate is not acting.”

야당인 공화당 소속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러시아와 독일 등 유럽을 잇는 노르트 스트림2가스관 사업에 대한 미국의 오랜 제재를 해제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에 반발해 고위직 인준 표결을 반대하거나 연기하면서 병목 현상으로 북한인권특사 지명이 지연됐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핵심 지역인 중국과 일본 주재 대사가 이런 지연 끝에 지난달에야 인준이 겨우 통과됐고 한국 주재 대사는 아직 지명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이런 난관 속에 북한인권특사가 지명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북한 지도부의 대화 거부로 인권 문제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Because North Korea has declined dialogue with the United States thus far, the human rights agenda has suffered. I mean, negotiations are after all essential to raising human rights issues bilaterally.”

궁극적으로 인권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협상이 필수적인데, 미-북 대화가 없었기 때문에 행정부 안팎에서 이를 제기할 공간도 부족했다는 설명입니다.

코헨 전 차관보는 유엔 인권이사회 복귀와 지난달 유엔 안보리의 북한 인권 비공개회의 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 대사가 인권 문제를 공식 제기하는 등 미국 정부의 다자적 차원의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이를 전면에서 조율할 북한인권특사가 공석이란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바이든 행정부에 큰 실망감을 나타냈습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은 북한 정권의 극도로 과도하고 불필요한 국경 봉쇄 조치, 한국 드라마 등 외국 문화를 접한 주민에 대해 비이성적인 처벌을 강화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도입 등으로 훨씬 더 악화됐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아울러 남북관계 개선에 전념한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북한 인권단체들에 대한 사무조사를 강행하고, 북한에 물리적으로 외부 정보를 보내는 활동을 사실상 전면 금지한 대북전단금지법을 시행해 북한 주민들이 어느 때보다 더 고립됐는데, 미국 정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압박도 하지 않았다고 인권단체들은 지적했습니다.

휴먼 라이츠 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VOA에 보낸 성명에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아무 성과가 없다는 게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It’s increasingly apparent that North Korea human rights issues are going nowhere in the Biden administration. There’s been no pressure -- neither on Pyongyang nor even on President Moon Jae-in to

로버트슨 부국장은 특히 김정은 정권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인권단체 탄압에 대해서도 바이든 행정부는 아무런 압박을 하지 않았다며, “미국의 외교 정책에서 북한 인권은 텅 빈 구멍과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과 한국 등 전 세계 70개 이상의 민간단체와 개인 활동가들이 연대한 북한자유연합(NKFC)의 수전 숄티 의장도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에 관한 말은 무성했지만 행동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올해에는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숄티 의장] “He said he was gonna put human rights back on the agenda. And I don't see that that's happened. While I've been very pleased by the words, I'm concerned that there's been a lack of action, especially concerned about this end of war Declaration. There's too much talk but not enough action.”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인권을 핵심 의제로 돌려놓겠다고 했지만,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고, 특히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전쟁 피해자인 한국군(국군) 포로와 전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언급하지 않는 등 미국의 전통적 가치보다 정치적 계산을 앞세웠다는 주장입니다.

인권단체들은 또 바이든 행정부가 겉으로는 탈북민 보호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탈북 난민 추가 입국이나 중국 내 탈북 난민 강제북송 반대와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압박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북한 지도부의 강력한 국경 봉쇄와 중국·동남아 국가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에 따른 이동 규제로 탈북민 규모가 급감하고 상황도 위태로워졌지만 별다른 대응 조치가 없었다는 겁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 대응과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등 산적한 현안으로 북한 인권에 집중할 여력이 부족할 것이라면서도 실무자들의 보다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I would like to see the US government continuing to support NGOs that endeavor to document North Korean human rights violations, NGOs that endeavor to send information into North Korea,”

북한 인권 침해를 조사해 문서화하고 북한에 정보를 보내는 단체들에 대한 지원을 지속해야 하며, 나아가 탈북 난민들의 미국 정착에 대한 창의적인 접근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미국은 22개월 동안 탈북 난민 입국이 전무했다가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4명이 입국한 바 있습니다.

인권 전문가들과 단체들은 미국 의회가 인권 문제에 관해서는 여전히 초당적 입장인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의지를 갖고 북한인권특사를 지명하면 인준이 수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의회의 추가 예산 지원과 유엔 내 북한 인권 문제 환기, 한국 등 동맹국들과의 공조, 향후 북한과의 협상 의제 조율에 모두 북한인권특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특사 지명이 올해 바이든 행정부의 북한 인권 개선 의지를 판단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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