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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10년, 지키지 않은 약속들] 2. "문재인 대통령 새벽잠 다시 설쳐, 대남·대미 합의 지속 파기...대북 정보 유입 강화 중요"


지난 2018년 4월 27일 문재인(오른쪽)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집 2층 회담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지난 2018년 4월 27일 문재인(오른쪽)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집 2층 회담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북한이 김정은 집권 10주년을 맞아 그의 치적과 우상화 작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내외적으로 북한 주민과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들을 상당 부분 지키지 않는 등 무책임한 행보를 보인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VOA가 김 위원장 10년의 약속과 이행 결과를 국내·국외로 나눠 점검한 기획 보도, 오늘은 약속 파기가 노골적으로 지속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남북·대외 정책을 살펴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환담장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게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윤영찬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입니다.

[녹취: 윤영찬 수석]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NSC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앞으로 발뻗고 자겠다”고 화답했고 김 위원장은 이후 “대결의 종지부를 찍자”며 서울 방문도 약속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약속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과거 김대중 대통령과의 약속을 어겼듯이 이뤄지지 않았고 대신 탄도미사일 도발 재개로 문 대통령은 다시 새벽잠을 설치는 상황이 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지난달 4년 4개월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재개하면서 모라토리엄 즉 실험 유예 선언을 파기했고, 지난 2018년 폭파했다고 선전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다시 핵실험 준비 정황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에 종지부를 찍은 것인데, 지난 2019년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무기 시험 경고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며 신뢰를 표한 트럼프 대통령을 무안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I have a very good relationship with Kim Jong-un and I think he is a man of his word,”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 지도자의 이런 약속과 합의 파기는 수십 년째 반복된 것으로 새삼스러운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북한 지도부는 지난 1991년 한국과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한 지 불과 1년여 만에 유엔 안보리에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방침을 통보해 1 차 북핵 위기가 고조됐었습니다.

이후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로 위기가 봉합됐지만 북한이 합의를 어기고 고농축우라늄(HEU)을 개발한 사실이 나중에 불거지면서 2차 북핵 위기로 이어졌고, 이후 6자회담을 통한 9·19 공동성명 합의와 이행 계획을 담은 '2·13 합의', '10·3 합의'가 도출됐지만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모두 물거품이 됐습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13일 VOA에, 북한이 지금까지 핵무기를 절대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한 8개의 국제 합의와 이행을 약속했지만 모두 지키지 않았다면서 이런 과거로부터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 “We've gone through eight international agreements for which North Korea promised never to build nuclear weapons and then for subsequent agreements where they promised to give up but they promised never to build. That's not to say we don't try for the ninth agreement, but hopefully, we learn from the lessons of the past that any agreement needs to be very detailed and have very intrusive verification, monitoring requirements,”

향후 북한과의 모든 합의에는 매우 상세하고 강제적인 사찰, 모니터링 요구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북한 정권이 합의를 계속 파기하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셉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Why have they broken promises? Because any promise related to dismantlement, complete denuclearization is very tenuous, because their ultimate desire is to not only acquire now that they've acquired acquire nuclear weapons, but to retain nuclear weapons and be accepted as a nuclear weapon state.”

“핵 폐기나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한 어떤 약속도 다 빈약한 것은 북한 정권의 궁극적인 야욕이 이미 획득한 핵무기뿐 아니라 핵무기를 틀어쥐고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기 때문이란 겁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북한 정권이 이런 이유 때문에 9·19 공동성명을 통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 합의를 하고도 사찰을 거부하는 등 약속 파기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와 한국 주재 미 대사를 지낸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차장도 같은 견해를 보이면서 특히 최근 북한 지도부의 행태는 “비핵화나 군사적 대치 수준의 어떤 광범위한 감축 관련 협상에 더는 관심이 없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사무차장] “I think that they are signaling that they're no longer in negotiations about the denuclearization or about any broader reduction in the level of military confrontation. I think we have to draw the appropriate conclusions from that. Strategic patience is not going to yield any results,”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상황으로부터 적절한 결론을 도출해야 하며, (과거와 같은) 전략적 인내는 어떤 결과도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에 망명한 전직 북한 외교관들은 북한 정권이 합의를 계속 파기하며 외부 세계를 기만하는 이유는 체제 생존, 내부 결속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019년 한국에 망명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입니다.

[녹취: 류현우 전 대사대리] “크게 두 가지로 봅니다. 하나는 정권의 속성입니다. 김씨 세습 독재 체제로 되어 있는 북한으로서는 핵과 미사일을 계속 쥐고 나가야지 자기의 장기적인 정권 체제 안정을 유지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할아버지 때부터 계속 패턴이 반복되는 겁니다. 그다음은 내부 결속을 위해 아주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작은 나라가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과 맞짱뜨는 형국으로 보이지 않습니까? 그게 국민에게는 긍지로 부풀게 몰아가서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이게 아주 유리합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이런 이유 때문에 “김정은은 미국이란 주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류현우 전 대사대리] “미국이란 나라가 항상 존재해야 김씨 세습 정권의 장기적인 안정성이 담보된다는 겁니다. 미국을 계속 악마화시키고 저 나라를 그렇게 다져야 자기들의 체제를 유지할 명분이 생기고, 핵과 미사일을 가지는 명분도 생기고. 왜? 미국이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고 우리 제도를 고립 압살시키기 위해서 책동하기 때문에 우리는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부득이하게 핵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대의명분으로. 그 다음에 인민을 결속할 대의명분이 생긴다는 거죠. 그래서 인민들한테 이것을 속입니다. 자기들이 회담에 나가서 해야 하는 것과 인민들한테 내밷는 말은 다르죠. 김 씨 패밀리가 게속 세습하면서 이 나라를 자기의 독점국가처럼 만들겠다는 거니까 체제 안정을 위해 완전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겁니다.”

미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반복되는 약속 파기에 대해 같은 마음을 가진 국가들이 하나가 돼 강력한 목소리와 다양한 조치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기업연구소(AEI)의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류 전 대사대리의 지적은 매우 타당하다며, 미국과 국제사회가 어리석은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선 북한 정부의 힘을 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 “What outsiders can do is reduce the power of the North Korean government through economic sanctions, deterrence, human rights campaigns and other measures...one of many approaches that we should be undertaking at the same time. We should go after North Korea's hidden sources of money. We should disrupt North Korea's merchandise transactions with the Middle Eastern terrorist states and organizations,”

경제 제재와 억제, 인권 캠페인, 다른 조치들을 동시에 구사하면서 북한 정권의 숨겨진 자금줄을 추적하고 중동 테러 국가들과 단체들과의 거래를 중단시키며 중국의 제재 위반에 대한 대응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도 미국이 한국, 일본과 매우 강력한 공조를 통해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위반할 때 아주 강력한 봉쇄 정책을 펴고 억지력을 강화하며 북한 정권의 위협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지난주 다수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회동했지만, 어떤 종류의 제안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비관론이 있었다면서 대안 중의 하나로 대북 정보 유입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When I was at a meeting last week, with a large number of Korea watchers there was just sort of widespread pessimism as to any kind of proposals to address the North Korean problem.... information operations have always been a part of the US strategy, but perhaps not tried strongly enough,”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여러 명이 이달 초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선인이 워싱턴에 파견한 ‘한미 정책협의 대표단’을 만나 대북전단금지법과 대북 인권단체들에 대한 현 정부의 정책 재고를 제안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류현우 전 대사대리도 대학 시절 황해도에 농촌 동원을 나갔다가 한국이 러시아와 수교했다는 전단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현 상황에서는 대북 정보 내용과 형식을 대폭 강화해 북한 주민들의 의식과 역량을 증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류현우 전 대사대리] “우선 외부적으로 정보를 많이 유입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밖에서 어떤 일이 진행되는지도 모르고 우리가 살고 있구나. 우리가 정말 참혹한 삶을 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북한 주민들이 알아야 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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