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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가나스 산카란 박사] “북한 ICBM 격추 초기 상승단계 요격이 더 효과적”  


북한은 지난달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을 시험 발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을 시험 발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 초기단계에 요격하는 것이 기존의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자가나스 산카란 텍사스 주립 오스틴 대학교 교수가 말했습니다. 산카란 박사는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무인기와 로켓 모터 등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와 달리 상승단계 요격체계 구축이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기술과 비용 문제 등으로 상승단계 요격체계는 아직 실용화 단계에 도달하지는 못했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이 발행하는 학술지 ‘인터네셔널 시큐리티’ 최신호에 실린 ‘미국 방어: 북한에 대한 국가 미사일 방어 재고’라는 제목의 논문 주저자인 산카란 박사를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산카란 박사님, 탄도 미사일의 비행단계는 상승단계, 중간단계, 종말단계로 나뉘는데요. 상승단계의 탄도미사일은 크기가 크고 비행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서 탐지와 추적이 쉽긴 하지만 상승단계 요격체계는 아직 실용화되지 않았습니다. 산카란 박사님이 구상하는 상승단계 요격체계는 미국을 북한의 ICBM으로부터 어떻게 방어할 수 있나요?

자가나스 산카란 미국 텍사스 주립 오스틴 대학교 조교수.
자가나스 산카란 미국 텍사스 주립 오스틴 대학교 조교수.

산카란 박사) 상승단계 요격체계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후 초기단계에 로켓 모터가 아직 연소하고 있을 때 요격하는 것입니다. 중국과 러시아, 심지어 이란도 영토가 넓어서 이 방법을 적용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영토가 좁아서 (발사 장소에) 가까이 접근하기 용이합니다. 작동 방식을 보면, 우선 공중요격체계를 북한 영토를 침범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가까이에 배치합니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하면 발사 30초에서 40초 만에 발사 확인을 하고 추적 자료를 받습니다. 이후 ICBM의 로켓 모터 연소가 끝나기 전에 요격기가 경로를 파악한 뒤 요격 탄두(kill vehicle)를 발사해 격추시킴으로써 미사일이 미국에 도달하지 않고 공해에 떨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기자) 북한 영토 가까이로 간다고 했는데, 북한의 방공 능력이 취약해서 상승단계 요격체계가 가능한 건가요?

산카란 박사) 상승단계 요격체계가 가능한 근본적 이유는 북한의 영토가 좁다는 것이죠. 하지만 북한의 방공능력의 실태도 이 체계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듭니다. 북한의 방공능력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저는 전시 상태에 취약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북한 방공 범위를 감안해서 요격기 즉 무인기를 북한 해안에서 100km 떨어진 동해에 배치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가까이 접근하면 요격 가능 범위는 더 넓어집니다. 분쟁 상황에서 북한의 방공능력이 이미 저하됐다고 보면 상승단계 요격체계의 효과는 더욱 높습니다.

기자) 상승단계 요격이 가능한 시간이 매우 짧지요?

산카란 박사) 북한의 화성-15형 ICBM은 발사 이후 로켓 모터가 300초 정도 연소합니다. 발사 후 45초가 지나면 발사 여부를 알 수 있고요, 65초가 지나면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디로 방향을 돌릴 지 알 수 있습니다. 65초에서 300초 사이에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는 것이죠. 매우 도전적인 공학이죠. 하지만 지난 20년간 미사일 방어 공학이 상당히 발전해서 많은 부분이 가능해졌습니다.

기자) 북한은 최근 화성 17형도 시험 발사했는데요. 더 크기가 큰 화성 17형의 경우 요격이 더 어려워지나요?

산카란 박사) 제 직감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실험을 해봐야 하겠죠. 하지만 더 큰 미사일이고 더 무겁기에 로켓 모터 연소가 더 천천히 아마도 더 오래 진행될 것입니다. 다만, 북한이 고체연료를 이용한 ICBM을 발사하면 요격이 더 어려워집니다. 고체연료의 경우는 액체연료보다 연료의 산화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죠. 고체연료의 연소 시간은180초 정도입니다.

기자) 북한의 ICBM 발사 장소를 세 군데로 가정해서 연구를 하셨습니다. 강원도 원산, 중부의 자강도, 중국과 인접한 양강도 청강읍 세 군데였는데요. 요격기는 동해에 배치돼 있고요. 원산과 자강도에서 발사될 경우 요격이 가능한데, 청강읍에서 액체연료가 아닌 고체연료 미사일이 발사되면 요격이 어렵다는 결론이었죠?

산카란 박사) 발사 장소가 동해에서 멀어지고 북한 내륙지방으로 들어가거나 중국 국경과 가까워질수록 어려워집니다. 발사 장소가 동해에서 멀어지면 요격기도 북한 영토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하죠. 동해에서 멀어질수록 요격이 점점 더 어려워지다가 불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북한의 방공 능력을 감안해 100km의 거리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북한 강원도 원산에서 화성15형 발사를 상정했을 때, 원형 점선은 로스앤젤레스를 향할 경우 격추 가능한 범위이며, 원형 실선은 보스턴을 향할 경우 격추 가능한 범위이다. (Jaganath Sankaran, Steve Fetter; Defending the United States: Revisiting National Missile Defense against North Korea. International Security 2022; 46 (3): 51–86. doi: https://doi.org/10.1162/isec_a_00426)
북한 강원도 원산에서 화성15형 발사를 상정했을 때, 원형 점선은 로스앤젤레스를 향할 경우 격추 가능한 범위이며, 원형 실선은 보스턴을 향할 경우 격추 가능한 범위이다. (Jaganath Sankaran, Steve Fetter; Defending the United States: Revisiting National Missile Defense against North Korea. International Security 2022; 46 (3): 51–86. doi: https://doi.org/10.1162/isec_a_00426)

기자) 하지만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이기에 서해에 요격기를 배치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산카란 박사) 우리가 동해에 요격기 배치를 상정한 것은 미국이 중국의 허가를 요청하지 않고 동해에서 군사적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 쪽은 중국의 협조를 구하거나 최소한 중국이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시간을 더 들인 더 큰 시뮬레이션에서는 서해에 배치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기자) 상승단계 요격체계가 지금까지 실용화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산카란 박사) 레이건 대통령 때부터 상승단계 요격체계는 논의돼왔습니다. 한계는 기술력에 있었죠. 2003년도에 미국 물리학회는 상승단계 요격체계로는 격추 가능한 범위가 북한 영토의 절반도 안 된다고 발표했죠. 하지만 당시 로켓 모터 무게는 2천200kg이었습니다. 우리가 상정한 로켓 모터 무게는 500kg 이죠. 기술이 상당히 발달했습니다. 또 무인기도 지난 3, 4년 사이에 상당히 발달했죠.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MQ-9 리퍼 무인기가 상당히 많이 사용됐습니다. 이 무인기가 내구 시간이 24시간이고 요격탄두를 탑재할 수 있으며 탐지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죠. 패트리엇 방공 체계는 추력을 껐다 켰다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신기술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20년 전에 할 수 없었던 일들을 많이 할 수 있죠.

기자) 현재의 지상배치 미사일 방어체계(GMD)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셨어요.

산카란 박사) 기술적 측면을 보자면 지상배치 미사일 방어체계(GMD)의 요격체(kill vehicle)는 아직도 성능이 입증되지 않았죠.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좋은 통계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2019년에도 요격체가 새로 바뀌었죠. 또 러시아가 북한에 지상배치 미사일 방어체계(GMD) 대항체(countermeasure)를 전수했거나 북한 스스로 이 기술을 완성했을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미사일 안에 탄두처럼 보이는 기만탄(decoy)를 섞어 요격체를 유인하는 것을 말하죠. 상승단계 요격체계는 이 두 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합니다. 상승단계 요격체계의 요격탄두는 미사일 발사 초기에 작동하기에 중간단계와 같이 진공 상태에서 비행하지 않게 됩니다.

기자) 북한이 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미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산카란 박사) 북한이 (미사일) 무기고를 어떻게 확대하고 있는지 매우 불분명합니다. 액체 연료와 고체 연료를 실험했고 매우 큰 액체연료형 미사일도 실험했죠. 우리는 북한이 어떻게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는지 모르고, 옛 소련 기술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도 모릅니다. 만일 북한이 앞으로 10여년 안에 고체연료 기술을 진전시키지 않는다고 봤을 때 상승단계 요격체계는 좋은 방안이고 지상발사 요격체계도 잔류 효과(residual capacity)가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고체연료 기술을 진전시키고 ICBM 숫자도 급격히 확대하면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기술도 성공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집니다. 우리는 미사일 방어 정책을 철저히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결국 미사일 방어는 마지막 수단입니다. 우리는 억지와 외교의 역할도 생각해야 합니다.

기자) 북한이 점점 더 미국에 설득력 있는 미사일 위협을 제기하고 있습니까?

산카란 박사) 신중하게 그렇다고 말하겠습니다. 북한은 대부분의 나라들과 다른 방식으로 ICBM을 실험했습니다. 모두 고각발사를 했죠. 그중 어떤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체도 온전히 남아나지 못했습니다. 최소한 관련 정보가 없습니다. 북한의 기술은 진전하고 있지만 과연 북한이 핵탄두를 미국 본토에 떨어뜨릴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정보 당국는 몇 년이면 가능하다고 의회에서 증언하지만 아직 관련 자료는 없죠. 다만 1998년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의회의 요청으로 작성한 ‘럼스펠드 보고서’는 북한이 러시아, 중국, 인도와 달리 ICBM의 신뢰도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을 위협할 수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죠.

진행자) 지금까지 자가나스 산카란 텍사스 주립 오스틴 대학교 교수로부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발사 초기단계에 요격하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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