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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탈북 외교관들 “김정은 ‘미국과 장기 대결’ 발언은 허풍, 주민·군대 모두 위태롭게 만들어”


북한은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을 시험 발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은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7형을 시험 발사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막강한 군사 기술력으로 미국과 장기적 대결 준비를 하겠다고 말한 것은 허풍이자 오만으로 북한 주민과 군대만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미 전문가와 고위 탈북 인사들이 말했습니다. 북한의 군사력은 세계 최강인 미국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데, 지도자가 체제 결속을 위한 허위 선전으로 국가 전체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조선중앙TV’ 등 관영 매체들은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성공을 자축하며 미국과 장기적 대결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막강한 군사 기술력을 갖추고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씀하시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이런 군사적 공격 능력을 갖추는 것이 북한의 안전과 후손만대의 영원한 안녕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한국에 망명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25일 VOA에, “북한의 고위관리들이 미국과 대결하면 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주민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내부 결속을 위해 끊임없이 미국을 주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김 씨 가족의 체제 유지 논리 때문에 주민들만 계속 거짓 선전에 속아 힘든 삶을 살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류현우 전 대사대리] “고위급 간부들은 대체로 미국의 강대성에 대해 다 인식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맞서는 경우에는 국물도 없다는 것을 다 알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미국을 주적으로 삼고 미국과 장기전을 하면서 계속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날리는 것은 통치자에게 제일 위험한 게 내부결속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내부결속을 하려면 미국이란 존재가 계속 주적이 돼야 합니다. 그래서 계속 미국에 대한 반미, 반제 교양으로 인민들을 무장시킨다는 거죠.”

한미연합사령부 작전 참모를 지낸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장기적 대결을 준비하겠다는 “김정은의 언급은 무지하면서도 오만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Kim Jong-un's comments are ignorant but arrogant, and they are dangerous to his own people and his own military because his lies give his military and his people a false sense of security and a false sense of ability.”

“김정은의 거짓말은 그의 군대와 주민들에게 안보와 역량에 관한 잘못된 의식을 심어 주민과 군대를 모두 위험하게 한다”는 겁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만약 전쟁이 시작된다면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이 말한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첫날에 알게 될 것”이라며 “미군과 한국군의 압도적인 화력 앞에 그들의 친구와 동지들이 숨지고 인민군대가 무너져 생존하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군과 북한군의 화력은 비교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큰 격차가 납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 파이어파워’ 등에 따르면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3.5%가량을 해마다 국방비에 투입하고 있으며 올해 회계연도의 국방 예산은 7천 680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한국 통계청이 추산한 북한의 2020년 국내총생산(GDP), 즉 북한에서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모두 합한 금액인 289억 달러의 27배 이상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미군은 또 세계 최강의 전투기 2천여 대를 포함해 군용기가 1만 3천 247대, 최신 탱크 6천 612대, 장갑차 4만 5천 대, 로켓 추진체 1천 300, 항공모함 11척과 핵 추진 잠수함 68척 등 군함 484척, 현역 병력만 140만 명 이상입니다.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지난해 발표한 ‘북한 군사력 보고서’에서 북한 대부분의 재래식 무기는 1950~1970년에 러시아와 중국에서 도입한 것으로 매우 낡았으며 북한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무기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보유한 대부분의 무기가 러시아제 낡은 장비라며, 러시아가 지금 같은 무기, 이보다 더 현대적인 무기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얼마나 열악하게 싸우고 있는지를 북한 주민들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The first thing I think the Korean people in the North should look at is how badly Putin is fighting Putin's war with the same equipment that North Korea uses actually, more modern equipment than North Korea uses,”

특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보다 훨씬 적은 병력으로도 지금까지 선전하는 이유는 병력이 지난 몇 년 동안 미국과 서방세계에서 훈련을 제대로 받았고 현대화된 무기들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며, 북한군은 훈련이나 첨단 무기 등 모든 면에서 미군을 위협할 수준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러시아군은 푸틴이란 독재자를 위해 싸우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은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어 차원이 다르다”는 겁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 “Russia is fighting for Putin and Ukrainian people are fighting for freedom and when you compare North Korea to South Korea and North Korea to the United States, South Korea and the United States will be fighting for freedom…”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미군과 한국군도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위해 싸운다며, 김정은을 위해 싸우며 세뇌된 북한군은 한계가 있고, 궁극적으로 미국과 한국에 승리하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의 장사정포 등 방사포 역시 미군의 다양한 첨단 추적 탐지 장비를 통해 정밀 유도 무기로 충분히 파괴할 수 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시 알래스카에 배치된 지상발사 요격 미사일로 격추킬 수 있으며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이보다 훨씬 압도적인 미국의 핵 능력으로 북한의 모든 군사시설이 파괴될 것이란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만약 북한군의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되면 미군의 F-35 전투기와 한국군의 F-15 전투기가 첫날에 북한의 모든 공군력을 파괴하고 방공망을 무력화할 수 있다며, 거듭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주민과 군대에 거짓말과 잘못된 인식을 심어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옛 동유럽 공산국가인 루마니아에서 자란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도 “김정은이 마치 미국과 군비경쟁을 할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비현실적인 얘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 미국의 군비 경쟁은 있을 수 없다며 지난 냉전 시절에 옛 소련이 미국과 군비 경쟁을 하다 미국의 압도적인 우세로 결국 소련의 경제가 악화해 체제가 붕괴된 사실을 보면 답은 자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There is no arms race between North Korean and the USA…Actually during the Cold War, the United States clearly outclassed the Soviet Union and guess what? If you look at what's happening in Ukraine right now, you see that Russia is still outclassed by any type of Western NATO support for the Ukrainian freedom fighters. There is absolutely…”

실제로 소련은 1950년대 후반부터 미국과 우주 탐사와 군비 경쟁을 펼치면서 국가 예산의 거의 20%를 군사비로 과도하게 지출해 국가 재정이 바닥나 결국 쇠퇴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한국 국사문제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24일 VOA에, 김정은 위원장의 미사일 선전·선동은 주민들 사이에서 점점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영환 위원] “양고기를 판다고 해놓고 개고기를 파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자성어가 있잖아요. 그것과 똑같은 행태입니다. 김정은이 지난 10년 동안 해 놓은 것이 결국 핵과 미사일밖에 없잖아요. 주민들을 위해서 해 놓은 것은 없다시피 하니까 김정은으로서는 이것을 계속 밀고 나갈 수밖에 없고. 그런데 북한 주민들 속에서도 뭔 자꾸 미사일을 쏴? 이런 것이 의식 속에 나타납니다.”

이번 ICBM 시험 발사 선전이 주민들에게 잠시 자부심을 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민생 악화에 따른 불만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류현우 전 대사대리는 결국 모든 것이 국가 지도자의 자질과 연결된다며, 주민들이 “김정은의 거짓말과 실체를 바로 볼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류현우 전 대사대리] “진짜 국가지도자라면 장기적인 국가 비전을 갖고 나아가야 하는데, 완전히 세습으로 되어 있는 봉건적 세습 독재 체제이니까…미국한테 하는 소리가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북한 사람들이 대비 기초가 없지 않습니까? 정보가 들어와야 아! 미국이 우리보다 세구나! 이런 것을 알겠는데 원천적으로 차단해 놨기 때문에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외부세계에 대해 알아야지 자기들이 얼마나 폐쇄된 공간에서 억압되고 반인권적 삶을 살고 있는가 아는데 이걸 모른단 말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에 정보를 들여보내는 게 제일 중차대한 사업이라고 봅니다.”

VOA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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