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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또 "정찰위성 개발 시험" 주장...전문가들 "ICBM 도발 대미 압박 강화"


지난 5일 한국 서울역 이용객들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지난 5일 한국 서울역 이용객들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27일에 이어 5일에도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찰위성을 명분으로 한 사실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일 행한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북한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의 정찰위성 개발 계획에 따라 또다시 이뤄진 중요 시험이었다”며 “이를 통해 위성자료 송수신, 조종 지시체계 등 여러 지상 위성관제 체계들의 믿음성을 확증했다”고 6일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달 27일 정찰카메라 시험을 했다고 밝힌 데 이어 6일만에 또 다른 정찰위성 장비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겁니다.

북한은 두 차례 시험 사실을 연이어 공개하면서 해당 장비를 싣고 발사된 미사일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난달 27일 발사 당시엔 미사일 발사체 사진 대신 저궤도에서 찍은 지구 사진만 공개했고, 이번 6일 보도에선 전날 시험이 진행된 사실과 목적만 짤막하게 보도했습니다.

북한이 전날 정찰위성에 쓰일 카메라 성능을 점검했다며 지난달 28일 공개한 한반도 사진.
북한이 전날 정찰위성에 쓰일 카메라 성능을 점검했다며 지난달 28일 공개한 한반도 사진.

한국 군 당국은 두 차례 모두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사일이 발사됐고 지난달 27일엔 비행거리 300km, 고도 620km, 그리고 5일엔 비행거리 270km, 고도 560km로 모두 준중거리 탄도 미사일로 추정했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지난해 1월 8차 노동당 대회 때 밝힌 군 정찰위성 개발 계획에 따라 정찰위성 발사를 목표로 필요한 기술 테스트들을 진행 중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또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의 정찰위성 발사에 추가 제재 등 강경하게 나올 경우 모라토리엄 파기를 시사한 데 따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센터장] “베이징올림픽 끝나자 마자 한국 대선 선거운동이 진행 중인 기간에도 6일 간격으로 정찰위성 개발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오는 4월 15일 김일성 110회 생일 전까지 정찰위성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만약 북한 정찰위성 발사에 대해서 미국이 제재를 가한다면 ICBM 시험발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인공위성 발사용 우주 로켓과 ICBM은 기본원리가 같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실제로 정찰위성 발사에 나설 경우 미국 등 국제사회는 ICBM 시험발사 재개로 간주하고 대북 추가 제재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 센터장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러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유엔 차원의 추가 대북 제재에 우방인 러시아가 반대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도 북한이 올들어 9번째 미사일 도발을 연이어 감행했고 모라토리엄 파기도 경고했지만 미국이 이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자 대미 압박 강도를 높이는 양상이라며 전략도발로 가는 ‘마이웨이’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7일 북한의 국산 위성이 “최고지도부가 결심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우주 대공을 향해 날아오르게 될 것”이라며 정찰위성 발사가 조만간 이뤄질 것임을 시사하는 칼럼을 내보냈습니다.

‘조선신보’는 “북한이 첩보위성을 수없이 발사해 세계 곳곳을 샅샅이 감시하고 있는 미국과 교전 상태에 있다”며 위성 개발이 자위력 강화의 일환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정찰위성 개발 목적의 시험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를 뒷받침할 자료나 설명이 없다는 점에서 ICBM 도발을 위한 명분쌓기용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보통 정찰위성에 들어가는 광학장비, 전자장비들은 지상에서 시험이 다 이뤄지고 마지막에 발사체에 탑재돼서 우주공간으로 쏘아올리는 게 일반적인데 북한 같은 경우는 정찰위성에 들어가는 하나의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서 발사체를 쏴서 우주공간에 올린다는 겁니다. 정찰위성 개발과는 전혀 맞지 않는 모습이고요. 쉽게 말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건데 이런 점 때문에 북한의 정찰위성 개발 주장이 신뢰성이 좀 떨어지는 거죠.”

정성장 센터장도 지난달 27일 정찰카메라 시험 당시 북한이 미사일 발사 후 우주에서 찍었다고 공개한 지구 사진은 정찰용으로 보기엔 조악한 수준이었고 이번엔 그나마 공개한 자료가 없었다며,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더라도 군사적으로 의미 있는 정찰 능력을 보유하기까지는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통상적인 방식과 다른 정찰위성 개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미국과의 협상을 염두에 둔 때문이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만일에 북한이 정말로 협상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경고를 하지 않고 그냥 바로 도발로 들어가 버립니다. 저렇게 살라미식으로 계속해서 도발의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없죠. 그동안 패턴을 보면. 그런데 지금 계속해서 뭔가 시그널을 미국에게 보내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것은 미국이 빨리 움직이라는 그런 신호고요. 따라서 지금 북한은 미국으로 계속 공을 넘기면서 미국의 반응을 유도하고 있다 이렇게 봐야 되고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이 모라토리엄 연장을 카드로 미국과 협상을 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또한 북한이 도발 수위와 속도를 조절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서 전세계에 반권위주의 연대가 이뤄지고 있으니까 거기에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할 경우엔 러시아와 같이 엮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오히려 미국에서 훨씬 더 강경한 대응책이 나올 가능성이 현재로선 매우 높기 때문에 북한도 당연히 그런 걸 고려해서 적절한 시점에 자신들의 도발의 강도를 정할 가능성이 있고요.”

박 교수는 이와 함께 북한은 대미 공동전선 차원에서 밀착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이 현재 양회와 베이징동계패럴림픽을 진행 중인 점도 감안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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