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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엔 사무국 ‘대북 송금’ 채널 구축 중… “인도주의 단체 ‘환영’, 전문가 ‘난관 많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 건물.

미국이 유엔 사무국과 함께 인도주의 기구들이 활용할 수 있는 ‘대북 송금’ 경로를 마련 중이라고 밝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일부 유엔 기구는 환영 입장을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용 문제와 은행들의 대북 거래 기피 등 난관이 많다고 지적합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미국과 유엔 사무국이 논의하는 새로운 은행 경로가 대북 지원 활동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VOA의 서면 질의에 환영 입장을 밝혔습니다.

[유니세프 대변인] “UNICEF continuously reviews and adjusts its humanitarian operations in line with the priority needs of women and children – we remain fully committed to meeting those needs to the best of our ability, noting the constraints, and engaging fully with our partners in the DPRK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UNICEF welcomes measures that will help us to continue our lifesaving humanitarian work.”

유니세프 대변인은 22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유니세프는 우리의 생명을 살리는 인도주의 활동을 계속하는데 도움을 줄 조치들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밖에 “여성들과 어린이들의 우선적인 필요를 감안해 인도주의적 활동을 계속 점검하고 조정”하고 있으며 “제약을 인식하고 북한 내 관계자들과 국제사회와 충분히 관여하면서 최선을 다해 필요를 충촉시키는 데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 “We are not in a position to provide information. Our activities are currently suspended. We stand ready to resume operations once situation allows.”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22일 “현재 (대북) 활동이 중단돼 있으며, 상황이 허용하면 활동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며 직접적인 반응은 내지 않았습니다.

[메노나이트 중앙위원회] “We have no public information to share with you for this story.”

미국의 구호단체 ‘메노나이트 중앙위원회’는 22일 새로운 은행 채널에 대한 반응과 미국 정부와의 관련 논의에 대해 “공유할 수 있는 공개 정보가 없다”고 VOA에 밝혔습니다.

앞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7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위한 대북 송금 경로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The United States remains committed to addressing the humanitarian situation in the DPRK, which is why we have continued to support the 1718 Committee’s swift processing of sanctions exemptions for aid organizations, and it is why we are now working closely with the UN Secretariat to establish a reliable banking channel.”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미국은 북한의 인도적 상황을 해결하는 데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며 “우리가 지원단체들에 대한 1718 위원회의 신속한 제재 면제 처리를 계속 돕고 신뢰할 수 있는 은행 채널 구축을 위해 유엔 사무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

“인도적 대북사업 송금 경로 구축, 난관 많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에서 미국 측 대표를 지냈던 윌리엄 뉴콤 전 재무부 분석관은 22일 VOA에 인도적 활동 지원을 위한 송금 경로가 북한 은행과 연계되면 북한 당국이 악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뉴콤 전 분석관] “If the banking channel holds an account with the North Korean Foreign Trade Bank or any other banks that operate inside North Korea. So there is a potential for abuse because some years bank, the U.N. account was used by North Korea to transfer money out of North Korea to accounts for overseas without the U.N.’s knowledge.”

뉴콤 전 분석관은 “’조선무역은행’이나 북한 은행에 계좌가 연계돼 있으면 북한이 남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 북한이 몰래 유엔의 은행계좌를 통해 해외 송금을 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사업자금 전용 논란으로 유엔개발계획 (UNDP)의 대북 사업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바 있습니다.

당시 마크 월러스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 차석대사는 UNDP의 대북활동이 수년간 북한 정권에 막대한 경화를 유입시켰다고 비난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UNDP 자금을 이용해 군수물자로 이중 활용될 수 있는 장비를 구입했다고 밝혔고, 미국 상원 국토안보∙정무위원회는 북한이 2002년 UNDP의 전용 계좌를 이용해 270만 달러를 해외로 불법 송금했다고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의혹들에 대한 독립적인 외부조사단의 조사 결과 UNDP는 북한의 자금전용을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뉴콤 전 분석관은 당시 사건은 “북한 은행계좌가 어떻게 남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북한 은행계좌를 배제하고 제3국 은행을 활용하려 하더라도 은행들이 대북 금융거래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을 지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콤 전 분석관은 2005년 미국 재무부가 방코델타아시아 (BDA)를 불법자금 돈세탁 우려 은행으로 지목한 뒤 북한 자금 2천 500만 달러가 동결됐고, 6자회담 당사국들이 이 자금을 북한에 주기로 합의했지만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은행들이 개입을 꺼렸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결국 미국과 러시아의 중앙은행들이 중개 역할을 맡아 송금이 이뤄졌습니다.

[녹취: 뉴콤 전 분석관] “I can’t see a U.S. bank wanting to be involved at all, I can’t see any international bank wanting to be involved at all… A lot of problems that would need to be smoothed out, so I wouldn’t look at anything coming of this quickly.”

뉴콤 전 분석관은 “그 어떤 미국 은행이나 국제 은행도 개입을 원치 않을 것 같다”며 인도주의 전용 대북 송금 은행 경로 마련을 위해서는 많은 문제들이 해결돼야 하고, 따라서 결과가 빨리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법률자문으로 활동했던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22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2016년부터 미국 법은 재무부가 책임 있는 은행에 면허를 주고 북한 내부의 인도주의적, 외교적 거래를 다루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16년 시행된 ‘대북 제재 정책 강화법’ 208조 d 항에 명시돼 있다는 것입니다.

[스탠튼 변호사] “Since 2016, U.S. law has explicitly authorized the U.S. Treasury Department to license a responsible bank to handle humanitarian and diplomatic transactions for operations inside North Korea. The channel would also require approval by the U.N. 1718 Committee. Both Treasury and the UN would expect reasonable controls and transparency to ensure that this channel cannot be abused for money laundering, sanctions violations, or kleptocracy, such as imports of yachts and luxury cars. The U.S. Treasury Department will have a critical oversight role, because the banking channel will need access to the world’s reserve currency, the dollar. I cannot imagine that any Chinese or Russian bank would meet UN or Treasury standards for transparency and compliance, give the poor compliance records of banks in both countries.”

스탠튼 변호사는 “이 송금 경로는 유엔 1718 위원회(대북제재위원회)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며 “요트나 고급차 수입과 같이 돈세탁, 제재 위반, 부패 행위에 이 경로가 악용되지 않도록 재무부와 유엔은 합리적인 통제와 투명성을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송금 경로는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화’에 대한 접근을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에 재무부가 핵심적인 감독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어떤 중국 은행이나 러시아 은행도 유엔이나 재무부의 투명성과 준법감시(compliance) 기준에 부합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엔 기구들과 비정부 기구들이 그동안 대북 송금과 관련한 어려움을 호소해 왔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비정부기구 관계자는 VOA에 대북 인도주의 지원 활동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은행 거래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자신의 단체는 북한 내부에서 현금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 큰 영향을 받지 않지만, 유엔을 비롯해 큰 단체들은 송금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대북 송금 경로가 없는 것은 “대북 사업 진행에 상당한 문제, 지연, 비효율성을 야기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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